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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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신미식

휘수 Hwisu 2006. 9. 22. 00:09

 

 

평범하지 않음에 대한 감사

 

이번에 책을 내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됐다.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왜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질문들을

내 자신에게 수 없이 던져야 했다. 결국 사진이란 ‘내가 걸었던 길의 흔적’이라는

나만의 대답을 얻어내긴 했지만 여전히 명쾌한 답은 아닐지 모른다.
이번 책에서 보여지는 사진들은 내 여행의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여행을 꿈꿀수 있게 하는 에너지다.

부유한 여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 과거의 시간들은 사진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여행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해외에 나가면 괴로우리만치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길 하나 제대로 묻지 못하는 외국어 실력은 언제나 나를 주눅들게 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지독히 외로움을 잘타는 성격 때문에 혼자 여행하는 것이 늘 두렵고 힘겹다.

그럼에도 나는 왜 그렇게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반복적인 삶을 살아야 했는지 모르겠다.
여행은 내게 선택이 아닌 숙명이라는 것을 느낄때가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들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 길이 걷기 힘든 가시밭 길 일지라도 말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광과 나에게 미소를 던져준 아름다운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그들로 인해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낀다.

나에게 보내 준 그들의 미소와 호수처럼 맑고 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을 사랑한다. 기꺼이 내 카메라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해주던 순수 한 마음을

기억할 것이다. 아주 오래도록…
서른 살에 처음 내 돈으로 카메라를 장만했을 때의 그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부터 막연히 찍기 시작한 사진들이 지금까지 내 삶의 이유가 됐다.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갖는 사람들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그러고 보면 누가 뭐래도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할지라도…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며 살 때가 많다.

어리석게도 몇 년 전까지 난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됐을때 난 절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젠 내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남들보다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결코 녹록치 않았던 그 노력의 시간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여행과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한권의 책이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다.

 

출처, 사진가 신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