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저토록 저무는 풍경 / 박주택
휘수 Hwisu
2009. 2. 7. 12:41
저토록 저무는 풍경 / 박주택
잎사귀 떨어지는 거리를 걷다 중국집 계단을 오르며
저무는 문에 볶음밥 냄새 훅 끼쳐 오면
어서 빨리 시간이나 지나가라고
어서 빨리 이 계절을 지나 저 계절로 가라고
낮고 젖은 가슴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울음들에게
가는 노래를 듣는다, 자장면 그릇에 모이는 나부끼는
저 창밖의 잎사귀들은 검은 공기에 뜯겨 조서 없이
바람 속으로 들어갈 것이지만 세상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도
사람의 발자국에 남은 김 서린 목을 맬 수는 없겠지
오늘 밤은 또 무엇이 되려나 예기치 않은 것들이 얽혀
운명이 되는 밤 저 여미는 것들 슬픔이라도 만지는 듯
바람은 가는 노래에서 흘러나오는 입들에게
끝은 있다 끝은 있다 가르치지만
붐비는 울음 속에 세워진 혼을 빼앗긴 저녁은 온다
깊은 곳으로부터 한없이 사라지며 물결치는
저토록 저무는 밖의 풍경은 온다
충남 서산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1986년<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꿈의 이동건축」「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사막의 별 아래에서」「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시론집「낙원 회복의 꿈과 민족 정서의 복원」평론집「붉은 시간의 영혼」
제5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
2005년 제20회 소월시문학상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