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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장 좋은 시집 / 유홍준시집 ´나는, 웃는다'

휘수 Hwisu 2007. 3. 21. 06:38

경쾌한 엽기로 세상을 노래하다 
 

유홍준 두번째 시집 나는, 웃는다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2004년 '상가에 모인 구두들' (실천문학)
2006년 '나는, 웃는다' (창비)

2006년 ‘제1회 시작문학상’ 수상

 

지난해 가장 좋은 시집 / 유홍준시집 ´나는, 웃는다'

 

김신용씨 ´도장골 시편´ 최고의 詩

 

 지난해 발표된 시집 중에 가장 좋은 시집으로 진주의 유홍준(45) 시인의 ‘나는. 웃는다(창비刊)’라는 선정 결과가 지난 14일 나왔다.

 도서출판 ‘작가’가 시인. 평론가. 편집인 등 150명을 대상으로 작년 발표된 시편 가운데 가장 좋은 시집과 시를 설문 조사한 결과. 시집으로 유홍준 시인의 ‘나는. 웃는다’가 21회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시부문은 김신용 시인의 연작시 ‘도장골 시편’이 20회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홍준 시인은 1962년 산청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제지공으로 일하고 있다. 1998년 ‘시와 반시’ 신인상으로 등단. 2006 ‘제1회 시작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 ‘나는. 웃는다’를 펴냈다.

 도서출판 ‘작가’는 ‘도장골 시편’을 포함해 추천된 시 76편과 시조 13편 등을 엮어 단행본으로 펴냈다. 책에는 ‘좋은 시집’으로 평가받은 22권의 시집(시조집 2권포함)에 대한 서평도 함께 실었다.

 

조고운기자 gon2@knnews.co.kr

 

나는, 웃는다

 

깜박.
눈을 붙였다
깼을 뿐인데 누가
내 머리를 파먹은 거야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누가 내 눈동자를 쪼아먹은 거야 수박덩어리처럼
누가 넝쿨에서 내 꼭지를 잘라낸 거야 배꼽이
빠지도록 웃는다 숟가락으로 파먹다 만
뒤통수를 감추고 웃는다
이렇게 파먹힌 얼굴
이렇게 파먹힌 뒤통수로
이렇게 쪼아먹힌 눈 이렇게 갈라터진 흉터로
누가 내 뒤통수에 빨간 소독약 묻힌 솜뭉치를 쑤셔넣다 놔둔 거야
누가 내 웃음에 주삿바늘을 꽂아놓은 거야 누가
내 웃음에 링거 줄을 꽂고 포도당을 투약하는 거야
누가 바퀴 달린 이 침대를 밀며 달리는 거야
복도처럼 아득하게 웃는다 미닫이처럼
드르륵 웃는다 하얀 시트가 깔린 이 수술대 위에서
배를 잡고 웃는다 이 흉터 같은 입술
이렇게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흉터 같은 입술로 누가
흉터 위에
립스틱을 바르는 거야
누가 이 흉터끼리 뽀뽀를 시키는 거야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