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플라시보 당신 / 천서봉
휘수 Hwisu
2007. 10. 17. 09:49
2005 작가세계 신인상 수상
시,『그리운 습격』,『청동기마상,』,『바람의 목회』
『폭설』,『나무에게 묻다』 5편이 당선
플라시보 당신 / 천서봉
가건물촌의 동거는 낡았다. 보도블록의 금 밟지 않기 놀이처럼 지루
했다. 오후의 햇살이 남은 빨래 자진자진 말리고 하수구 틈새로 다 흘
러가 버려도 어머니, 꽃 이불 아랫목에 安全히 누워 계셨다. 활짝 핀
목단이 너무 무거워요. 늘어진 위장 같은 가죽 주머니 속, 쏟아지는
당신, 얘야, 이건 아스피린이고 아달린이고 저건 노발긴이란다. 고서
의 呪文을 닮은 이름들, 그런데 어머니 그것들은 왜 자꾸 모으세요?
토란잎만한 어둠이 툭툭 흔들리며 창밖을 서성거렸다. 뿌리혹은 스
티로폼 네모난 화분 속에서도 둥글게 부풀었다. 복부 어느 언저리 누
르면 까르르 터져 버릴 듯 어머니, 누워만 계셨다. 사시나무 위로 부
르르 전철이 지나가요. 벽지 위로 실낱같은 금들이 보란 듯 자라고 있
어요. 콩나물시루의 저 또랑또랑한 눈빛……, 어머니, 어젯밤엔 아주
탱탱한 풍선을 타고 하늘에 닿는 꿈을 꿨어요. 어디쯤에선 이 포락도
파스텔 빛으로 단단히 타오를까요? 담쟁이의 끈끈함으로 어둠은 아랫
목, 목, 목 세상 모든 목을 조르고 있네요.
그런데 어머니, 오늘도 알약 같은 보름달이 뜨려나봐요.
*placebo effect : 위약효과
『2007 젊은시』ㅣ 문학나무
출처, 천서봉의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