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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 르 클레지오 1

휘수 Hwisu 2007. 6. 2. 10:08

 

침묵 /  르 클레지오  1              


 내가 죽으면 나를 알고 있었던 이 대상들은 더 이상 나를 증오하지 않겠지. 나의 내부에 있는 내 생명이 꺼져버릴 때, 내게 주어졌던 이 통일성을 내가 마침내 흩어버리게 될 때 소용돌이는 중심을 바꿀 것이며 세계는 그 자체의 존재방식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긍정과 부정의 대결, 소란, 빠른 움직임, 압박들이 이제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시선의 차디차고 불타는 흐름이 멈추게 될 때, 긍정하면서 동시에 부정하던 저 숨은 목소리가 말하기를 그치게 될 때, 흉물스럽고 고통스러운 이 소란이 잠잠해질 때, 세계는 간단하게 이 상처를 되아무릴 것이며, 부드럽고 한가한 새 살의 층을 넓혀갈 것이다. 더 이상 과거의 잠재적 나를 초월하여 가기 위한 무슨 상처자국도 추억도 그 무엇도 남기지 않게 될 것이다. 나는 여행하지 않으리라.

 

나는 이제 현실의 천을 찢는 일을 그만둘 것이며 내 의식의 충동은 마치 우스꽝스러운 새울음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듯이 문득 잊혀져버릴 것이다. 촘촘하고 검은 상보는 툭 떨어져버릴 것이고, 나는 그게 떨어지는지도 모를 것이다. 나는 이기도록 생겨먹지 않았다.

 

나는 지탱하기에 너무 센 전류를 받아서 버쩍 달아오른 가는 줄, 사물의 모서리들을 비치고자 하다가 스스로 타버리는 가는 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줄이 끊어지고 장님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때 개개의 대상은 계속하여 옛날의 그것이 될 것이며 내 어떠한 시선도 그것을 창조할 수 없어질 것이다. 여러 해들, 여러 세기들을 초월하여, 현실적인 거리를 초월하여, 나를 초월하여, 앞도 뒤도 아닌, 원인도 결과도 아닌, 절대로 그 인간이 아닌 채, 나느 벌써 나의 무력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나는 나의 상상 불가능 속에서 포기해 버렸다. 나는 벌써 제거되었고 박탈되었고 공허로 넘어갔다. 나는 벌써 죽었다. 그렇다. 살아 있기 위해서 한 모든 몸짓마다 수천만 번 죽었다.   41

 

 내가 죽게 될 때, 호흡과 함께 나를 지탱하고 있던 이성이 내게서 물러가버리게 될 때, 모든 것이 차이 없이 동등해지는 거대한 하루를 내 사라진 정신이 제자리로 돌려놓게 될 때 내가 다시 조그마해지고 내 육신이 이 세상에서 차지하고 있었던 자리와 혼동될 때, 해묵은 모순들과 의혹과 리듬은 환영처럼 저절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내가 살아보지조차 못할 그 마법의 시간은 올 것이다.

 

그것은 한갓 지나감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변모도 배반도 아닐 것이다. 높이 올린 가벼운 돛과 같이, 변하지 않는 돌의 표면에서 마르는 물방울 같이 어둠을 아름답게 하던 빛의 물살이 정지되면 투사된 그림자가 사라지듯이, 그것은 마찰없이, 세상의 그 무엇 하나 무너지거나 손상됨이 없이 간단히 이루어질 것이다. 나와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차이라고 믿었던 것, 나의 드라마였던 그 헤어짐. 이런 모든 것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쉽사리 녹아버리고 해체될 것이다.

 

아무런 고통도 남기지 않고. 물질적 공간은 마치 그렇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듯이 표현 가능의 세계 밖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평평하고 선명하고 무한정으로 제공된 그리고 소외시킬 수 없는 공간으로. 혼란된 분위기, 시각적인 유희, 파동, 주기, 법칙은 여전히 통용되겠지만 그것들이 인식을, 나의 인식을 열어주지는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 이전의 수천 수만 년, 수세기, 수만 날 동안 있어왔던 것처럼 내가 죽고난 뒤 수천 세기, 수만 년, 수만 날을 두고 계속될 것이다. 내가 알고 느끼고 사랑하고 결정하였던 모든 것, 내 스스로 그것의 주인이라고 다소나마 여겼던 모든 것은, 내가 존재하지 않게 되어도 여전히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나의 왕국은 나의 통치기간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며 나의 학문은 나의 지식보다도 더 심원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되리라. 앙갚음으로 그 무엇을 훔쳐가지도 지니고 가지도 못한 채 나는 나의 허무 속으로 떠나게 되리라. 나의 죽음은 나를 헐벗은 모습으로 남겨놓을 것이며 나는 누더기 하나도 건질 수 없게 되리라. 빈손으로 왔듯이 빈손으로 돌아가리라. 내 생의 상처는 나 스스로의 상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며 고통과 비명과 행복은 나의 재산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 세계에 주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리라. 42-43

 

 언어, 감정, 사상, 내가 타인에게 받았으되 나의 것으로 인수했던 모든 것, 그리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게 도움을 주었던 그 모든 것은 그러면 하나의 환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그 모든 것은 악몽이었을 따름인가? 그것은 세계 내의 내 인생들의 불꽃들이었으며 그 모든 것들은 쉽게 사라질 수 있으리라.  44


 내가 문득 이 세계의 중심이기를 그치게 될 때 미지의 진실이 세계의 전면을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다. 나의 두 눈이 감겨지면 두 눈은 완전무결하게, 으리으리하게 현실적으로 풍경이 나타나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의 심장이 고동치기를 그치고 내 목구멍이 수축하지 않게 되고 내 허파에 공기가 가득 차기를 멈출 때, 내 피가 전신의 순환을 멈추어 굳어지고 동맥과 정맥의 벽에 달라붙어 말라버리기 시작할 때, 내 피부가 단단한 것, 부드러운 것, 찬 것, 더운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연약해지고 바스러지고 담배종이처럼 찢어져서 죽어버린 내장이 미끄러져 나오게 될 때; 손톱 발톱이 무너앉고 내 눈구멍에 흙이 들어가서 두개골을 가득 채울 때; 내 뼈마디가 제각각 풀어져서 자갈처럼 부서져 모래가 될 때, 물, 불, 모래알, 산화물, 관목의 뿌리, 벌레와 유충들이 모든 것을 소진해 버리고 모든 것을 갉아먹어 버리고, 그것들의 무게에 눌려 모든 것이 부서질 때; 여러 세대의 다른 사람들, 많은 전쟁들, 수많은 문명들이 나와 같은 공기를 숨쉬며 같은 물을 마시며 내 육신의 부분으로 영양을 섭취하며 표면을 스쳐간 뒤에도 여전히 희미하고 파닥거리고 보잘것없는 그 무엇이, 비록 고통이나 기쁨은 아니라 하더라도 내게 하나의 넋을 줄 어렴풋하고 아득한 하나의 추억이라도 남게 될 것인가?    45

 

 그 세대들마저 지나가버리고 마지막 인간들이 사라져버렸을 때, 땅과 태양이 삼켜져서 무와 구별할 수 없게 될 때 원소의 가장 작은 부분 속에 나의 그 무엇인가가 남을 것인가? 내가 살았었으며 내가 이 영원한 것들에 대하여 생각했었다는 표시를 여전히 지니고 있을 절대적인 공간 속에 떠도는 한 알의 먼지라도 남을 것인가?     46

 

 지금은 내 의식의 태양이 열렬히 불타고 있다. 내 시선의 빛은 눈부시고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훗날에는? 이 태양이 사그라지고 이 시선이 세계 앞에 닫혀져버릴 때 무엇이 남을 것인가? 나는 열심히 즐겁게 현재의 나다. 이 불덩어리가, 이 맹렬하고 고통스러운 이 화산이 꺼질 수 있으리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이 태양이 세계 안에서 불타고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불은 사물의 질서 속에 새겨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내부에, 나의 혼돈 속에 있었으며 그것은 숙명적으로 불가사의하게도 <나의 비밀>이었다.    48

 

 언어의 저편에, 의식의 저편에, 형태를 갖추어 살아 있었던 모든 것의 저편에 전반적인 물질의, 가공하지 않은 물질의 공간이 목적 없이 그 스스로에게 맡겨진 채 있었다. 나의 저편에, 내 개인적인 진실의 프리즘 저 너머에, 표현되기를 바라지 않는 그 세계가 있었다. 내가 사는 한, 내가 눈으로 보는 한,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느끼게 될 모든 것은 잘못된 것도 아닐 것이요 허깨비도 아닐 것이지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어머니에게 되돌아가보려고 해보아도 헛된 일, 어머니는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내가 무에 지나지 않게 되었을 때야 비로소 나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이 그의 법(法)이다.    49

 

 

 

 나는 그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나는 그 순간을 나의 희망으로 삼아야 한다. 나의 존재가 해체될 때 나의 무상한 통일이 폭발해 버릴 때 나는 드디어 뚫을 수 없는 자연을 뚫고 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모든 것,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모든 것, 내가 마음이 품어보지도 못했던 모든 것이 이리하여 중계를 거티지 않고 지능의 밖에서 내게 주어질 것이다. 내가 하나이기를 그치고 내가 하나가 될 때 내가 더 이상 알지 못하게 될 때, 나는 인식의 거대하고 지울 수 없는 대해 속에 잠기게 될 것이다.    50

 

 

 죽음이 인생의 완성, 인생에 형태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 인생의 고리쇠를 맞물리게 잠그는 것이듯이 침묵은 언어와 의식의 지고한 결말이다. 우리가 말하고 쓰는 모든 것,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바로 그것을 위한, 진정으로 <침묵>을 위한 것이다.   51

 

 

 빛과 어둠이 지배하지 않게 되는 곳에 마침내 도달하기 위하여, 목적 없이, 그리고 힘도 없이 계시되는 것의 신비로운 땅에 도달하기 위하여; 인간은 뜯어내고 껴안기 위하여 투쟁한다. 그는 그것을 모르거나 아니면 그것을 모르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자기를 잊어버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아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개개의 사물 뒤에 있는 비인간적인 목소리, 창조의 신비에 대한 열쇠를 제공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그는 더 잘 잊어버리기 위하여 이름을 붙여서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결말은 마찬가지가 된다. 그가 그토록 외친 것은 침묵하기 위해서이고 그가 그토록 싸운 것은 평화로이 있기 위해서이다.    52

 

 

 그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모순되지 않다. 침묵 속에서 끝나기 위한 그토록 많은 말, 그것은 헛된 장난이 아니었다.    53

 

 

 삶은 그 나름의 물질을 만들었고 다른 것들 위로 물질의 조각이 떠오르도록 만들었다. 그가 마음 깊이, 집요하게, 거의 본능적으로 원했던 것은 전체를 제자리로 되돌려놓는 것이었다. 그 차이를 부숴버리는 것이다. 그는 이 고독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이 불완전한 권력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진정으로 이 자유를 바라지 않았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투쟁하기 위하여, 그의 생존의 운동에 의하여 그의 무용한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는 사나운 세계를 욕하고 모독하고 저주했다. 그는 그의 출생을 부정했고 그는 그의 죽음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했다. 그는 진실의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기를 바랐으며 영원의 순간이 그 순간이기를 바랐으며, 힘이며 앎인 의식과 지식의 그 일순이기를 바랐다. 그는 여기가 시간이며, 여기가 공간이며 여기가 현실이기를, 그 시간 그 공간 그 현실이 저편 인간으로부터 벗어난 물질의 가깝고도 먼 공간 속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는 이 무한을 인식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잊어버리고 싶어했다. 그는 다른 세계들을 창조했으며 거기에서 그의 생명과 그의 언어의 업적들을 이끌어나가야만 했다. 그는 그의 시선이 언젠가는 꺼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으며 세워진 지평의 저 너머에까지 그의 시선을 연장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그의 절망에 아니 희망에까지 도취함으로써 그가 되찾으려고 했던 것은 죽음이었다. 그의 언어로 말함으로써 벙어리가 되기를 원했다. 그의 시선을 던짐으로써 그는 장님이 되기를 원했다. 걸어감으로써 그는 마비되고자 했다. 그의 피부로 내장으로 느낌으로써 신경도 열기도 없는 상태가 되기를 원했다.   54

 

 죽음이 이제는 가증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 공허, 생을 에워싸고 압박하는 이 영원한 어둠이 이제는 고통스럽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심연이 아니다. 그것은 삼켜버리고 파괴하려고 하는 아가리가 아니다. 죽음은 저기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그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 육체로 느끼지 못하는 것, 정신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 안에 있되 내가 아닌 것, 세계 안에 있는 세계인 것, 움직이며 지탱해 가는 순수하고 단순한 세계이다. 현실적인 그 빛들, 그 행위들, 그 공간들은 없어질 수 없다. 모든 것은 나를 초월하여, 나의 시간 나의 공간을 초월하여 지속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앞으로 올 이 평화는 매몰이 아니다. 이 현실은 현실의 소멸이 아니다. 죽어야 할 모든 것, 사라져야 할 모든 것은 나의 속에, 오직 나의 속에 있다.    55

 

 

 현재의 나, 앞으로 될 나는 그러므로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다른 많은 순간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였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태고적부터 그것은 존재했던 것의 광대함 속에 있었다.    56

 

 

 모순도 없었고 느낄 쓰라림도 수치도 증오도 없었다. 구원도 위안도 없었다. 나 스스로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내가 받았던 것, 내가 판단할 수 없었던 이 기적적인 선물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가는 운동이었다. 원하지도 않았고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혼돈으로부터 이끌려나왔고 또 나는 혼돈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지각하고 알고 욕망을 품는 것은 일시적인 행위들이었다. 그것들은 내 생존의 조그만 드라마 속에 찍힌 표식들이었다.   57

 

 

 넓은 것, 강력한 것, 변화시키는 것, 그것은 승리도 패배도 아닌 그 상태, 동일성의 상태였다. 그 먼지가 되고, 그 조약돌이 되고, 부스러기가 되는 것도, 진실한 모든 것은 지각할 수 없는 것 속에 인식할 수 없는 것, 풀이할 수 없는 것 속에 있음을 잘 아는 것도.   58

 

 

 나는 죽음의 세계를 만져보았다. 나는 내 두 눈으로 보았다. 통용되고 있는 그 세계를, 모서리들, 양각된 것들, 색채들, 빛의 반점들, 지평선, 태양, 구름, 살아 있는 짐승들, 나무들, 불을 알아보았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이 살아 있다고 믿었고 나의 감각이 제시하는 형태 밖의 다른 형태를 지니지 않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형태, 다른 생명을 지니고 있었다.    59

 

 

 나는 땅의 그 지점에서 거대한 세계를 보았다. 나의 발코니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나는 내가 마치 그것의 중심, 그것의 의미이거나 한 것처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한하게 보였으므로 나는 그 사물들의 개념을, 물질에서 벗어난, 반드시, 인간적인 것만은 아닌 개념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잘못 생각했다. 이제 나는 내가 결코 내 육체와 내 인간적 영혼을 떠나본 일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나는 내가 이 세기를, 이 나라를 떠나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나에게서 밖으로 나가려하고 세계에 나를 분신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더욱 더 내 개인과 습관의 이중적인 감옥에 스스로를 감금하게 되는 것이었다. 내가 게의 눈으로 보려고 할 때도 그것은 나의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내가 참나무의 섬유질로 혹은 유칼리나무의 잎사귀로 느끼려고 할 때도 그것은 여전히 내 세포로써 느끼는 것이었다. 내가 광적인 공간 속에 가장 멀리 있다고 생각해 볼 때도 나는 여기 혼자, 내 이성에 얽매어 허구(虛構)가 배제된 채 있는 것이었다. 여행하면서도 나는 제자리에 있었고 상상하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창조하는 것일 뿐이었다. 다른 언어로 말하고 다른 기호로 쓰면서도 내가 주워섬기고 잇는 것은 나의 말, 나의 말, 항상 나의 말이었다.   60

 

 

 그런데 나는 잘못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 정신 속에 머물면서, 내 정신으로 판단하고, 내 정신에 의하여 생각하면서 내가 내 정신이 아닌 다른 곳에 이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과 물질에 대항하여 투쟁하고자 하면서도 내가 투쟁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하였으며 내가 패배한 것도 나 자신에게였다. 언제나처럼 내 죽음을 나의 삶에 대립시키면서도 나는 분리와 악을 증가시키고 있었다. 나는 갈등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통일 속에 있는 유일한 평화, 유일한 진실에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61

 

 

 이해한다는 것, 항상 이해하고 싶어한다는 것, 엄청나고 지각 없고 실현할 수 없는 오만. 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기댈 곳이라곤 아무데도 없다. 내가 이해하게 될 것은 세계도 아니며 심지어는 세계 안의 나조차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그림자, 나에게 나타났으나 내가 확신할 수조차 없는 것의 덧없고 동적인 한 영상이리라. 부득이한 경우, 나는 인간의 법칙에다가 어떤 법칙들을 사용하고 적용할 수는 있으리라. 즉 도구를 만드는 것, 주어진 것을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리라.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제요소들이 서로 짜맞추어진 비밀은 결코 드러나지 않으리라. 나는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성립되는 것이라고 믿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접근하는 모든 것은 내 의식의 흐름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그 무엇도 창조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인간이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 속해 있지 않다. 그것은 광대한 치세(治世)가 누리는 대규모의 소유에 비교하면 무(無)에 지나지 않는다. 삶에 있어서나 죽음에 있어서나 존재하는 것의 억누를 수 없는 힘이 표현되는 그런 엄청난 치세 말이다.   62

 

 

 가장 강한 말을 통해서도, 숫자를 통해서도, 가장 미묘한 사상에 의해서도 나는 머물지 못하리라. 나는 변화시키지 못하리라. 물질에 가하는 가장 큰 힘을 통해서도, 가장 격렬한 욕망에 의해서도, 예술에 의해서도, 기술에 의해서도 나는 과거도 미래도 정복하지 못할 것이며 현재조차도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63

 

 

 인간은 지속적으로 살 수 았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말해야만 할 것이므로. 반드시 오고야 말 어느 날 우주는 그가 없는 텅 빈 곳이 될 것이다. 그의 문명과 정복은 그와 함께 소멸해 버릴 것이다. 그리고는 무정형한 존재의 공유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는 거기에 있을 것이고 거기에는 여전히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먼 시간과 공간 속에도 여전히 물질이, 말소되지 않는 전반적인 물질이 존재할 것이다.   64

 

 

 그런데 무한과 영원의 실현을 왜 먼 곳에서 구한단 말인가? 무한, 영원은 여기에, 우리들 앞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들의 발 밑에, 우리들의 눈 밑에, 우리의 피부 닿는 곳에. 우리는 매순간 그것을 느끼고 그것을 맛보고 그것을 만진다. 이 탁자가 무한이며 이 탁자가 영원이다. 이 금속의 라이터는 무한하고 영원하다. 이 유리 재떨이는 무한하다. 이 마루는 무한하다. 3시 5분 전 태양의 이 노란 반점은 영원하다. 이 손, 이 종이, 이 획을 그어놓은 이 짙은 청색의 잉크, 글씨를 씀에 따라 펜이 긁어내는 벌레 갉아먹는 소리는 무한하게 그리고 영원하게 그 자체들이다.   65

 

 

 모든 것은 자리를 바꾸고 움직이고 서로 침투하며 수정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존재하며 모든 것은 명백하다. 죽음이 한 인간이기를 그치는 것을 뜻한다면 세계의 이 모든 광경은 죽음의 광경이다. 사실적이며, 실제로 있는, 효과적인 죽음, 지울 수 없고 단단하고 정확한 죽음, 저항할 수 없고 바꿀 수 없으며 떼어낼 수 없는 죽음의 광경, 바라보는 수백만 개의 눈, 무한히 많은 눈들의 비전이요, 또 그 눈들을 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시선인 죽음의 광경이다.   66

 만약 세계에 저항하면서 인간으로서의 나를 지탱해 주고 있던 잠정적 통일성의 매듭이 풀려버리고 해방되는 것이 죽음이라면 죽음은 하나의 파괴가 아니다. 죽음은 결코 몰락해 본 일이 없는 거의 총체적인 제국으로서의 회귀다. 저기―<그것은 먼 곳이 아니다>, 저곳은 다만 내 의식의 가냘픈 베일에 의하여 나와 격리되어 있을 뿐이다. 저곳에서는 내 눈은 능력이 없어진다. 눈으로는 볼 것이 아무것도 없어진다. 말을 듣는 귀로는 아무것도 들을 것이 없어지고 아무것도 해석할 것이 없어진다. 낱말들은 그들의 폐석(廢石)상태로 되돌아가서 밖으로 새어나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말은 이제는 자유롭지도 않고 노예도 아니다. 왜냐하면 말은 그 자체에게 이외에는 아무것에도 소용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물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말은 지적 활동의 질주를 마치고 그들이 처음에 나온 부드러운 침묵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나를 위하여, 내게 인식시키기 위하여, 나를 속이기 위하여, 침묵에서 나왔던 모든 것이 그 자신에게로 돌아가서 조용해진 것이다. 67

 

 

 거기에서는 모든 리듬이 실제로 있으나 그것이 어떤 멜로디를 구성하지는 않게 된다. 그것은 이제 다시 물질과 접촉하며 물질처럼 힘을 지닌다.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의존한다. 그 어느 것도 독립적인 것은 없다. 그러나 또한 그 어느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 다듬고 헐어빠지게 하는 적극적인 시간, 현실적인 시간은 심연이 아니다. 즉 죽음 속에서는 죽음이란 없다. 우리는 진화할 뿐 침몰하지 않는다.    68

 

 

 장소가 아니라 보편적인 현존인 이곳에서는 이제 아무것도 올라가지 않으며 내려가지 않는다. 아무것도 솟아나지 않게 되고 더 이상 절대를 향하여 고통스럽게 전진하지 않게 된다. 아무것도 그 자체 이외의 것이 아니게 되며 아무것도 확대의 미망(迷妄)에 굴하여 자기를 버리는 일이 없게 된다. 혼돈을 다 퍼내어 혼돈을 고갈시키고자 했던 저 너머의 물기둥은 끊어진다. 무한히 큰 것과 무한히 사랑스러운 것의 심연들은 그들의 추악한 상처를 닫았다.

 

왜냐하면 이 심연들과 물기둥들은 인간적인 대재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있는 여기에서 우리는 형태에서 보편적인 것에로가 아니라 형태에서 여전히 형태로 옮겨간다. 결정적이고 정확한 물질은 포기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분해할 수 없으며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분리되지 않으므로 그것을 세부적인 면에서 관찰할 수 없다. 물질은 공동성이 없고 통일도 세계도 없기 때문에 그것은 전체로서 관찰할 수 없다.    69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저것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부분도 없고 전체도 없다. 병치( 置)도 비교도 결합도 없다. 척도도 없다. 또 존재하는 것은 밖에 있을 수 엇다. 즉 그것은 닫혀지고 끝없이 갇혀진 장(場), 그곳으로부터 밖으로 나와서 판단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한 장이다.   70

 

 

 그리고 추락은 인간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하지 않는다. 생을 초월한 세계의 시간 속에서, 현재의 죽음의 시간 속에서 바야흐로 포기와 절망은 그친다. 전에는 내적인 숙명에 의해 움직여졌던 것, 부드럽게, 가차없이 훼손되고 소진되어서 죽음에 의하여 완료되었던 것, 악을 향하여, 무를 향하여 가증스럽게 하강하면서 우리를 끌고 가던 그 모든 것, 씻을 수 없는 것을 행한 동경, 이 부재자가 우리를 제압했다. 꺼져 가고 있는 우리들 생의 비극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가 지니고 가던 모든 것, 우리가 우리들의 죽음과 함께 죽게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은 살아남았다.

 

왜냐하면 우리들만이 스스로의 의사를 표현하면서 죽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밀물 위로 솟아오르기 위하여 우리들의 말로 외쳐도, 우리들의 생각으로 외쳐도 우리의 눈, 우리의 노한 감각으로 외쳐도 우리는 아무것도 정복하지 못했다. 무용한 말을 던짐으로써 우리는 영원한 침묵의 막을 찢어버리고자 했다.

 

그러나 침묵이 이미 우리들을 휘어감았고 그 즐거운 도취의 순간은 우리들의 좌절의 극(極)이었다. 우리는 바로 그것을 항상 마음 속 깊이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우리는 부패와 상(喪)이라 불렀고 그것은 끊임없이 우리들의 말의 중심에 새겨져 있었다. 따로 떨어지고 흩어진 개개의 구(球), 먼지에서 떼어낸 개개의 조각, 물질의 혼돈을 폭발시키기 위하여 기적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개개의 거품은 침묵 속에서 그 자체의 재흡수의 표지를 지니고 있었다. 우리가 <땅> <성냥> <차> <여자> <노루> <들판> <쌀> <운명> 혹은 <파충류>라고 말할 때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의 반대가 아니라 우리의 죽음, 우리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화살이라고 말할 때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부동을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무엇을 말할 때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의미했고 혹은 <이것>을 의미했고 혹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았다.    71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것 속에는 침묵이 표현되는 것이었다. 중심에 놓인 침묵, 거리를 없애버렸고, 질서 속에 들어가게 했고 불완전하고 미완성인 것에 결과적으로 전체성이라는 그의 훌륭한 실체를 부여했던 침묵.    72

 

 

 우리가 세계를 훼손함으로써 해방되고자 할 때마다, 혼돈의 조화를 파괴하고 가닥들을 떼어내고 피흘리게 하고 학살하고 어쩌면 죽이고자 할 때마다, 언어의 무기는 간결하고 현실적인 것의 복수를 수반하고 오는 것이었다. 작품을 근절시키고자 했던 것 속에 작품은 그의 정교한 환상을 전시하며 현존하고 있었다.   73

 

 

 우리 인간들이 숙명적인 결말의 가능성을 몰아내버리기 위하여 <나는 산다, 나는 산다>라고 말함으로써 무한의 한 조각을, 진실의 한 단편을 움켜잡으려고 할 때마다 우리들의 목구멍에는 우리들 자신의 말을 사용하여 <,너는 죽었다, 너는 죽었다>라는 말로 우리의 말을 덮어버리는 다른 침묵의 소리가 있었다. 주변의 풍경으로부터, 또한 우리들 자신으로부터 오고 있었던 그 목소리는 우리들에게 선고를 내리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를 무(無)로 이끌어들이지 않았다. 그것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저마다의 학문의 깊이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었다.    74

 

 

 그리고 또 글을 쓰면서도. 즉 그 숨은 운명을 성취하기 위하여, 시간을 덮어버리기 위하여 미묘하고 강력한 기호들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뒤덮어버리기 위하여 글을 쓰면서, 이 빽빽하고 자잘한 글줄들을,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던 모습으로 분출한 그 시(詩)들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 자신이 수천 번이나 했던 것을 쓰면서. 그 글은 온 세계 위에 인간이기에 겪는 드라마를 전개하기를 원했다. 그것은 현존을 물질적으로 복사하고자 했고 그것은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것은 존재하고 있는 것을 사라져가는 현재로부터 그의 현존의 순간 속으로 구해 내고자 했고 그것을 영원히 명명하고자 했다. 쓰고 있는 그 손은, 진실의 얼굴을 가리워놓기 위하여, 기쁨과 불행의 심연을 숨기기 위하여 주먹질처럼 말들을 축적하고자 하는 손은, 탁자의 가장자리에서 홀로 움직여나가며, 플라스틱 볼펜을 쥐고 경련을 일으키는 이 손은 진정으로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나 있었을까? 그것이 이런 식으로 생각의 형태를 조각하고 있을 때, 그리하여 생각을 행위로 변모시켜 가고 있을 때, 그것이 지나감에 따라 물이 드는 보이지 않는 또아리를 따라 기어가는 그 손은 그가 죽음을 향하여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죽음을 안내자로 삼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었을까?   75

 

 

 열심히 까만 똥의 흔적을 남겨놓는 한 마리 짐승 같은 글 쓰는 손이여, 갑자기 생각에 잠기던 손, 생각의 손이었던 손이여! 낱말들이 형태를 갖추었다. 그것들은 끊어지고 냄새나고 격렬하고 기괴하며 간명하고 가느다란 망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낱말들은 어디에서 그 드라마를 취한 것일까? 어떤 힘이 그 말들 속에 있었으며 어떤 체계적인 열정이, 어떤 이성, 덕성, 증오가 거기에 있었는가? 우리는 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말이 그의 날씬한 기호들로 표시를 해놓은 매순간은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시간 중의 한 순간이었다. 날 것 그대로 유동하는 사고, 오르내리는 사고의 구역질나는 대양은 저기에 가만히 멈추어 서 있었다. 거기에서 그의 얼굴이 생겨났다.

 

그의 장신구가, 아니 그의 해골이 나타났다. 깃을 펼치고 있는 공작처럼 사고는 그의 욕망을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의식의 모험이 구체화된 것이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제거할 수 없었고 망각할 수 없었다. 모든 비극이 그의 가차없는 흐름 속에 제시된 채 현존하고 있었다. 사건들의 전시(展示), 상승, 고뇌, 만들어지고 조여드는 매듭. 그 다음에는 운명을 향한 걸음, 단 하나의 뚫려 있는 숙명적 출구로 향한 걸음, 그리고는 최후의 밤.   76

 

 

 그리하여 우리가 원하지도 않았고 우리가 진실로 예견할 수 없었는데도 이 글줄들은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침묵의 대업을 성취했다. 이 책들, 인간의 힘과 생명과 사랑이 가득 담긴 두껍고 무거운 이 책들, 이 책들은 아무것도 쓰지 않은 <백지상태의 책들>이었다. 이 책들은 또한 씌어지지 않은 책들이었다.

 

왜냐하면 말 하나하나, 순결한 종이 위에 눌러 뭉개어진 기호 하나하나는 그것의 소리의 모습과 그것의 침묵의 모습을 동시에 표시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페이지들 너머, 이 페이지들의 내부에서, 절규를 가라앉게 하고 거의 들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무한하고 평온한 한 공간을, 고요를 지배하고 있었다. 마치 진흙의 어둠 속에서 인지되며 또 우리가 소리나는 곳을 떠남에 따라 부드럽게 불가피하게 침묵 속으로 녹아드는 소리처럼. 선로 위로 굴러가는 열차가 달아나고 밀치고 하는 동안 저절로 자지러져 사라지는 소란한 소리처럼.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는 소리의 물결이 주위에서 서서히 사라져갈 때 잠의 경계에서 나는 소리처럼. 다른 소리를 삼켜버리는 어떤 소리처럼. 조용히 침묵으로 변하는 소리처럼. 그 구체적인 사고는 재흡수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이 까다롭고 고정된 기호들은 저절로 작아졌고 완화되었고 사라져갔다. 글씨로 씌어졌고, 리듬을 갖추었고 교차된 그 낱말들은, 그 드라마의 낱말들은 그들의 드라마를 해체하고 의미 없는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 낱말들은 죽음으로 되돌아갔고 하나하나 고리에서 벗겨졌고 그들이 그곳에서 생겨났고 그들이 진실로 그것을 위하여 만들어진 그 세계 속으로 다시 굴러떨어졌다.   77

 

 

 그 창조는 창조가 아니었다. 그 삶은 삶이 아니었다. 그 언어는 그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담지 못했고 아무것도 품지 못했다.    78

 

이어집니다~

 

출처, 네블,인드라의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