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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살구나무 변소 / 박성우 본문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거미」당선
2002년 시집 <거미>(창비) 발행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7년 <가뜬한 잠 >창비
살구나무 변소 / 박성우
부안 감다리집 마당에는
살구나무 변소가 있는데요
볼일 보러 변소로 가면
살구나무가 치마 내리는 것을 훔쳐보다가는요
엉덩이 까고 후딱 앉으면요 후딱
시치미 떼고 서 있는 엉큼한 살구나무가
한눈에 들어오는 변소가 있는데요
안쳐다본 척 하다가는요
볼일 다보고 치마 올리고 일어서는 순간에요
후딱 변소 안을 들여다보는 엉큼한 살구나무가 있는데요
네 칸 널빤지 조각을 대어 변소문짝을 만들었다가는요
뜬금없이 위쪽 한 칸을 떼어내고는
오살헐 살구나무 풍경을 덧대놓은 것이 문제는 문제이겠지만요
그 보담은 오살헐 살구나무와 은근한 뭣을 즐기기라도 하듯
살구나무 변소를 찾는 사람도 문제는 문제인데요
그니깐, 죽으면 죽었지 살구나무 변소에는
얼씬도 못 할 줄 알았던 서울내기 제 색시가요
구린내나는 살구나무 변소를 갔다오더니만요
살구나무 변소 참 좋다 하는 것도 문제는 큰문제이겠지요
알고 보면, 살구나무 변소는요
부안 감다리에 사는 울어머니 작품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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