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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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변소 / 박성우

휘수 Hwisu 2008. 5. 18. 08:51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거미」당선
2002년 시집 <거미>(창비) 발행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7년 <가뜬한 잠 >창비

 

살구나무 변소 / 박성우

 

부안 감다리집 마당에는

살구나무 변소가 있는데요

 

볼일 보러 변소로 가면

살구나무가 치마 내리는 것을 훔쳐보다가는요

엉덩이 까고 후딱 앉으면요 후딱

시치미 떼고 서 있는 엉큼한 살구나무가

한눈에 들어오는 변소가 있는데요

안쳐다본 척 하다가는요

볼일 다보고 치마 올리고 일어서는 순간에요

후딱 변소 안을 들여다보는 엉큼한 살구나무가 있는데요


네 칸 널빤지 조각을 대어 변소문짝을 만들었다가는요

뜬금없이 위쪽 한 칸을 떼어내고는

오살헐 살구나무 풍경을 덧대놓은 것이 문제는 문제이겠지만요


그 보담은 오살헐 살구나무와 은근한 뭣을 즐기기라도 하듯

살구나무 변소를 찾는 사람도 문제는 문제인데요


그니깐, 죽으면 죽었지 살구나무 변소에는

얼씬도 못 할 줄 알았던 서울내기 제 색시가요

구린내나는 살구나무 변소를 갔다오더니만요

살구나무 변소 참 좋다 하는 것도 문제는 큰문제이겠지요


알고 보면, 살구나무 변소는요

부안 감다리에 사는 울어머니 작품이기도 하지요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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