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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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으면 만남도 없다 / 신미식

휘수 Hwisu 2006. 9. 19. 00:18

 

 

 

여행이란?

평범한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는것!


커다란 창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온다.

겨우 내 얼어붙었던 것은 내 몸과 마음만이 아니라 자연도 마찬가지였다.

땅에서 올라오는 온기를 몸으로 느끼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이제 누가 뭐라 해도 봄은 곁에 와 있음을 안다.

양수리로 이사 온 후 두 번째로 맞이하는

이 찬란한 계절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지난 시간을 추억하게 하는 힘이 있다.

나 또한 지난 봄 내가 이곳에서 땅을 뒤엎고 씨앗을 뿌리며 어설프게나마

농부 흉내를 냈던 때를 떠올리며 잠시 상념에 잠겨 본다.
지난겨울 한 달간의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사진들을 정리했다.

오랫동안 서랍 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어 두었던 필름들을 보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장소들을

추억해 냈다. 짧게는 1년 전부터 길게는 10년이 넘는 필름도 있다. 사진이란 참 묘하다.

내가 잊고 지냈던 그 많은 장소와 그 안의 사람들 표정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으니 말이다.

결국 난 사진이라는 추억의 골짜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며칠 동안을 그 안에서 지내야 했다. 어쩌면 스스로 파놓은 그곳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르지만 …

중요한건  그 안에 같혀 있는 동안 행복했다는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에 넋을 놓고 며칠 동안

허리 구부려가면서 파뭍혀 있던 내가 겨우 빠져 나올 수 있던 것도

결국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집 앞 강가에 피어난 물안개가 결국 나를 추억의 골짜기에서 끌어낸 것이다.
사진과 여행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 본다.

그 두 가지가 만나 하나의 연결 고리를 찾기까지 난 무수히 많은 길과 사람들을 찍어대야 했다.

그럼에도 아직 사진을 정의하는 하나의 단어를 찾지 못했다.

어쩌면 그런 의미를 부여하려는 내 자신이 어리석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소망이 있다면 내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으로 기억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15년의 세월 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이 품으며 살아 왔던 자연을 찍었다.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나설 때가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다.

여행이란 결국 평범한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스스로 반문하면서….

어쩌면 지금까지 이런 기쁨으로 인해 내가 걸어온 길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나 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진이지만 지금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 되었고

앞으로도 난 이 길을 운명처럼 여기며 계속 걸어갈 것이다.
사진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나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러나 사진으로 다가가는 내 마음은 전부가 되어야만 행복해 진다는 것을 안다.

그 마음으로 준비한 이 한권의 책이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책이 나오기까지 격려를 보내 준 모든 사람들과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 준 출판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소중한 나의 위대한 그 분에게도 ….

 

 

-양수리에서

 

출처, 네블, photogapher 신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