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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스크랩] 그림자 연극 / 강영은 본문
그림자 연극 / 강영은
그는,
겨드랑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가지고 연극을 상영한다
오른편 그림자를 아내라 하고 왼편 그림자를 애인이라 부른다
그녀들이 서로 만나거나 겹쳐지는 일은 드물다
그가 품고 있던 생각들, 혹은 잠재적인 형상 속에서도
역할 분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른쪽 그녀를 지나 왼쪽 그녀에게로 가는 일은
몸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다
그 때마다 그의 폭이 늘어난다
그녀와의 삶이 밥줄처럼 단단해지지 위하여
그는 날마다 손에 쥐어진 끈들을 점검한다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단지 그림자의 길을 가고 있는
그가 조종하는 그녀들은
빛과 어둠으로 빚어낸 표정만 연기한다
빛과 어둠의 양분된 삶 속에서 등 뒤를 비추는
조명이 잠깐 꺼질 때, 텅 빈 자막 같은
그녀의 내면이 슬몃 드러나기도 한다
그녀가 밥을 먹거나 시장을 보는 그때,
누구도 그녀의 실체를 눈치 채지 못한다
막 뒤의 내막은 언제나 가려져 있는 법이어서
그림자와 실재 사이의 간극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그가 조명을 비추는 동안
그늘은 영원히 그녀의 내부가 된다
그늘이 몸 밖으로 흘러넘치는 한,
몸 안에 한 편의 드라마를 간직한
그녀의 생은 계속 된다
이 연극은
그녀가 구겨지기 전에 끝나지 않는다
시집 <녹색비단구렁이> 2008 종려나무
1957년 제주 출생
2000년 『미네르바』로 등단.
2002년 시집 『스스로 우는 꽃잎』영원문화사
2004년 『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 적 있다』시선사
2008년 『녹색비단구렁이』종려나무
'진단시’동인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출처 : 용인문학
글쓴이 : 휘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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