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200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유행두
휘수 Hwisu
2007. 1. 5. 12:49
200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문 밖에는 봄 / 유행두
지구 끝에서 아내가 붕어빵을 굽고 있다. 파닥거리는 지느러미에서
비늘이 떨어진다. 지구를 한참이나 돌다 온 듯한. 퇴계 선생 지폐
위에 가볍게 흩어진다. 산달 아내. 배가 부푼다.
중환자실. 어머니는 링거병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한 알씩 세고 계
신다. 끼니 때마다 가는 호스 타고 내려가는 미음. 포르말린 먼지
반짝. 휠체어 힐끔 훔쳐보신다.
-저녁마다 어둠이 먼저 눕던 달셋방. 도란도란 웃음을 젓가락질하던
밥상에서 어머니와 아내가 번갈아 등을 토닥거리고
몇 개월 전 신문처럼 할 일 잃고 누운 내 옆에서 아내는 낮은 기도
소리를 쥐어준다. 가끔씩 지구는 벌떡벌떡 몸을 세워 링거병을 흔들고
아내를 병실 바닥까지 내려 앉히지만 아내는 언제나 가지런히 웃는다.
모둠발을 해 본다. 날개가 돋은 휠체어. 휠체어가 대기권을 향해 바퀴
를 힘차게 굴린다. 지구가 뒤로 밀리고 있다.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