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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크지만 마음이 더 큰 사람”, 9일, 조태일 시인 타계 7주기 기념 ‘문학축전’ 열려

휘수 Hwisu 2006. 9. 14. 01:05
조태일 시인 생전 모습
▲ 조태일 시인 생전 모습

“모든 맹렬한 싸움은 끝났다 / 이 고요하고 고요한 시간에 / 가릴 것은 가리고, 버릴 것은 버려야지 // 사람아, 사람아, 떠나가라 / 나로부터 떠나가라 / 내가 딛는 땅도 내가 받는 밥상도 / 떠나가라 떠나가라 // 그리하여 혼만 남고 내 육체도 / 내가 걸치는 옷도 땅도 때도 / 손톱도 발톱도 털도 떠나가라” (조태일 시인의 『국토』, 「내가 뿌리는 씨앗은」중에서)

죽은 사람은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시단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바로 ‘국토 시인’이라 불리는 죽형(竹兄) 조태일 시인이 그렇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7년이 됐지만 문단에서 그는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문인들이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시인은 1941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아침선박」으로 등단한 이후 일찍이 주목받는 민족, 민중시인의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식칼론』, 『국토』 등의 시집으로 “1970년대 정치적 암흑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판을 가한 반골의 시인이자 강골의 시인”(염무웅 문학평론가)으로 평가 받았으며, 그의 시는 “짓밟히고 살아온 민중의 지혜와 우리 삶의 원천인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황홀한 눈뜸”(신경림 시인)을 보여줬다. 

또 그는 뛰어난 시적 감수성과 함께 탁월한 시안(詩眼)을 가진 시인이었는데, 그는 1969년에 한국 시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월간 시전문지 『시인』을 창간해 70년대 대표 시인인 김지하를 비롯해 양성우, 김준태, 채광석, 박남준, 이도윤 등 걸출한 시인들을 배출해 냈다.

위에서부터 1969년 창간된 월간
『시인』, 80년대 무크지로 복간된
『시인』, 2003년 재복간된 『시인』
ⓒ《시와시인》
또한 1977년 양성우 시집 『겨울공화국』 발간 사건에 연루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고은 시인과 함께 투옥돼 옥고를 치른 일이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임시총회와 관련 계엄법 및 포고령 위반으로 신경림 시인, 구중서 문학평론가 등과 함께 옥고를 치른 이력은 그가 누구보다 실천적 문학인이었음을 반증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조태일 시인이 많은 문인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은 그의 ‘인간다운 면모’ 때문일 것이다. 조태일 시인과 가깝게 지냈던 문인들은 하나 같이 그에 대해 “몸도 크지만 마음이 더 큰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 시인과 ‘부자지간’을 맺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던 임동확 시인은 “워낙 덩치가 크고 무뚝뚝해서 멀리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알고 보면 정이 깊은 사람”이라면서 “주먹밥과 동치미를 만들 줄 알고 화분에 난 풀에게 물을 줄 주 아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 시인 생전에 절친한 ‘술’친구이자 조 시인이 창간했던 월간 『시인』으로 등단한 이도윤 시인은 “원칙적이고 편법이 없던 사람”으로 그를 기억했다. “삶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원칙을 고수했는데, 그는 민중시의 내용을 바탕에 두되 시 자체에 있어서는 서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또 “조 시인은 뒤 끝이 없는 대신 앞에서 호통치는 스타일의 선배였는데 그래서 혼나서 멀어지거나 외형적인 무뚝뚝함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워 하는 후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조 시인에게 “유일하게 혼나지 않은 시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조 시인의 생전 모습을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문인들의 노력으로 지난 2003년 4주기 추모식 때는 그의 고향인 전남 곡성군에 위치한 태안사에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이 들어섰으며, 김지하, 이도윤, 임동확 시인 등의 주도로 『시인』지가 반년지로 복간됐다. 

조태일 시인 타계 7주기 기념  ‘문학축전’ 포
스터

이번 7주기에는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임헌영)이 주최하는 ‘죽형 조태일 문학축전’이 전남 곡성 태안사 경내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야외무대에서 펼쳐진다. 9일 오후 3시30분부터 진행되는 이번 문학축전에는 송기숙, 리명한, 김지하, 양성우, 김준태, 홍일선, 나희덕, 이도윤, 임동확 등 전국 문인 100여명이 참석해 조태일 시인의 문학과 삶을 재조명할 계획이다. 

행사는 김준태 시인의 기조강연과, 조태일 시인의 대표작 및 추모시 낭송, 노래 및 춤, 클래식 공연 등으로 꾸며진다. 

조 시인은 시집 『아침선박』(1965), 『식칼론』(1970), 『국토』(1975), 『가거도』(1983), 『자유가 시인더러』(1987) 『산속에서 꽃속에서』(1991), 『풀꽃은 꺽이지 않는다』(1955),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1996) 등 여덟 권의 시집과 시선집 『연가』, 『나는 노래가 되었다』 등을 펴냈으며, 제1회 편운문학상, 제35회 전라남도문화상, 성옥문화대상, 제10회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곳 / 그곳이 나의 고향 / 그곳에 묻히리. // 햇볕 하염없이 뛰노는 언덕배기면 어떻고 / 소나기 쏜살같이 꽂히는 시냇가면 어떠리 / 온갖 짐승 제멋에 뛰노는 산속이면 어떻고 / 노오란 미꾸라지 꾸물대는 진흙밭이면 어떠리 //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는 길목, / 그곳이면 어떠리 / 그곳이 나의 고향, / 그곳에 묻히리.//” (조태일 시집 『풀꽃은 꺽이지 않는다』 중에서)

 

출처, 컬쳐뉴스, 위지혜기자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