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2007년 현대시학상 수상 / 이인원

휘수 Hwisu 2007. 9. 14. 11:59

2007년 현대시학상 수상 / 이인원

 

1952년 경북 점촌 출생

1992년<현대시학> 등단

시집,『마음에 살을 베이다』『사람아 사랑아』『빨간 것은 사과』


 

도서관 간다

 
질기고 긴 문장 붕대로 꿈틀대는 그리움을

꽁꽁 殮해 두러 간다

 
과월호 잡지 신세 같은 쓸쓸함을

훌훌 거풍 시키러 간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도 깨서 보채는 외로움을

고문서 보다 깊은 잠재우러 간다

 
머릿속에 빼곡한 '너'라는 낱말을

모조리 삭제하러 간다

 
고전이 되지 못한 내 비밀을

고전 속에 암호처럼 밑줄 그어두러 간다

 
끝내 못다 읽은 어떤 사랑이야기를

아쉽지만 기일반납 하러 간다

 
온갖 잡다한 사연 다 끌어안고도 의연한 도서관을

눈꼽 만큼이라도 닮으러 간다

 

여우비

 

벌건 대낮

 

꼭지까지 취해버린 칸나 꽃대가

 

돌아서서 울컥

 

속엣것을 토해내는 순간

 

차가운 도마뱀 꼬리가


 휘익,

 

발등을 스쳐 지나

 

갔다

  

수영장

 

다시 기쁨 쪽으로 헤엄쳐 건너가라고

 

찰랑거리는 눈물호수가 고여 있지

 

슬픔의 막장에는

 

기념일

 -The longest day

 

아침부터 일손을 놓게 하더니

 

저녁답엔 목을 놓게 만들고

 

결국은 또 너를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오늘, 하루

 

마음 잡다

 

경사 심한 방천둑 흙을

잡초들이 빈틈없이 그러쥐고 있다

 
냉이꽃 향기로 훅, 깊은 숨 쉬어보는 봄날

여기저기 슬픔의 꽃망울 자잘하게 터져서는

 
자꾸만 흘러내리려는 마음 비탈도

뿌리 깊은 상처들이 꽉 다잡아주고 있다

 

출처, 다음카페,e시인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