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마을 전남함평균 손불면 산남리 교촌마을.
은희(55.본명 김은희)씨는 흰색 천을 감색 물감 속에 가득 담근다. 휘젓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때깔스런 색깔이 천 속에 스며든다.
"생각난다 그 오솔길.."로 시작하는 귓가에 익숙한 노래의 주인공 은희씨가 천연염색가로 변신했다.
은희씨는 최근 교촌마을 일대의 폐교를 구입해 민예학당을 설립했다. 도예, 농예, 천연염색 등 우리 것을 계승하고 발전시키자는 뜻에서였다.
은희씨는 1960년대 말 `꽃반지 끼고', `연가'. `등대지기' 등 아직도 대학가 통기타 동아리에서는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노래를 부른 주인공.
제주도 출신인 그는 고두심과 함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니기도 했고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로 뭇 남학생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3년간 36장이라는 기록적인 앨범을 발표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대단했지만 1971년 가요계를 접고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 패션의 도시 미국에서 그는 10여년간 패션디자인과 메이크업 등을 공부했다.
그곳에서 공부하며 한국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단다. 패션을 본격적으로공부하기 전에는, 그리고 외국 생활을 해보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70년대 초였던 거 같아요. 뉴욕에 유현목 감독의 `장마'라는 영화가 상영됐어요. 장독대에 쏟아지던 빗줄기를 보고 외국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더라고요. 장독대에 부딛치는 빗방울의 이미지, 굉장히 신선했다고 그러더라고요."
1985년 귀국, 고향에 돌아온 그는 한국적인 것이 뭘까 고민하다 감색을 발견했다. 초가지붕에서, 흙에서 볼 수 있는 감색이 세계적인 색깔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희망을 그는 느꼈다고 회고한다.
"프렌치 블루, 터키 그린 등 그 나라의 독특한 색깔이 있잖아요. 우리에게는 감색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색깔을 개발하면 세계에도 통할 수 있는 색깔이 탄생할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은희씨는 천연염색 연구에 뛰어들었다. 미국에 블루진이 있다면 한국에는감색과 유사한 브라운이라는 멋진 고유의 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은희씨는 이후 제주도 방언을 딴 브랜드 `봅데강'을 개발하고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 수출을 시작했다. 또 전국 각지를 돌며 제대로 된 감나무를 찾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곳은 함평. 함평에는 감나무가 많고 감물염색에 영향을 미치는 달빛, 바닷바람 등 자연조건이 완벽하기 때문이다.
"영광 굴비와 같아요. 바닷바람, 햇빛, 달빛, 별빛 그 모든 자연환경이 영광굴비를 만들 듯 함평의 바닷바람과 별빛, 달빛은 독특한 감색 천연물감을 만들어 줍니다."
제주와 함평을 오가며 작업을 하던 그는 2003년에는 아예 함평에 둥지를 틀었다.그리고 민예학교를 통해 예술가로서의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그렇다고 노래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5월5일 어린이날에도 그는 민예학당에서팬들 앞에서 `등대지기'를 불렀다.
"한국적인 감색청바지를 만들겠습니다. 언제가 블루진을 제칠 때까지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그러면서 노래도 부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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