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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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 생진

휘수 Hwisu 2006. 1. 19. 00:15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다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 가라고

      짚신 두짝 놔주었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출처 : poet ... 휘수(徽隨)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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