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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詩 ‘나에게 시는 무엇인가’ 특집 본문
대산문화詩 ‘나에게 시는 무엇인가’ 특집
지난주에 출간된 계간지 ‘대산문화’겨울호는 기획 특집으로 시인들에게 ‘왜 시를 쓰는가’ ‘나에게 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계간지가 던진 질문은 겉으로 보기엔 대단히 원론적이지만 속내는
꽤 도발적이다. 80년대 시의 시대, 90년대 소설의 시대를 거쳐,문화시장에서 국내 문학이 위태로운 이 시대에, 특히 대부분의 시집이 초판 2000~3000부도 팔리지 않는 시대에, 그리고 문화도 큰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 된 시대에, 왜 그 가난한 시를 쓰느냐라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 신경림, 천양희, 김혜순, 장석남, 이원씨 등 여러 세대의 시인들은 표현은 다르지만 저마다 운명처럼 숙명처럼 처절하게 시를 쓴다고 밝혔다. 질문이 원론적이듯 대답 역시 원론에서 그리 멀리 가지 못했지만 이는 시인들이 시를 쓰는 이유인 동시에 결국 사람들이 왜 시를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먼저 시인 신경림씨는 등단직후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는 사회에서 과연 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고민으로 10년간 시를 쓰지 못했고, 70, 80년대엔 시는 시대에 대한 대답이 돼야한다는 명제에 충실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를 쓰고 싶었다고 돌아본다. 그리고 삶을 관통하는 시에 대한 여러 고민끝에 지금은 시를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삶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요즘은 나무를 심는 기분으로 시를 쓴다. 내가 심은 나무가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단 열매를 맺어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사람, 아는 사람에게는 큰 기쁨을 줄 터”라는 그는 “그 나무가 오늘의 나의 삶, 우리의 삶이 심은 나무요 키워낸 나무일 때 그것이 주는 기쁨도 진정한 기쁨이 되리라”고 말한다.
“시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편하게 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 고통스럽고 피 말리는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천양희 시인은 “시집이 너무 많고 시인도 너무 많아 가끔 멀미가 날 때도 있지만 어떤 일도 시만큼 나를 살게 하는 것은 없다”고 답한다.
그는 “시 외에 어떤 삶도 의미가 없으며 시는 운명같은 존재”라며 “내 삶에서 시는 단독정부의 수반처럼 무서운 권력을 쥐고 있다. 좋은 시는 내 정신의 르네상스를 맞게 해주고 나쁜 시는 나를 정신의 이방인으로 만든다”고 한다. 천씨는 “시의 가장 큰 의미는 살아있는 자로서 나를 늘 질문자의 위치에 서게 하고 각성자의 위치에 서게 해준다는 사실”이라며 “작은 벌새도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바다는 하루에 70만번씩이나 파도를 쳐서 새로워지듯 나 역시 내 몸을 쳐서 시를 쓰고, 쓰는 순간에만 존재하는 시인이다”라고 말한다.
시인 이원씨는 어린시절 오빠와 아버지를 잇따라 잃은 개인적 경험을 털어놓으며 시를 통해 깊은 상처를 바로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한번도 정면으로 쳐다본 적이 없던 죽음을 통과하지 않으면 내가 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용기가 생겨났고 그 시를 쓰고 나서 그 누구에게서도 받지 못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세상은 늘 낯설었는데 시를 쓰면 세상의 어딘가와 닿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시를 쓰는 순간의 나는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장석남씨는 “형편없는 시들과 시를 둘러싼 난삽한 속물적 거래들이 접할 때마다 시를 써야하나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시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투명한 창이고 눈이고 결국 나에게 구원이다”고 밝힌다. 김혜순씨는 “우리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 부재하는 것을 지금 여기 내 앞에서 보려고 시를 쓴다. 나는 평생 있는 것 속에서 일평생 살다 가지만 시인으로 사는 동안 없는 것 속에, 멀리서 온 것 속에서 살 수 있다. 시를 통해 부재하지만 존재하는 것을 쓰고, 이를 통해 모든 경계에 있는 것을 허문다”고 말한다.
최현미기자chm@munhwa.com
출처 : 문화일보
지난주에 출간된 계간지 ‘대산문화’겨울호는 기획 특집으로 시인들에게 ‘왜 시를 쓰는가’ ‘나에게 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계간지가 던진 질문은 겉으로 보기엔 대단히 원론적이지만 속내는
꽤 도발적이다. 80년대 시의 시대, 90년대 소설의 시대를 거쳐,문화시장에서 국내 문학이 위태로운 이 시대에, 특히 대부분의 시집이 초판 2000~3000부도 팔리지 않는 시대에, 그리고 문화도 큰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 된 시대에, 왜 그 가난한 시를 쓰느냐라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 신경림, 천양희, 김혜순, 장석남, 이원씨 등 여러 세대의 시인들은 표현은 다르지만 저마다 운명처럼 숙명처럼 처절하게 시를 쓴다고 밝혔다. 질문이 원론적이듯 대답 역시 원론에서 그리 멀리 가지 못했지만 이는 시인들이 시를 쓰는 이유인 동시에 결국 사람들이 왜 시를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먼저 시인 신경림씨는 등단직후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는 사회에서 과연 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고민으로 10년간 시를 쓰지 못했고, 70, 80년대엔 시는 시대에 대한 대답이 돼야한다는 명제에 충실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를 쓰고 싶었다고 돌아본다. 그리고 삶을 관통하는 시에 대한 여러 고민끝에 지금은 시를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삶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요즘은 나무를 심는 기분으로 시를 쓴다. 내가 심은 나무가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단 열매를 맺어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사람, 아는 사람에게는 큰 기쁨을 줄 터”라는 그는 “그 나무가 오늘의 나의 삶, 우리의 삶이 심은 나무요 키워낸 나무일 때 그것이 주는 기쁨도 진정한 기쁨이 되리라”고 말한다.
“시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편하게 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 고통스럽고 피 말리는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천양희 시인은 “시집이 너무 많고 시인도 너무 많아 가끔 멀미가 날 때도 있지만 어떤 일도 시만큼 나를 살게 하는 것은 없다”고 답한다.
그는 “시 외에 어떤 삶도 의미가 없으며 시는 운명같은 존재”라며 “내 삶에서 시는 단독정부의 수반처럼 무서운 권력을 쥐고 있다. 좋은 시는 내 정신의 르네상스를 맞게 해주고 나쁜 시는 나를 정신의 이방인으로 만든다”고 한다. 천씨는 “시의 가장 큰 의미는 살아있는 자로서 나를 늘 질문자의 위치에 서게 하고 각성자의 위치에 서게 해준다는 사실”이라며 “작은 벌새도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바다는 하루에 70만번씩이나 파도를 쳐서 새로워지듯 나 역시 내 몸을 쳐서 시를 쓰고, 쓰는 순간에만 존재하는 시인이다”라고 말한다.
시인 이원씨는 어린시절 오빠와 아버지를 잇따라 잃은 개인적 경험을 털어놓으며 시를 통해 깊은 상처를 바로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한번도 정면으로 쳐다본 적이 없던 죽음을 통과하지 않으면 내가 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용기가 생겨났고 그 시를 쓰고 나서 그 누구에게서도 받지 못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세상은 늘 낯설었는데 시를 쓰면 세상의 어딘가와 닿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시를 쓰는 순간의 나는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장석남씨는 “형편없는 시들과 시를 둘러싼 난삽한 속물적 거래들이 접할 때마다 시를 써야하나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시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투명한 창이고 눈이고 결국 나에게 구원이다”고 밝힌다. 김혜순씨는 “우리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 부재하는 것을 지금 여기 내 앞에서 보려고 시를 쓴다. 나는 평생 있는 것 속에서 일평생 살다 가지만 시인으로 사는 동안 없는 것 속에, 멀리서 온 것 속에서 살 수 있다. 시를 통해 부재하지만 존재하는 것을 쓰고, 이를 통해 모든 경계에 있는 것을 허문다”고 말한다.
최현미기자chm@munhwa.com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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