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위선환 시모음 1 본문
1941년 전남 장흥
2001년 『현대시』 9월호에 시 「교외에서」 외 2편을 발표
시집,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2001), 『눈 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2003)
『새떼를 베끼다』(2007)
쇠못
땡볕에다 나를 내걸어둔 적 있다. 꿰어 걸려서, 진땀이 나면서, 가죽에 소금꽃이 피면서, 서늘해지기도 하면서
나는 잘 말랐다. 바스락거리다가 흔들거리다가. 잠깐씩은 잘게 떨기도 하다가.
낙엽지듯, 떨어져 내렸다.
발끝 세워서 키 돋우고 안간힘 서서 팔 뻗쳐도 손끝이 닿기에는 아직 멀 듯, 겨우 닿는 그 자리에 못 박혀서
(내 몸뚱이 대신 꿰어 걸린 허공의, 그 하염없는 무게를 못 견뎠겠지)
쇠못이 'ㄱ'자로 구부러져 있다.
시집 <새떼를 베끼다> 2007년 문학과지성사
장생포
작살잡이 박씨 집 기둥에 작살 한 자루 묶여 있다
작살에 찔린 바다 한 채가, 뿌옇게 먼지 덮인 고래뼈 한 벌이 함께 묶여 있다
바다는 입이 컸다 듬성 돋은 이빨들이 굵다 한 입에 고래를 삼켰다 물방울들은 반짝이며 물바닥 위를 굴러다니고 수직으로 세운 꼬리를 털썩 눕히곤 하는
여기서는 고래이자 바다인
바다와 고래가 등을 겹친, 길게 휘인 등 너머가 넘겨다보이는
저 바다야말로 먼 물빛이다 먼 물빛 보다 먼 데서 부르는 먼 목소리다
고래가 일어서서 수평선 너머를 두리번거릴 때
가파르게, 고래의 비탈에서 쓸려 쏟아지는 하늬바람의, 바람의 끝자락에서 불린 가랑잎들 바다 위로 날릴 때
내 안에 잠긴 바다의, 차가운, 그 바다를 삼킨 고래의, 차가운, 고래 안에 잠긴 바다에는 내가 잠겨 있는
추운....,
<현대시> 2007년 1월호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