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200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이현수 본문
200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늙어가는 판화 / 이현수
조각도 앞에 손을 둔다
순간, 조각도가 날렵하게 손에 스쳤다
아직도 내 손에 깎아내야 할 부분이
이렇게 많구나, 싶었다
어머니 얼굴은 남겨 둬야할 곳보다
파내야할 곳이 더 많았다
얼굴 윤곽보다 뚜렷한 곡선을 여러 번 파내다보면
결국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얼굴
그래서 더 어머니로 보였던 얼굴
동그랗게 몸을 말고
조각도를 따라 비워지는 굴곡
그 허공에도 몇 겹의 층이 있어
잉크로 찍어내면 더욱 환해졌다
어두워질수록 빛나는 주름의 공허
몇 번씩 그 결을 만지며
여백을 남기는 어머니
완성된 얼굴 판화가 내 어머니이기만 할까
하나면 충분할 것을 여러 장 찍어내며
확인하는 것이다
신춘문예 당선소감 - 이현수
"앞으로 농부의 딸이 얼마나 예쁘고 고운 것들을 길러내는지 보여드릴게요"
평생 신문구독 한 번 하신 적 없는 아버지가, 신문에 글이 실린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버지가, 딸에게 좋은 소식인 것만은 확실해서 웃으셨나 봅니다. 대학가서 글 쓰겠다고 했을 때에도, 졸업하고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했을 때에도 아무 말 없이 고개 끄덕여 주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 농부의 마음이 영 팔아먹지 못할 것을 길렀던 것은 아니었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전화 한 번 넣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아버지, 조금만 더 지켜봐 주세요. 앞으로 농부의 딸이 얼마나 예쁘고 고운 것들을 길러내는지 보여드릴께요. 그 텃밭에서 뽑아 올린 것들로 우리 가족 모두 모여 푸짐한 저녁을 함께 해요.
늘 존경하는 송수권 선생님, 신귀백 선생님 그리고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정동란 선생님, 최정주 선생님, 류경동 선생님, 전동진 선생님 감사합니다. ‘따오기’라고 불러주는 박성우 선생님, 아울러 누나, 언니 또는 현수야 라고 불러주는 ‘詩공간’과 대학원 가족들, 그 다정한 얼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전북일보와 심사위원님,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깨 토닥여주시며 격려해 주시던 이상복 교수님, 묵묵히 믿어주신 정영길 교수님, 그리고 늘 그리운 강연호 교수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1982년 전북 진안 출생
2005년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현재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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