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고철 시모음 본문
1962년 강원 철원 출생
1995년 '한겨레 문학'에 '인연법'외 5편을 발표
창작집 『死角구도의 미학』
2007년 시집 『핏줄』다인아트
그믐
지금은 어두운 산 아래
해당화도 시들고
길도 시든
정처없는 그믐
모래둔덕 을 넘어 섬으로 떠났을
애 에미같은 달은 뜨고
雨節期
작당을 한 듯
비
빗소리만
겹겹 쌓이는 타박한 날엔
내리 잠만 자고 싶었다
속내 알 수 없는
집집의 내력들처럼
어쩌면 이 소리라는 것에도
정하디 정한 옛 사람의 기억과
추억,
그 버거운 그리움을
나는 알지
숟가락 같은 전생이 뜬금없이 와서는
밤낮없이
생채기만 헤집어 놓고
정월대보름
서툰 쟁기질에도 더는 질주하지 못한 공장 하늘에
고무다라만한 달이 뜬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빈 윤활유 깡통에
申형은 벌써 예리한 야스리로 구멍을 내고 있었다
창틀에 채인 바람
누군가 깁고 계실지도 모르는 허울진 옛이야기를
사철내내 따라다니던 종기자국처럼
어머니 보고 계실
겨울달력 같은
머문 달빛에 불을 지폈다
가생이 불꽃이 수평을 이루면
깡통을 닮은 세상은 온통 달빛이 되었다
국물 같은 부적이 내 나이를 낳았 듯
이름을 낳고 호적을 낳고 아버지를 낳고 낳고 낳고
무디고도 아린 큰 길이 보였다
친구가 보이고 학교가 보이고 내 누이가 보였다
누군가의 산소도 보였다
일 년 열 두달만한 불효를 태운다
몸피 곳 곳 들쑤셔 도는 나의 체온도 태웠다
달맞이 훨 훨 타는 밤 병들지 말자고
이빨 물어 내뱉은 고시레 몇 점
세상에서 가장 환한 달밤이었다
줄타기
나는
죽어도,
핏
줄
을
놓지 않았다
엉겅퀴
길을 닮은 들초꽃
한여름 몽지게 피더이다
그런 들풀에 숨어서
사방 한 곳
울음을 울다 가시만 남은
이름,
꽃아
다복한 배암의 신음처럼
이
땅,
에미 애비 닮은 얹은 머리
꽃아
해 긴 여름
野紅 野紅
웃고만 있고
고철 시인의 첫시집 <핏줄>이 나왔다.
시집 한 권이 시인의 이력서다.
그의 본명은 김금철(추정) 생일도 나이도 정확히는 모른다.
6,7세쯤에 어머니 손에 끌려 '춘천 후생원'에 맡겨졌고 2년 뒤 ''홍천 명동보육'으로 옮겨졌다.
핏줄은 물보다 진하다. 그 말이 맞다.
줄 하나에 매달려 아파트 외벽에 페인트칠을 해서 먹고 사는 시인은
시집이 부모를 찾는 전단지처럼 절실하다.
그는 허공에서 외줄을 놓지않았듯, 핏줄을 놓지않았다.
이 기회에 시인의 뼈아픈 그리움이 풀리기를...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