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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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 뼘의 생각] ‘칠월 땡볕의 고추’ 中

휘수 Hwisu 2006. 7. 20. 15:18
[한 뼘의 생각] ‘칠월 땡볕의 고추’ 中
[경향신문 2006-07-19 19:09]    

속 쓰리고 매운 것들이 고추 속에 잔뜩 들어가 있다

저 고추 빨갛게 익으면 맵고 독한 성질 풀어질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살갗 속에서

달가닥거리며 즐거워하는

노란 고추씨앗들의 노랫소리 들을 수 있을까

칠월 땡볕 퍼붓는 날,

밭머리 하얗게 일어서는 억새꽃 속에서

빨갛게 온 몸 익어가는 고추들,

보리밥에 쑥갓, 김치 쓱쓱 비벼

어머니가 키운 독하고 매운 고추 원 없이 맛보고 싶다

--유진택 시집 ‘환한 꽃의 상처’(시와에세이) 수록작 ‘칠월 땡볕의 고추’ 뒷부분

칠월 땡볕 고추는 독해야 제맛. 팔월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는 순해야 또한 제맛. 릴케는 잘 익은 포도를 보고 “지난 여름은 위대했다”고 신에게 경배를 드렸던가. 한국의 시인은 고추를 보며 자연을 찬미한다. 게다가 한국의 고추는 어머니가 키운 것이니, 고추 예찬은 신성함에 가 닿는다. 한국의 고추는 급기야 육체성까지 획득한다. 추억의 힘에 의해 고추를 보면 입 안에 침이 고이고 배가 고파진다. 그 시인과 함께 양푼에 꽁보리밥 가득 퍼담고 쑥갓과 김치도 아낌없이 넣어 쓱쓱 비벼서 퍼먹고 싶다. 매운 고추를 매운 고추장에 찍어서 입가심을 하고. 그 고추는 이번 폭우에 과연 안녕하신지.

〈김중식기자〉

 

출처 : 겟세마네
글쓴이 : 유진택 스테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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