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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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2006. 3. 31. 00:04

 

 

1942년 경상남도 함안에서 태어났다. 1963년 《서울신문신춘문예

시 〈고별〉 〈편지〉가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이어서 시동인지 《현대시》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였다.

1965년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68년 부산MBC 프로듀서로 입사하였으며,

1969년에는 첫 시집 《우울한 샹송》을 출간하였다.

이후 계속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작품활동도 왕성하게 병행하였다.

1981년 KBS 라디오 차장, 1990년 KBS 편성운영국 부주간 등을 거쳐 1993년 KBS TV 편성주간,

1996년 KBS 라디오본부 편성주간, 1998년 KBS 라디오2국 국장,

1999년 KBS 라디오센터 제작위원을 역임하였고,

이후에는 협성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수익의 시에서는 구조적인 완결미와 우수 어린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방법적인 면에서는 이미지즘의 영향을,

내용적인 면에서는 심미주의적 경향을 나타내는 시들을 주로 썼는데,

그의 시에서 두드러진 것은 이미지의 선명성과 아름다움이다.

1965년 제4회 신인예술상, 1980년 부산시문화상, 1987년 제32회
현대문학상,

1988년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5년에는 제7회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2001년 제1회 지훈상 문학부문, 2001년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하였다.

그 밖의 주요 시집으로 《야간 열차》(1978), 《슬픔의 핵()》(1983),

《단순한 기쁨》(1986), 《그리고 너를 위하여》(1988), 《아득한 봄》(1991),

《푸른 추억의 빵》(1995),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2000) 등이 있다. 

 

 

그리운 악마


숨겨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같은 여자.



편지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은
밤새 꽃망울을 벙글인
새벽
백목련처럼
눈부신 몸짓으로 내게로 와 있는.

아,
말없는 무수한 발언이여
백색 찬란한 빛깔이여
존재여!

오늘은 내 오랜 눈물겨운 기다림 끝에
너의
편지를 받는다.





검은 抒情 - 변시지의 제주풍화집에서- :



제주
바닷가에는
까마귀떼만 자욱하다.
耳鳴같은 파도소리에 묻히는
까마귀떼 울음소리만 자욱하다.
해 뜨기 前,
예감의 시간에 바닷가로 나온
검은 점술의 巫女들이 부르는
降神의 휘파람 소리,
휘파람 소리만 자욱하다.
솟구치는 파도의 이랑보다 더 깊은
저 生者와 죽은 이의 靈界를 넘나들며
슬픈 혼백들을 달래는.....





내 마음 안에 구릉(丘陵)이 있다


대지는 하늘을 향해 높이

솟구치려 하고

하늘은 대지의 상승욕구를 힘껏

억누르려 하고



상승하려는 그 힘과

억압하려는 또 하나의 힘이 부딪쳐서

서로

화해를 이루지 못한 채 굳어져버린,



산맥은

하늘과 땅 사이에 맺어진

슬픈 휴전지대,

그 날의 욕망과 고뇌가 깊은 주름살로 멈춰

서 있는 것을



나는 알지,

내 마음 안에도 잠든 옛 구릉들이 있기에





들고양이



놈은 필시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격랑에 치어

원통하게,

한을 품고 숨진 어느 사대부의

넋의 재현임이 분명하다.



밤의 컴컴한 화단이나

아파트 주차장 숨죽인 차들 사이에서

느닷없이 불쑥 나타나는, 무슨 자객 같은

놈은 나와 맞딱드리는 순간 멈칫하는 듯도 싶지만

그러나 결코 도망가는 법 없이, 민첩한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다. 날카롭게 나를

쏘아보면서.


이제는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보복하리라는 일념만이

놈의 저 검은 등줄기 위로 털을 꼿꼿이 서게 하고

적의에 떨리는 몸을 바짝 웅크리게 하고

동그란 두 눈엔 인광처럼 새파란 불을 켜서

저주의 불꽃을 날리게 만드는 것이다. 들고양이,



오늘밤에도 三生을 건너뛰며

어둠의 내부를 샅샅이 뒤지고 있는



불운한 피의 테러리스트.


출처 : poet ... 휘수(徽隋)의 공간
글쓴이 : 휘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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