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문예지 <시선>에 소개된 <내 영혼의 깊은 곳> 본문
계간 '시선'에 소개된 <즐거운 인터넷>
마경덕 시인의 블로그, 내 영혼의 깊은 곳
나에게는
다른 세상이 있다. 사이버라는 무한한 공간이다. 대부분 가상의 세계와 현실을 오가며 하루를 보낸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생활마저 변화시키고 말았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두 해 전만 해도 블로그가 무어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인터넷의 대중화로 블로그가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밤을 새며 블로깅을 즐기는 블로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이
실생활에 활용되면서 네티즌의 참여도 목소리도 높아졌다. 네티즌은 시민을 뜻하는 시티즌(citizen)과 통신망을 뜻하는
네트워크(network)의 합성어라고 한다. 네티즌은 보통사람, 즉 대중이다. 인터넷의 힘은 바로 대중의 힘이다.
어느 신문에서 보니 지난 5월 블로그를 찾은 프랑스 네티즌의 비율은 60%로 30~40%인 미국. 영국 . 독일을 제쳤다고 한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프랑스인들이 블로그에 쏟은 시간은 개인당 60분이 넘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블로그를 즐기는 것은 자의식이 강하고 자기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이라 한다. 프랑스에선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블로그가 필수조건‘ 이라니 가히 인터넷의 힘을 짐작할 수가 있다.
‘문학을 키운 건 팔 할이 인터넷’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시를 쓰는 사람이라 인터넷을 통해 많은 시를
보았고 습작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며 느낀 점은 마구잡이로 시를 올려 좋은 시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검증도
안 된 작품을 여기저기 사이트에서 옮겨오거나 임의대로 편집을 해서 원본과 다른 작품도 많았다. 완성도가 낮은 시가 많아 좋은 시 한 편을 찾아
소비한 시간도 적지 않았다. 좋은 시를 한 자리에서 한 눈에 쉽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네이버 블로그를 만나게
되었고 2004년 5월에 「내 영혼의 깊은 곳」이라는 블로그가 인터넷을 향해 출항을 시작했다.
먼저 블로그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블로그'는 Web(웹) + log(일지)의 합성어로 웹의 b와 log가 합쳐진
말이다. log는 사전의 뜻풀이로 '항해일지' '여행일기'라는 뜻으로 컴퓨터에서는 시스템에 접속하거나 통신에 접속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blog에서 log는 인터넷(=웹)이라는 바다에서 사용하는 '항해일지'나 '여행일기'를 말한다. 블로그는 일지(=일기) 형태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블로그의 좋은 점을 살펴보면
① 일기처럼 날짜별로 구성되어 있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손쉽게 기록할 수 있다.
② 완벽한 자료 관리가 가능하다.
③ 독자적인 자료 보관이 가능하고, 저장된 파일을 이메일로 보낼 수 있다.
④ 일반 커뮤니티의 게시판과 달리 콘텐츠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 많은 커뮤니티 기능을 할 수 있다.
⑤ 자신이 작성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동조자가 생겨 광범위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고, 남이 만든 블로그에 가입할 수도 있다.
⑥ 채팅이 가능하며, 특히 채팅한 내용들이 날짜별로 블로그 페이지에 기록된다.
⑦ 웹 브라우저 상에서 실시간으로 콘텐츠의 내용을 볼 수 있다.
(네이버 지식에서)
또한 블로그의 좋은 점은 일종의 1인 미디어 웹 게시판이다. 관리자만이 블로그를 관리할 수 있기에 좋은 점이 많다.
블로그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의무와 함께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나 역시 블로그 특성을 살려 나만의 개성있는
문학 블로그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블로그의 최대 강점은 네이버에 가입하는 순간 자동으로 블로그가 만들어지고 자신이 그 블로그 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과 관련된 지식이 없어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그림 사진 음악 영상 등도 자신의 하드에서
얼마든지 끌어와 올릴 수 있다. 블로그당 5MB 정도의 용량을 무료로 쓸 수 있다. 누구나 텍스트 또는 그래픽 방식을 이용해 자신의 의견이나
이야기를 올릴 수 있고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사진 자료를 올릴 수 있다.
블로그나 카페나 제한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도 혁신적이다. 벽을 헐어버리니 한가족처럼 얼마나 자유로운가? 가입하고 등업을 기다리고 한정된 소수의 인원으로 제한이 되는 기존 카페에 비해 과히 혁신이라고 할만하다.
생각의 파괴가 창조를 낳는다
그렇다고 다 오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공개로 문을 닫아 걸 수도 있다. 원한다면 안부게시판도 비밀글로 설정할 수 있어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
가끔 악성 댓글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아이디를 클릭하면 댓글을 단 사람에게 바로 연결되어 고의적인 댓글을 줄이는 방법이 되었다.
한동안 블로그의 마력에 빠져 밤을 새며 작업을 했다. 먼저 여러 개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방을 들이고 ‘시창고’ 라는 방도 만들었다. 창고에 물건을 쌓듯 그동안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던 시를 부려놓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시를 선별하였다.
주제가 선명하고 참신한 것, 난해한 시보다는 쉽게 와 닿는 시, 그러면서 뜻이 깊은 시를 우선으로 골랐다. 평소 좋아하고 아끼던 시들이 대부분이었다. 작품에 맞는 사진이나 그림을 올려 시각적인 효과도 살렸다. 이미지에 맞는 사진 한 장을 구하려고 한 시간 넘게 헤맨 적도 많았다.
어느 시집을 읽어야할지 추천해달라는 분들도 더러 있어 새로 나온 권할만한 책이나 문학에 대한 정보도 싣게 되었다. 어떤 이는 인터넷에 소개된 시 때문에 시집이 안 팔린다고 우려하지만 내 생각은 그와 반대다. 정보가 없으면 독자들은 시집이 나온 사실 조차 잘 모른다. 더구나 맘에 드는 시 몇 편을 보고 인터넷으로 시집을 구매하는 독자들이 많은데 블로그는 좋은 정보의 장이 아닌가. 인터넷 구매는 서점보다 값도 싸고 발품을 팔지 않아도 배달이 되는 편리함 때문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줄 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인터넷에 떠도는 시는 많은데 대부분 지은이의 이름 밖에는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동명이인도 있을
텐데 정확한 정보가 없어 아쉬웠다. 그래서 지은이의 사진과 약력을 넣기로 했다. 같은 주제를 가진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비교해 보기도 하고 한
사람의 시인을 초대해 대표작 다섯 편을 올리기도 하였다. 누구나 보기 쉽게 깔끔하게 편집했다. 어느 시인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바탕을 검정으로
깔고 글자를 흰색으로 올려 눈도 마음도 어지러워 금방 나오고 말았다.
멋은 있을지 모르지만 깨알같은 글씨. 흐린 글씨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본다. 언제나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기본에 충실하고 누구나 포스팅 해갈 수 있게 블로그를 활짝 열어두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일이다. 하루만 블로그를 비워두면 방문객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방문객 수에 연연하기보다는 블로깅은 독자와의 무언의 약속이다.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블로그를 시작한지 두 해 만에 126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주었다. 하루에 평균
2-3천명이 찾아오지만 로그인을 하지 않고 즐겨찾기로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실제 방문객의 숫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보이지 않은 방문객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블로그는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블로그에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면서 더러 번민하기 시작했다. 늘 시간에 쫓기면서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귀한 시간을 흘려보내나?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라는 갈등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보람도 있었다. 시가 어려운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줄 미처 몰랐다. 이제부터 시에 관심을 가져 보겠다는 메일을 여러 차례 받았다. 또는 시를 놓아버린 지 오래인데 다시 써보고 싶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또 어느 문예창작과 학생은 블로그에 올려진 시를 읽으며 그동안 자신이 시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자신이 무척 좋아하는 유명시인이 있었는데 그 분의 시만 읽었다는 것이다. 블로그에 올려진 시를 둘러보고 무명시인도 이렇게 시를 잘 쓰느냐며 놀랍다고 했다.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좋은 시와 좋은 시인을 만났을 때다. 지면이 없는 무명시인, 흙 속에 묻힌 진주를 발견했을 때 가장 기쁘다. 문학이 힘들어서 포기해버리고 싶은 분들에게 조그만 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문학은 자신과의 끈질긴 싸움이다. 몇 번이나 놔버리고 싶은 문학이 아니던가? 기진해 있을 때 누군가 나의 시 한 편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그 시 한 편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수천 편의 시들이 들어있는 ‘시창고’의 시들을 텍스트로 사용한다는 분들도 많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시를 가려 올릴 참이다.
언젠가 TV에서 돼지 족발집을 방영했는데 그 족발집 아줌마는 휴가 한번 못 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돼지족을 삶는 육수 때문이라고 했다. 보통 이름난 족발집은 수십 년 돼지족을 삶은 국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 육수에 맛이 들어있어 돼지족을
삶으면 맛이 제대로 난다는 것이다. 그 국물을 상하지 않게 보존하려면 매일 끓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휴가 한번 못 갔다고 하였다. 그때는 언뜻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내가 나에게 지키는 약속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맨 먼저 성경 한 구절을
올리는 일이다. 지치고 힘든 영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생명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다. 그래서 블로그 이름도「내 영혼의 깊은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시를 읽고 마음집이 넉넉해졌으면 좋겠다.
계간 <시선> 2006년 가을호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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