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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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음의 서랍 / 강연호

휘수 Hwisu 2006. 1. 22. 19:32


    음의 서랍 / 강연호
    제는 완전히 지워버렸다고 자신했던 
    아픈 기억들 바늘처럼 찔러올 때 
    무수히 찔리면서 바늘 귀에 매인 실오라기 따라가면 
    보인다 입술 다문 마음의 서랍
    허나 지금까지 엎지르고 퍼담은 세월 적지 않아서 
    손잡이는 귀가 빠지고 깊게 패인 흠집마다 어둠 
    고여 있을 뿐 쉽게 열리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빽빽한 더가 쌓여 있는 걸까 
    마음의 서랍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힘에 겨워 
    나는 어쩔 줄을 모른다 거기 뒤죽박죽의 또 한 세상 
    열면 잊혀진 시절 고스란히 살고 있는지 
    가늠하는 동안 어디에선가 계속 전화벨이 울려 
    아무도 수신하지 않는 그리움을 전송하는 소리 절박하다 
    나야, 외출했나 보구나, 그냥 
    걸어봤어, 사는 게 도무지 강을 건너는 기분이야, 
    하염없이 되돌아오는 신호음에 대고 혼자 중얼거리듯 
    우두커니 서서 나는 마냥 낯설기만 한 
    마음의 서랍 끝내 열어보지 못한다 
    아무래도 외부인 출입금지의 팻말 걸린 문 앞에 
    서성대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니 그보다는 
    대낮에도 붉은 등 켜고 앉아 화투패 돌리며 
    쉬어가라고 가끔 고개돌려 유혹하는 여자들의 거리에 
    와 있는 것만 같아 안절부절이다 순정만화처럼 
    고만고만한 일에 울고 웃던 날들은 이미 강 건너 
    어디 먼 대양에라도 떠다니는지 
    오늘 풍랑 심하게 일어 마음의 서랍 기우뚱거리면 
    멀미 어지러워 나도 쓸쓸해진다 언젠가 
    뭘 그렇게 감춘 것 많냐고 속 시원히 털어놓으라고 
    나조차 열어보지 못한 마음의 서랍 
    우격다짐으로 열어본 사람들 기겁하여 도망치며 혀차던 
    음의 서랍은 서럽다 
    
    
    David Lanz - Before The Last Leaf Falls



 
출처 : 블로그 > 들꽃 향기 | 글쓴이 : 세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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