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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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시모음 1

휘수 Hwisu 2007. 1. 27. 09:19

1956년 춘천 출생
1993년 현대시사상에 〈무거움〉〈갈릴레오〉 등을 발표하며 등단
연세대학교 독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2002년 제3회 박인환문학상수상 <나는 푸른 트력을 탔다> 외
시집 <화장실에서 욕하는 자들> <나비를 보는 고통>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사랑, 혹은 에로티즘>
시론집으로 <해석은 발명이다>
편운 문학상 우수상

박인환 문학상 수상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

죽음에 대한 한 연구

 

죽은 지 1년이 되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죽은 지 2년이 되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죽은 지 3년이 되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죽은 지 4년이 되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죽은 지 5년이 되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죽은 지 6년이 되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죽은 지 7년이 되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우리시 (2007년 1월호 중에서)

 

 

누가 내 목을 돌렸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멈추지 않았습니다
왼쪽으로 돌릴 때 오른쪽 힘을 주다가
오른쪽으로 돌릴 때 왼쪽으로 힘을 주다가
그만 목이 헐렁해져 버렸습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고 하였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힘을 쓰지 않겠습니다
왼쪽으로 돌리면 왼쪽으로 돌려주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오른쪽으로 돌리다가

목을 떨구겠습니다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사람들아 미안하다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푸른 트럭에서 나는 그대들 전부를 잊기로 한다 나도 잊기로 한다

 

  푸른 트럭에서, 나는,
  오이 당근을 파느라 감자 고구마를 파느라 양파를 파느라 시금치 마늘을 파느라
  푸른 트럭에서 나는 수박 참외를 파느라 토마토 사과 귤을 파느라 배를 파느라 계란을 파느라 정신이 없다.

  이면수 꽁치를 파느라 조기를 파느라 고등어를 파느라 푸른 트럭에서
  푸른 트럭을 파느라 푸른 트럭만 남기고 파느라

 

  싱싱한 야채 있습니다 싱싱한 과일 있습니다 싱싱한 계란 있습니다 싱싱한 생선 있습니다 녹음기에 녹음하느라

 

  녹음기를 켜놓느라 싱싱한 야채 있습니다 싱싱한 과일 있습니다 싱싱한 계란 있습니다 싱싱한 생선 있습니다 정신이 없다.

 

  미안하다 사람들아 나는 정신이 없다

 

  푸른 트럭에서 나는 그대들 전부를 잊었다 나도 잊었다 푸른 트럭으로 사라지려고 한다 푸른 트럭을 몰고 사라지려고 한다 미안하다 사람들아 나는 푸른 트럭에 있다

 

 정신이 없다 나는 포도주를 마신다 푸른 트럭에서 포도주를 마신다 야채를 팔아 과일을 팔아 계란을 팔아 생선을 팔아 포도주를 마신다 포도주만 마신다 정신이 없다

 

  사람들아 미안하다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2002년 제3회 박인환문학상 수상작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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