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한미영 시모음
휘수 Hwisu
2007. 10. 12. 12:55
경북안동 출생
안동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 수료
2003년 [시인세계] 등단
2007년 시집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관한 기억 > 문학세계사
저장마늘
외가 뒷마당 같은
베란다 구석
쪼그리고 앉아 마늘을 깐다
아흔에 돌아가신 할머니
오그라들대로 오그라든
그물망 속 육쪽 마늘들
가도 또 가도
깜박깜박하는 ,
치매 걸린 할머니
누렇고 쪼글쪼글한 기억은
파낼 길 없다
오래 전 스물 갓 넘은 나에게
애비야, 나좀 업어라
내 등에 업힌 할머니 몸
가벼웠었나
곰곰한 곰팡내도 났었나
쭉정이 마늘처럼
수북하게 쌓이는 껍질들
버려야할 몸의 경계가
손지문 위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얇디얇은 껍질 한 장 차이다
늙은 마늘
또 마늘을 깐다
드러난 속살이
다산한 여자의 주름진 뱃가죽이다
칼집 많은 도마 위에서
그녀는 고꾸라질 듯
무릎 꿇은 채 앉아 있다
검푸르게 곰팡이 슨 곳
자근자근 도려내니
아직은 성하다
뿌리 부근 간당대는
독기 남은 연노랑 근도
쑥 잡아 뽑는다
속 비운 몸 가볍다
스무 살 때
서른 살 때
가슴팍에 스물스물 박혔던
독하고 매운내
이젠 나지 않는다
늙은 마늘
씹을수록 더 아리다
시집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관한 기억> 2007년 문학세계사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