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제19회 지용 문학상 수상작 / 조오현
2007년 제19회 지용 문학상 수상작 / 조오현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법명 무산, 자호는 설악
1932년 출생
1937년 절간 소머슴으로 입산
1959년 조계종 승려
1968년 <시조문학>에 천료(1966~68)되어 등단
1978년 시조집 <심우도>를 상재
1977~2000년 현재까지 설악산 산감
시조집으로 <산에 사는 날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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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문학상’에 오현 스님
“몸에 털이 나고 머리엔 뿔이… 도로 짐승 된 듯한 부끄러움이”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입력 : 2007.04.17 00:32
시인 조오현(75) 스님이 제19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계간 문예지 ‘시와 시학’ 2007년 봄호에 실린 ‘아득한 성자’. 시상식은 지용문화축제 기간인 5월 12일 충북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린다.
강원도 설악산 신흥사와 백담사의 회주를 맡고 있는 조오현 스님은 ‘심우도’ ‘산에 사는 날에’ ‘절간이야기’ 등의 시집을 낸 현역 시인이다. ‘님의 침묵’을 백담사에서 쓴 만해 한용운 선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해상’을 제정하고, 백담사 계곡 초입에 ‘백담사 만해마을’을 건립하는 등 불교 문학 진흥에도 앞장서 왔다. 만해마을 시인학교의 교장인 신경림 시인은 시를 깊이 사랑하면서 거리낌 없이 사람을 대하는 그의 기인적 풍모를 두고 “가장 승려답지 않은, 가장 승려다운 시인”이라는 모순된 서술로 평하기도 했다.
영겁의 세월과 득도의 찰나적 순간을 하루살이의 삶으로 형상화한 이번 수상작을 통해 오현 스님은 한층 깊어진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수상작 ‘아득한 성자’ 일부)
시인 김남조·평론가 김윤식씨 등과 함께 후보작들을 심사한 고은 시인은 심사평에서 “벽에 그림을 그려 두었더니 그 그림이 살아나서 그린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게 되다니! 안개 자욱한 내설악 안개 걷히운 외설악을 아우르고 있게 되다니! 과연 오현음(五鉉吟)의 높이로다”는 상찬의 말로 수상 사유를 밝혔다. 수상 소식을 들은 오현 스님은 “내 몸에 털이 나고 머리에는 뿔이 돋는구나. 사람이었다가 도로 짐승이 된 듯한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수행자로서 세속의 상을 받는 기쁨을 경계했다.
정지용 문학상은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용회(회장 이근배 시인)가 제정한 상. 박두진, 김광균, 오세영, 오탁번, 유안진, 정호승, 김종철, 김지하, 유경환, 문정희, 강은교씨 등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상금은 1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