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초원의 밤 / 이영휴
휘수 Hwisu
2007. 9. 13. 01:49
초원의 밤 / 이영휴
-초원일기 3
어둠의 허공에
빼곡하게 박힌 은하수가 흐르고
높은 누군가 생의 폭죽을 터트려
별들이 초원의 역사를 쓰는 동안
나는 꿈꾸지 않네
가는 곳마다 북극성을 보는 아이가 있어
길 위에 전봇대처럼 우뚝 서서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풀잎이나
하늘 높이 올랐다 낙하하는 새들이나
날아보지 못하고 늙어가는 몸이나
길에서 태어나고 눕는 건 다 같다
저 많은 별들은 어느 신생대에서 태어나 나에게 온 걸까
어둠의 별은 더 빛나고
우리 마음에도 빛이 있어
별빛 쏟아지는 초원에 갇혀 생각하니
우주 어디쯤 신생대나 고생대가 있었을 것이다
때론 우리 빛을 보기 위해 자신의 빛을 끄고
신생대의 어둠에 머물 수 있어야 하네
여기서는 별을 보기 위해 우러러 보지 않네
먼 지평선을 향해 서 있으면
별이 쏟아지네
하늘은 가만히 별무늬 모포를 덮어주네
나는 잠을 자지 않으므로 꿈 꾸지 않고
다만 우리가 다다를 수 있는 꿈을 보네
서로의 가슴을 빛나게 해줄
저 시원의 아이들을,
시집 '알혼의 노래' - 마음의詩 19 (문학의전당)
이영휴 시인
경기 파주 출생
제11회 <한국문학상> 수상
시집 <이행> <알혼의 노래>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