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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김광선 시모음 본문
조리사 일기1-겨울나무
소 한 마리분의 내장을
부위별로 정리해놓고
가을도 끝난
나무 아래 섰다
아직도 그 선명한 빛이 가시지 않은
고기를 담근 통
한껏 흘려보낸 물빛처럼 노을이
피었다
물컹거리는 비린내보다도 허리의 통증
씻어내려 삼킨 막소주 한잔으로 모자라
담배연기 폐 깊숙이 밀어넣는다
풀풀 날린다 흩날일 것도 없는
시푸르딩딩 겨울 초입 저녁나절
민망한 듯 잎새 몇개 겨울나무 뜨악하다
몸짓만이
남았구나
바람 앞에서 초연할 수 없었던 의지
맨가지로 빈 하늘 받치고 섰구나
찬 물에 퉁퉁 불은 손을 쓰다듬는다
이
손끝에서
많은 사람들 포만하여 행복했을까
내 아직 푸른 수액은
어떤 혈관으로든 타고 흐를 수 있을까
찬밥덩이처럼
굳은 가슴 언저리
떨림도 없이 또 몇잎
떨구는 까칠한 줄기 쓰다듬으며
다독이듯 내내 쓰다듬으며
『 창작과 비평』2003년 겨울
창작과비평 2003년 겨울호 신인상 당선작
조리사일기 4
뽀얗게 우러난 국물이
겨울달처럼 말갛다
염통처럼 벌름거리며 끓어오르던
깊은 관절과 힘줄과 뼈마디
녹아 흐물거릴 때까지 우려낸 국물
산동네 가슴 시리던 겨울달 같다
끓이고 또 끓이고 토막난 사골과 반골
동동거리고, 엎어지고 넘어지고 부딪치고
먼저 떠오르는 두터운 기름층
대국자로 걷어내고 또 걷어내고
어느덧 비릿한 냄새도 가시고
구수한 냄새가 난다
구수한 냄새가 난다 애꿎게도
골분이 다 빠져버린 뼈다귀는
스펀지처럼 천공이 뚫리고
손으로 만지면 가루가 되어버리는
주방 뚝배기 같은 사내 가슴속
묵묵히 겨울달 하나 또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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