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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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읽기, 양생주 2번

휘수 Hwisu 2006. 6. 12. 08:44

 장자 읽기, 양생주 2번
 
 
  포정(정이라는 요리사 또는 소잡이)이 문혜군을 위해 소를 잡은 일이 있었다.
  손을 놀리고 어깨를 기울이고 발로 밟고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에 따라 휙휙 울리는 뼈 발라내는 소리, 칼로 가르는 소리가 절도에 모두 맞았다.
  포정의 몸놀림은 상림桑林(노래와 춤)에 합치되고 칼을 움직이는 소리는 경수經首(악장)의 리듬에도 들어맞았다.

이를 본 문혜군이 말했다.

" 참으로 훌륭하구나.  사람의 재주가 여기에 까지 미칠 수 있단 말인가?"

포정이 칼을 놓고 대답했다.

"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道)로서, 재주보다 뛰어 납니다.
처음 제가 소를 잡을 때에는 소의 겉모습만 보였는데 3년이 지나자 온전한 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제가 갈라내야할 부분만 보였습니다.

   지금은 오로지 마음으로 일할 뿐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눈의 작용을 없애니 마음의 자연스런 작용만이 있습니다.
   자연의 이치를 쫓아 큰 틈새를 벌리고 크게 비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본디의 구조에 따르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뼈와 힘줄이 엉켜있는 곳을 가르는 데 실수가 없었는데, 하물며 큰 뼈가 무슨 장애가 되겠습니까!

 훌륭한 소잡이가 일 년마다 칼을 바꾸는 것은 살을 가르기 때문이며 보통의 소잡이가 매달 칼을 교체하는 것은 뼈를 건드려 칼날이 부러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지닌 칼은 19년을 사용했고 소 수천마리를 잡았어도 칼날이 지금 막 새로 숫돌에 간 것 같습니다.
  소의 뼈마디에는 사이가 있지만 칼날은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 없는 것이 틈으로 들어가 여유 있게 그 칼날을 놀리므로 19년이나 사용했지만 방금 숫돌에 간 듯합니다.

  그러나 오직 한 군데, 뼈와 힘줄이 엉켜있는 곳에 다다르면 그것이 어려운 줄 알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하여
  눈은 한 곳을 응시하고 칼날은 더디어지고 칼놀림이 몹시 미묘해집니다.

  흙덩이가 땅바닥에 떨어지듯 자연스럽게 일이 끝나면, 칼을 들고 일어나서 사방을 둘러보고 잠시 주저하다가 이내 흡족해져서 칼을 잘 닦아 넣어둡니다."

이에 문혜군이 말했다.

" 훌륭하구나. 내가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養生)의 이치(도)를 얻었도다."


출처, 네블, 어두운상점의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