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황병승 시모음 본문
1970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현재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
2003년 『파라21』에
주치의 h」외 5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 2005년 렌덤하우스중앙
검은 바지의 밤
호주머니를 잃어서 오늘밤은 모두 슬프다
광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모두 서른 두 개
나는 나의 아름다운 두 귀를 어디에 두었나
유리병 속에 갇힌 말벌의 리듬으로 입맞추던 시간들을.
오른 손이 왼쪽 겨드랑이를 긁는다 애정도 없이
계단 속에 갇힌 시체는 모두 서른 두 구
나는 나의 뾰족한 두 눈을 어디에 두었나
호수를 들어올리던 뿔의 날들이여.
새엄마가 죽어서 오늘밤은 모두 슬프다
밤의 늙은 여왕은 부드러움을 잃고
호위하던 별들의 목이 떨어진다
검은 바지의 밤이다
폭언이 광장의 나무들을 흔들고
퉤퉤퉤 분수가 검붉은 피를 뱉어내는데
나는 나의 질긴 자궁을 어디에 두었나
광장의 시체들을 깨우며
새엄마를 낳던 시끄러운 밤이여.
꼭 맞는 호주머니를 잃어서
오늘밤은 모두 슬프다
199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원 볼 낫싱
흰색--검은색--초록으로 가는 은밀한 순서 울게 만드는 것을 나는 증명할 것이다
여섯 시에 병들고 아홉 시에 죽고 열두 시에 다시 태어나는 굴레
한 소년이 철로 변에 누워 기역자로 죽어간다
밤이다,
꽃술이 달린 소녀의 머리띠가 호수의 수면 위로 떠오를 때
하얗게 눈이 멀고,
진창을 지나 아홉 시.
흰색--검은색--초록으로 가는 굴레 울게 만드는 것,
하늘에서 짠물이 쏟아지면, 호숫가의 누이도 젖고 아버지도 기차도 젖고
숨소리조차 젖을텐데... 들어라 이 엄마의 마지막 잔소리, 검둥아
씻어라 깨끗이 씻고 넘어가라
들판을 지나 열두 시.
초록 물이 검은 언덕을 타넘고 있다
2003년 파라 21 가을호 당선작
마음으로만 굿바이
차창에 기대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잠들었을 때 나는 네가 그 상태로 숨이 끊어져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바랐다 긴 머리 원피스 녹색 타이츠의 소녀여 땀에 젖은 속옷이 열기를 뿜어대는 밤 우리는 조금 가까워졌고 가슴 속 네 발 짐승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어 너를 어떻게 해야할까! 안녕 널 보내주고 싶은데 컹 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아
이봐, 신사양반 좀 점잖게 굴어! 그런데 가만, 이 미친 계집애가 오히려 내 목을 물어뜯을 셈이군 뻐근해, 싫어 이 기분
차창에 기댄 너의 발그레한 두 뺨이 슬프게 떨릴 때 나는 네가 그 슬픔 속에서 심장을 움켜쥔 채 고꾸라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제발 내 옷소매를 놓아줘 축축한 양말이 미끌거리는 밤 가슴 속엔 으르렁거리는 이빨들이 추위에 떨고 있어 긴 머리 원피스 녹색타이츠의 소녀여 너를 이렇게 두어도 될까!
이 더러운 계집애 이 더러운 계집애, 가랑이 속에 냄새나는 털을 잔뜩 품고 있으면서! 구역질 나, 싫어 이런 감정
미안해 미안해, 말하고 싶지만 사나운 발톱이 네 얼굴을 못 쓰게 만들어버릴 것 같아 다가서고 싶지만 널 한입에 물어 죽일까 두려워
너는 부드러운 손길 다정한 목소리 모두 나에게 주었지만 나는 너에게 줄 것 아무 것도 없고 너를 얌전히 보내주기도 싫어 뒤죽박죽의 머리칼이 불처럼 타오르는 밤 너를 이대로 보내도 좋을까! 긴 머리 원피스 녹색 타이츠의 소녀여, 마음으로만 마음으로만 굿바이
살인마(殺人魔)_Birthday Rabbit
우비를 샀다
이 저녁의 엄마는 다정한 불빛 아래서
음식을 장만하고 있겠지 누군가의 생일이라서
누굴까, 빨간 눈 솟은 귀 바로 나라는 네발짐승의.
막다른 골목에서 느긋하게 우비를 걸치고
탄생을 노래하는 이어폰을 꽂고
나는 처음 마주치는 여자의 뱃속으로 뛰어들었지
여자가 눈을 뒤집고 신음조차 내뱉지 못할 정도로
뱃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잔치를 열었지
이 저녁 엄마는 좋은 냄새로 가득한 식탁을 차리고 기다릴 것이다
이제 핏물이 흐르는, 아기 피부 같은 우비는 그만 벗고
선물도 받았겠다
축하해, 라고 말하는 눈빛으로 잠들어서 좋다, 이 여자
뒤로한 채 엄마에게 가야지
기다리다 기다리다 있는 대로 신경질을 부릴.
오늘이 대체 무슨 날이길래, 누구? 바로 나라는 네발짐승의.
그러나 집 앞에 와서야 나는 늘 깨닫지
불 밝힌 창도 엄마도 근사한 식탁도 없다는 걸
오늘도 당신 없이 생일을 맞았으니 단단히 일러둬야지
엄마 엄마 오늘은 내일은 오늘 말구 내일은
또다시 누군가의 생일......
당신이 눈을 뒤집고 사지를 벌벌 떨던 그 옛날
당신의 캄캄한 뱃속에서 덜컥, 살인의 묘미를 알아버린 아가
차가워진 당신의 몸을 열고 버젓이 태어난 희대의 살인마
누굴까, 빨간 눈 솟은 귀 바로 나라는 네발짐승의.
판타스틱 로맨틱 구름
변덕쟁이 여자는 늙도록 이곳저곳을 흘러다니며 구름만큼이나 많은 남자들을 만났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나의 이름은 구름이다, 구름만큼이나 시시한 소개를 늘어놓으며 판타스틱 로맨틱 언덕에서 첫아이를 뚝 떼어 만들고 이름 모를 호수와 굴뚝을 옮겨 다니며 구름만큼이나 많은 아이들을 남겨둔 채 어디론가 흩어졌다 구름만큼이나 가벼운 짓이었다 어머니 없이 자란 소녀들은 어느새 주먹만한 유방을 달고 어머니를 쏙 빼닮은 얼굴로 크고 작은 고민에 빠진다 아름다운 것 비극적인 것에 이끌려 진정한 로맨스가 무엇인가 만남과 이별 눈물과 후회 날마다 수다를 떨고 솜털의 소년들은 소녀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며 나의 이름은 구름이다, 구름만큼이나 낡아빠진 목소리로 위대한 것 웅장한 것을 노래하느라 정신이 없다 꿈속의 아버지들이 짓다 허문 모래성이라는 것 이미 들통났는데...... 창밖의 판타스틱 로맨틱 소년 소녀들은 뭉쳤다 흩어지고 다시 뭉쳤다 흩어지며 오후 내내 구름만큼이나 시시한 짓들을 벌이고 있었다.
이파리의 식사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어요
어머니 빗소리가 좋아요
머리맡에서 검정 쌀을 씻으며 당신은 소리 없이 웃었고
그런데 참 어머니는 재작년에 돌아가셨잖아요
나는 두 번 잠에서 깨어났어요
창가의 제라늄이 붉은 땀을 뚝뚝 흘리는 여름 오후
안녕 파티에 올 거니 눈이 크구나 짧고 분명하게 종이인형처럼 말하는 여자친구
하나 갖고 싶은 계절이에요
언제부턴가 누렇게 변한 좌변기,에 앉아 열심히 삼십세를 생각하지만 개운하지 않아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저 제라늄 이파리 어쩌면 시간의 것이에요
사람들과 방금 했던 약속조차 까맣게 잊는 날들
베란다에 서서 우두커니 놀이터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하나 둘 놀던 아이들이 지워지고
꿈속의 시계 피에로 들쥐들이
어느새 미끄럼들을 차지하는 사이......
거울 앞에 서서 어느 외로운 외야수를 생각해요
느리게 느리게 허밍을 하며. 오후 네 시,
바람은 꼭 텅 빈 짐승처럼 울고
살짝 배가 고파요
여장남자 시코쿠
하늘의 뜨거운 꼭지점이 불을 뿜는 정오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악수하고 싶은데 그댈 만지고 싶은데 내 손은 숲 속에 있어)
양산을 팽개치며 쓰러지는 저 늙은 여인에게도
쇠줄을 끌며 불 속으로 달아나는 개에게도
쓴다 꼬리 잘린 도마뱀은
찢고 또 쓴다
그대가 욕조에 누워있다면 그 욕조는 분명 눈부시다
그대가 사과를 먹고 있다면 나는 사과를 질투할 것이며
나는 그대의 찬 손에 쥐어진 칼 기꺼이 그대의 심장을 망칠 것이다
열두 살 그때 이미 나는 남성을 찢고 나온 위대한 여성
미래를 점치기 위해 쥐의 습성을 지닌 또래의 사내아이들에게
날마다 보내던 연애편지들
(다시 꼬리가 자라고 그대의 머리칼을 만질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약속하지 않으련다 진실을 말하려고 할수록 나의 거짓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어느 날 누군가 내 필통에 빨간 글씨로 똥이라고 썼던 적이 있다
(쥐들은 왜 가만히 달빛을 거닐 지 못하는 걸까)
미래를 잊지 않기 위해 나는 골방의 악취를 견딘다
화장을 하고 지우고 치마를 입고 브래지어를 푸는 사이
조금씩 헛배가 부르고 입덧을 하며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포옹을 할 때마다 나의 등 뒤로 무섭게 달아나는 그대의 시선!
그대여 나에게도 자궁이 있다 그게 잘못인가
어찌하여 그대는 아직도 나의 이름을 의심하는가
시코쿠, 시코쿠,
붉은 입술의 도마뱀은 뛴다
장문의 편지를 입에 물고
불 속으로 사라진 개를 따라
쓰러진 저 늙은 여자의 침묵을 타넘어
뛴다, 도마뱀은
창가의 장미가
검붉은 이빨로 불을 먹는 정오
숲 속의 손은 편지를 받아들고
꼬리는 그것을 읽을 것이다
(그대여 나는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렬한 거짓을 말하련다)
기다리라, 기다리라!
주치의h
1
떠나기 전, 집 담장을 도끼로 두 번 찍었다
그건 좋은 뜻도 나쁜 뜻도 아니었다
h는 수첩 가득 나의 잘못들을 옮겨 적었고
내가 고통 속에 있을 때면 그는 수첩을 열어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 주었다
나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커다란 입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깊이 더 깊이
아버지와 어머니 사랑하는 누이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더 크고 많은 입을 원하기라도 하듯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귀에 이마에 온통 입을 달고서
입이 하나 뿐인 나는 그만 부끄럽고 창피해서 차라리 입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2
입 밖으로 걸어나오면, 아버지는 입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조용한 사람이었고 어머니와 누이 역시 그러했지만,
나는 입의 나라에 한번씩 다녀올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침묵의 식탁을 향해
‘제발 그 입 좀 닥쳐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집을 떠나기 전 담장을 도끼로 두 번 찍었지만
정말이지 그건 좋은 뜻도 나쁜 뜻도 아니었다
버려진 고무인형 같은 모습의 첫 번째 여자친구는 늘 내 주위를 맴돌았는데
그때도(도끼질 할 때도) 그 애는 멀찌감치 서서 버려진 고무인형의 입술로 내게 말했었다
“네가 기르는 오리들의 농담 수준이 겨우 이 정도였니?”
해가 녹아서 똑 똑 정수리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h는 그 애의 오물거리는 입술을 또박또박 수첩에 받아 적었고
첫 번째 여자친구는 떠났다 세수하고 새 옷 입고 아마도 똑똑한 오리들을 기르는 녀석과 함께였겠지
3
나는 집을 떠나 h와 단둘이 지내고 있다 그는 요즘도 나를 입의 나라로 안내한다
전보다 더 많은 입을 달고 웃고 먹고 소리치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랑하는 누이가 둘러앉은 식탁으로
어쩌면 나는 평생 그곳을 들락날락 감았다떴다, 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더는 담장을 도끼로 내려찍거나 하지 않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4
이제부터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악수하고 돌아서고 악수하고 돌아서는,
슬프지도 즐겁지도 않은 밴조 연주 같은... 다른 이야기는 없다 스물 아홉,
이 시점에서부터는 말이다 부작용의 시간인 것이다
그러나 같이 늙어 가는 나의 의사선생님은 여전히 똑같은 질문으로 나를 맞아주신다
“이보게 황 형. 자네가 기르는 오리들 말인데, 물장구 치는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낡고 더러운 수첩을 뒤적거리며 말이다.
쓰리 아웃 체인지
북향이던 집이 남향이 되고
더워 못살겠네 무덤 속에나 있어야할 아빠가
흙발을 탈탈 털며 이 방 저 방 들락거리고
엄마 옷을 꺼내 입은 친할머니가 내 등을 토닥이며
독 안에라도 들어가야지 죽는 것 보단 낫잖니
빼빼 마른 배를 쓸며 나는 울긋불긋 입덧을 한다
살아야지요
천둥이 치고
저쪽 하늘에선 벌거벗은 엄마가
추워 죽겠네 아래턱을 덜덜 떨며 통곡을 하고
북향이 남향이 된 집에서
죽은 아빠가 한나절 여기저기 흙칠을 하다 떠나간 집에서
향 피우는 냄새에 자꾸만 헛구역질이 치미는 집에서
할머니는 곤지곤지 잼잼 혼자 놀았다
참다 참다 못한 엄마가 뛰어 들어와
(저쪽 하늘은 잠깐 조용해지고)
빼빼 마른 뱃속에서 끄집어낸 핏덩이를 내게 건네며
네 아부지 꼴 좀 봐라
카랑카랑한 엄마의 목소리가 유리창을 흔들고
할머니가 엄마의 원피스를 벗어 던지고
남향이던 집이 다시 북향이 되고.
아랫도리가 딱딱해진 채 꿈에서 깨어났을 때,
살이 디룩디룩한 엄마
제사장에 올릴 전을 부치며
드라마 속, 맨발로 달아나는 늙은 여자를 향해
독 안에 어떻게 들어가니 차라리 죽고 말지!
검은 떡을 맛없게 씹고 있었다.
커밍 아웃
나의 진짜는 뒤통순가 봐요
당신은 나의 뒤에서 보다 진실해지죠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싶은 나는
얼굴을 맨바닥에 갈아버리고
뒤로 걸을까 봐요
나의 또 다른 진짜는 항문이에요
그러나 당신은 나의 항문이 도무지 혐오스럽고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싶은 나는
입술을 뜯어버리고
아껴줘요, 하며 뻐끔뻐끔 항문으로 말할까봐요
부끄러워요 저처럼 부끄러운 동물을
호주머니 속에 서랍 깊숙이
당신도 잔뜩 가지고 있지요
부끄러운 게 싫어서 부끄러울 때마다
당신은 엽서를 썼다 지웠다
손목을 끊었다 붙였다
백년 전에 죽은 할아버지도 됐다가 고모 할머니도 됐다가...
부끄러워요? 악수해요
당신의 손은 당신이 찢어버린 첫 페이지 속에 있어요
사산(死産)된 두 마음
땅속에 거꾸로 처박힌 광대처럼
열 두 살, 사탕을 너무 먹어서
두 발은 계속 허공을 걷는다
시간은 좀도둑처럼 죽어가고
딸꾹 딸꾹 조금씩 죽어가고
참새들은 그것을 재밌어 한다
서른 여섯 살의 악마가 다가와 열두 살의 나를 지목할 때까지
(딸꾹거리며)
검은 칼을 든 악마가 열두 살의 내 목을 내리칠 때까지
(딸꾹, 딸꾹거리며)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이 당속의 자식아!
흙 속에 처박힌 열두 살,
귓속의 매미는 잠들지 못한다.
문학사상, 2005년 12월호 발표 / 제6회 미당·황순원문학상 최종 후보작
앨리스 맵map으로 읽는 고양이 좌座
그녀는 고양이 좌, 몽상에 빠져 줄거리도 다양한 별자리
며칠 째 묘지를 돌아다니느라 주사위의 검은 점이 여섯 개나 박힌
그녀는 창문을 향해 여왕처럼 걸었다
마치 마치 마치... 겨울이군요 너와 나의 티격태격 주사위를 굴리며 너와 나의 울퉁불퉁한 운명이
얼기설기 그려 가는 앨리스 맵 13월에서 14월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산 자들이 시름시름 앓는 별자리
우리는 이상하게 예쁘게 지구에 남아
밤 풍경을 바라보는 쓸쓸한 궤도에서
마치 마치 마치 하며 구르는 주사위... 같은 자리를 돌고 있네요 이 세상에는 없는 곳을 여행하며. 창가의 새를 쥐었다, 놓았다 쌍쌍의 남녀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3월에서 5월 그녀는 처음 만난 사내를 쥐었다, 집에 뱀이 있는 것 같아 무서워서 못 들어가겠어요
(......당신허리띠뱀가죽이잖아)
놓았다,
검게 죽은 발톱을 뱃속 깊이 감추고
밤하늘 한 편에 외롭게 웅크린 고양이 좌, 그녀는
어색한 동작으로 겨드랑이를 긁다가
슬쩍슬쩍 자신의 성기를 핥고 건드리는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튀어 오르는 별자리
축축한 붉은 점이 네 개
우리는 이상하게 모질게 지구에 남아
날이 새도록 밤거리를 헤매는 쓸쓸한 궤도에서
다짐했다 매일매일 다짐하고 다짐했다 (겨울) 그러자 입이 삐뚤어졌다
그래서 그래서... 여름으로부터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너와 나의 앨리스 맵을 펼치면, 당신은 검은 왕관 검은 드레스를 차려입고
(플로어가 돌아가는 연회장) ...당신의 이름일랑 까맣게 잊었다네 잊어버리려네
당신과의 한때 불장난일랑 무덤 속의 여왕으로 남겨두고... 왈츠!
왈츠를 추는 말쑥한 차림의 도둑고양이들을 바라보며 당신은 드레스를 쥐었다, 놓았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목을 쳐라! 목을 놔둬라...
시간, 때 묻은 시간을 세는 당신 마치 마치 마치 씹 같은 패턴이죠 하찮아요 그녀는 노래하고 나는 듣는다 그래서 그래서,로만 시작하는 저 밑도 끝도 없는 불쌍한 사랑기계들,
(이를테면 고양이 얼굴이기도 하고 주사위 공장이기도 하다)
첫 키스... 너무 어지럽게 꼬여있는 얘기란 말이죠 긴 수염의 얼굴 하나 사라졌다 튀어 오를 때마다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미로처럼. 굴려보세요,
첫 키스... 그렇죠 당신의 첫 키스 이번엔 몽롱한 노란 점이 몇 개나 나올까요
그녀는 울고 나는 듣는다 우리는 이상하게 예쁘게 지구에 남아
13월에서 14월 너와 나의 앨리스 맵을 펼치면
대체 어느 별의 찌그러진 지도일까 삐뚤어진 입술로 삐뚤어진 목소리로
몽상에 젖어 울음소리도 다양한 별자리
고양이 좌.
왕은 죽어가다
그러나 나의 악기는 아직도 어둡고 격렬하다
그대들은 그걸 모른다,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구나
그때 그대들을 나무랐던 만큼 그대들은 또 나를 다그치고
나는 휘파람을 불며 가까스로 슬픈 노래의 유혹을 이겨내고 있는데
오늘 밤도 그대들은 나에게 할 말이 너무 많고
우리는 함께 그걸 나눠 갖기는 틀렸구나,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구나
불의 악기며 어둠으로부터의 신앙(信仰)......
그렇다, 나는 혼돈의 음악을 연주하는 대담한 공주를 두었나니
고리타분한 백성들이여,
기절하라! 단 몇 초만이라도
내가 뭐, 라는 말밖에 나는 할 수가 없구나
저기 붉은빛이 방문하고 푸른빛이 주저앉는다,
라는 암시밖에는 할 수가 없구나.
* 왕은 죽어가다 - 이오네스코의 희곡 제목
겨울_홀로그램
소년은 늙도록 잠을 잔다
꿈이 바닥 날 때까지
아버지와 이름이 뒤바뀔 때까지
노랑 안에서 새빨간 뱀 한 마리가 나의 침대를 차지하고
파랑 속에는 막 불타오르는 꽃나무들
새들은 빨강 안에서 건성으로 노래하다
검정 속에는 복면을 한 아버지가 누이의 스커트를 입은 채 잠이 들고
초록 안의 어둠 속에서 늙은 개와 비밀을 한 가지씩 털어놓을 때
노랑 속의 나의 눈은 멀고
파랑 안의 장미는 녹고
때를 기다리면 시간은 순간처럼 지나가지
꽃 한 번 피워보지 못하고 시들어버렸지만
44구경, 한때 그 험한 녀석을 내가 키웠었지 화분이야 나는 화분이었어
늙은 개는 이렇게 말한다
새들은 불타는 숲에 모여 차가운 눈빛을 모으고
초록, 화분에 숨어 올려다보는 검정 속의 하늘
전진하는 눈(雪).
고양이 짐보
내가 갸르릉거리면요......딴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니까요
내 이름은 짐보 나쁜 친구들과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아요 쥐는
옛날부터 싫었구요 이 골목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알죠
세탁소집 아이는 미용사가 꿈이구요 열여덟에 결혼한 수리공 마키는
말할 때 눈을 찡긋거리는 버릇이 있고 대장장이 키다리는
아침부터 술이지요
내가 밤늦도록 갸르릉거리면요......
당신이 천방지축 꼬마였을 때 내가 아프게 할퀸 적 있구나,
그렇게 생각해요 딴 뜻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시답잖은 얘기예요 고양이에게 왕국이니 전설이니......
당신들보다 나이를 조금 더 먹었을 뿐 내 이름은 짐보
지붕을 뛰어넘다 애꾸가 되었구요 동네 고양이들은 나를 점프 왕
짐보
그렇게 놀리더군요 나쁜 마음을 먹을라치면 벌써 먹었죠
우리 고양이들은 칼날 같으니까요
그러나 눈이 꼭 두개일 필요 있나요 친구들은 이 마을 저 마을
들쑤시고 다니지 못해 안달을 하지만 많이 안다고
다 아는 건 아니죠 내 이름은 그냥 짐보 이 골목만큼은
눈감고도 걸을 수 있죠
내가 만일 밤늦도록 갸르릉거리면요......
당신은 아직 꼬마고 당신은 울고 싶은 일이 참 많고
그러나 그 모든 게 지난 밤, 짐보가 할퀴고 간 상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당신들보다 나이를 조금 더 먹었을 뿐
딴 뜻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ceshire cat's psycho boots_8th sauce
-앨리스 부인의 증세
나는 (당신)을 가지고 있어요 댁들처럼 (당신)이라는 가죽주머니를 나도 가지고 있지요 처음 그대가 나에게 왔을 때 나는 그대를 (당신), 하고 불러봤겠죠 행복했겠죠 내가 (당신)(당신) 부르면 그대도 즐겁게 안녕, 하고 답했으니까요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불렀을 거예요 (당신)(당신) 가죽주머니 가득한 소리들 그대는 머리가 아팠겠죠 왜 안 아팠겠어요 그대 떠나고 공처럼 부풀었던 가죽주머니가 삼 백 예순 날 (당신)(당신)을 연신 노래하는데 눈앞이 다 깜깜 했었지요
(당신)이 텅 비었을 때쯤 두 번째 그대가 왔어요 그러나 두 번째 그대는 너무 작아서 아니 가죽주머니가 대책 없이 늘어나 버려서 (당신), 하고 부르면 나? 못 알아들었지요 그대가 더 필요 했어요 댁들은 그걸 양다리라고 한다지요 그러나 좋아요 가죽주머니 속의 두 번째 그대들에게 (당신), 하고 부르면 듣기 좋은 소리로 안녕, 듀엣으로 답했으니까요 그리고 가죽주머니가 다시 빵빵해졌을 즈음 그대들은 알게되었어요 도대체 너는 (당신)이 몇이니?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그대들은 듀엣으로 떠나갔겠죠 가죽주머니는 삼 백 예순 날 제곱으로 (당신)(당신) 울고 어느새 (당신)은 포대자루만큼 늘어졌겠지요 이제는 그대들 그대들이 더 많아야만해요 댁들은 그런 나를 잡년 화냥년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런 년이 아니에요 나는 오로지 (당신)뿐이니까요
부드럽고 딱딱한 토슈즈
나 아끼코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나빠요 싫은 행동이에요, 라고 말하는 순간
나 아끼코가 더 나쁜 사람이 되고 마는 건 왜일까
그렇다고 침묵을 하면 뭔가 달라질까
그래도 역시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
나 아끼코를 초(超)비참하게 만들지 않는 한
앞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꼭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라고 타협을 할까 한다
저녁에는 극단의 언니 오빠들과 함께 장어 멍게 해삼을 먹었다
그것들의 공통점은 물에서 산다는 것이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지는 모르겠다
서로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인지도
나 아끼코는 모르겠다
장어 한 번 멍게 한 번 그리고 해삼....이렇게 순서대로 먹었다 계속해서
뭔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나 아끼코는 한껏 온아한 표정으로
건배를 하고 뉴스를 보며 오물오물 수다를 떨었다
아끼코 상! 아끼코 상!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한다는 것은 그것이 머리의 차가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비옷을 입은 기자는
장마통에 집이 무너져 사람들이 깔려 죽었다고 전한다
나 아끼코에게 집이라는 건 빗소리를 듣기에 참 좋은 장소인데....
비 때문에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깔려 죽었다는 보도는
언제 들어도 즐거움과 초재미를 준다
세븐틴
지난밤 우리는 나쁜 마음 못생긴 얼굴로 엑스를 했지
파아악 냄새를 풍겼어 아줌마 아저씨들 인사를 기다리는 눈치였지만
우리는 아침부터 오를 죽이고 더럽게 아름다워졌어 아름다워지기 시작했지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결국 모두 한 이웃이라고 아줌마 아저씨들 입을 모았지만
우리는 오를 살해하고 구체적으로 타지(他地)사람이 되어갔어
이 노래에서 저 노래로
결국 같은 종점이라지만 우리는 처음 지나는 노선을 몇번이고 돌며
나쁜 마음 못생긴 얼굴로 가슴속에 맺힌 노래를 불렀지
파아악 물탱크처럼 차올랐어 땅거미가 질 때까지
이 옥상에서 저 옥상으로 결국 하나의 숲이었지만
우리는 잠자리를 옮겨 다니며 조금씩 젖어들었지 굿 나잇, 버릇없는 인사를 던지며
아줌마 아저씨들 쓰러진 오를 안고 결국 하나의 무서운 법칙만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지만
더럽게 시끄러웠고 우리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이 계단에서 저 계단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며 엑스엑스에 도전했지
파아악 한꺼번에 미끄러졌지
너무 작은 처녀들
소년도 소녀도 아니었던 그 해 여름
처음으로 커피라는 검은 물을 마시고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삐뚤빼뚤 엽서를 쓴다
누이가 셋이었지만 다정함을 배우지 못했네
언제나 늘 누이들의 아름다운 치마가 빨랫줄을 흔들던 시절
거울 속의 작은 발자국들을 따라 걷다보면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놓아둔 흰 자루들
자루 속의 얼굴 없는 친구들은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스무 살의 나에게 손가락 글씨를 쓴다
그러나 시간이 무엇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새들은 무거운 음악을 만드느라 늙지도 못했네
언제나 늘 누이들의 젖은 치마가 빨랫줄을 늘어뜨리던 시절
쥐가 되지는 않았다 늘 그 모양이었을 뿐.
뒤뜰의 작은 창고에서 처음으로 코밑의 솜털을 밀었고
처음으로 누이의 젖은 치마를 훔쳐 입었다 생각해보면,
차라리 쥐가 되고 싶었다
꼬리도 없이 늘 그 모양인 게 싫어
자루 속의 친구들을 속인 적도 상처를 준적도 없지만
부끄럼 많은 얼굴의 아이는 거울 속에서 점점 뚱뚱해지고
작은 발자국들을 지나 어느새 거울의 뒤쪽을 향해 걷다보면
계절은 겨울이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시간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어둠속에서
조금 울었고 손을 씼었다
《파라21》2004년 겨울호
시코쿠
(달이 동네 개들을 다 잡아 먹었구나 쿵쾅쾅 천장을 달리며 외로운 숙녀 시코쿠)
쉽게 말하거나 어렵게 말하거나 모두 진실이었으므로
똑같이 나의 고백은 아름답다
6은 9도 된다
잊지 못할 이여 가구처럼 있다가 노루처럼 튀어 오르는
가지도 오지도 않는 당신이여 속삭이는 두려움이여
(너무도 키스를 원하는데 프랑스에서 프렌치 키스를 잔뜩 배웠는데 아무도 입술이 없구나 호주에서 호치키스나 배울 걸 수챗구멍에 대고 외로운 신사숙녀 시코쿠)
말할 때 코를 만지는 자는 자기 세계에 갇혀있는 자요 무릎을 긁는 자는 익살꾼이며
상대의 얼굴을 꿰뚫는 자는 초월한 자이다, 라고
꿈속의 소년이 말했다
새 이름을 지어주러 왔니
코를 만지며 내가 물었다
대답대신 소년이 건네는 한 장의 사진
시코쿠가 기차에 오르고
잘 가 나를 잊지 말아라
시코쿠였던 자가 역에 남아 손을 흔든다
죽을 때까지 어떠한 이름으로도 불려지지 않으리
속삭이는 두려움이여 나를 풍차의 나라로 혹은 정지
(일 년 열두 달 내가 움켜쥐고 있던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 금새 밋밋해지던 나의 목소리여 손바닥을 칼로 푹 찌르며 외로운 신사 시코쿠 시코쿠)
당신만 죽어 없어진다면 나도 내 자리로 간다
그러나 세계를 이해한다는 건 애초부터 그른 일 사로잡히다, 라는 건 무슨 뜻일까요
아저씨의 세계를 내어주세요
꿈속의 소년이 돌아섰다
무시무시한 이름인 걸
무릎을 긁으며 내가 말했다
시코쿠가 기차에서 뛰어내리고
시코쿠였던 자가 도망친다
제발 좀 나를 무시하라!
(달이 한 뭉치의 구름으로 피 묻은 얼굴을 닦아내고 컹 컹 컹 사납게 짖어대는 밤! 치마를 갈가리 찢으며 외로운 여장남자 시코쿠 시코쿠)
감추거나 혹은 드러내거나 6은 9도 되어야했으므로
나의 옛 이름은 언제나 우스꽝스러웠다
잊지 못할 이여 가구처럼 있다가 노루처럼 튀어 오르는
가지도 오지도 않는 당신이여
속삭이는 두려움이여 나를 풍차의 나라로 혹은 정지.
앵무새
달빛은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주머니가 텅 비도록 지껄였다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떴고
등 뒤로 잎이 지고 있었다
곧 겨울이었다
무섭도록 쭉 뻗은 선로를 따라 걸었다
덜컹거리는 정신을 목적지로 이끄는
이 긴 사상의 회초리
걸음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비둘기들이 구구 울었다
불 주위로 빙 둘러선 늙은 사내들이
무질서하게 타오르는 불길과 묵묵히 악수놀이를 했다
분명 사람들은 아니었다, 궁금한 건
겨울의 두터운 외투 주머니 속에는
모두 몇 개의 불이 담겨 있을까
여자는 오늘도 집에 없었다
한 잔 가득 찬 우유를 따라 마시고
거울앞에 서서 어느 코미디언의 한물간 제스처를 흉내내었다
거울 속의 남자가 빨간 루주로 X표를 쳤다
방안 가득 어지럽게 널린 여자의 옷가지들
몸을 샅샅이 알아버린 뒤에
우리는 쉽게도 서로에게 공포가 되었다
달력의 그림처럼 흔한 풍경이었다
깜박 깜박 형광등이 변덕을 부리는 밤
벽지 가득 하릴없이 앵 무 새 라고 썼다
곧 겨울이었다
컹 컹 컹 어디선가 흰 이빨들이 날아와
베개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벤치 스텝핑
1
우편함 가득 붉은 글씨의 편지들이 날아들고 아버지가 네 발로 걷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 빽빽이 자라나는 검은 털을 바라보며 망할 놈의 영감탱이 어머니가 서둘러 엽총을 구하러 간 사이 나는 두꺼운 책을 덮고 꿈틀거리는 핏덩이를 자궁 밖으로 밀어내었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무서운 속도로 걸음마를 익히고 사방 피칠을 하며 노란 방을 삐뚤삐뚤 걸어다녔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뜨거운 미역국을 끓였다
2
해질 무렵 어머니가 엽총을 들고 돌아왔다 겁에 질린 아버지가 기다란 꼬리를 끌며 구석을 옮겨 다닐 때마다 미역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총을 가진 여자가 두려워 나는 이름도 얻지 못한 아이를 옷장 속에 처넣고 제길 제길 붉은 발자국들을 지웠다 어머니 어서 한 방 갈겨버리지 그래요 달도 꽉 찼는데 노란 방을 흔들며 나는 그렇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아버지가 지그제그로 날뛰었다 입 닥쳐 다음은 네 차례야 총구를 겨누고 있던 어머니가 소리치자 옷장 속에서 더벅머리의 벌거숭이 사내아이가 뛰쳐나왔다 놀란 어머니가 휘청거리며 방아쇠를 당기고 창문이 날아가고 화약 연기 속으로 부리나케 달아나는 아버지 우물쭈물하는 어머니에게서 총을 빼앗아 든 사내아이가 개머리판을 휘둘러대었다 이 에미 애비도 없는 자식 어머니가 방문을 박차고 아버지를 뒤쫓는 어둠 속 달이 기울고 있었다
3
큰 소리가 모두 사라진 검은 방 나는 식어빠진 미역국을 그릇 가득 퍼담으며 생일 축하해......스무 살이 된 더벅머리 사내아이가 나의 머리통을 겨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