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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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또 다른 생각 / 이수익

휘수 Hwisu 2006. 1. 24. 10:52



     

     

              다른 생각 /  이수익


      개지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내가 각을 지움으로써 너를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 선창에서

      기름때 묻은 배끼리 서로 부딪치듯이

      부딪쳐서 조금 상하고 조금 얼룩도 생기듯이

      그렇게, 내 침이 묻은 술잔을 네가 받아 마시듯이

      네 숟가락 휘젓던 된장국물을 내가 마시듯이

      그렇게, 서로 친밀해지는 것이다.

      자, 자,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마셔!

      취한 기분에 붙들려 소리를 버럭 내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시간도 참으로 소중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관계도 소중하다.

      시퍼렇게 가슴에 날을 세우고

      찌를 듯이 정신에 각을 일으켜

      스스로 타인 절대출입금지 구역을 만들어 내는 일,

      그리하여 이 세상을 배신하고 모반하는 일은

      네게는 매우 소중한 덕목이다.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경계하고 저주하라, 그대

      불행한 시인이여.



      -현대시 2006년 1월호-

       



     
    출처 : 블로그 > 들꽃 향기 | 글쓴이 : 세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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