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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화가 Yongchang Chung 선생님의 그림과 글

휘수 Hwisu 2020. 11. 16. 19:32

 

올해 6번째 그림은 ‘그녀는 무엇 때문에 은행에 온 것일까’ 입니다.

 

얼마전 페북에 올라온 휘수 시인의 ‘안개꽃’ 시를 읽고 “화가의 마음에 그모습이 그려집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시인은 “검은 스커트에 베이지색 늘어진 스웨터, 그리고 생머리와 낡은 구두... 그녀는 무엇 때문에 은행에 온 것일까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화가의 생각을 그림으로 옮겼습니다.

 

 

[詩, '안개꽃' / 휘수]

 

커다란 종이봉투에

한 무더기 안개꽃이 물결친다

애틋하게 물결친다

바로 옆 구두 때문이다

구두는 뒤축이 닳았다

오래 걸으면 발꿈치가 아플 것 같다

구두를 신은 발 위로

빛바랜 검은색 치마가 물결친다

치마 위로

더 낡은 낙타의 털빛같이 엷고 밝은 갈색* 스웨터

그 위로 여학생처럼 긴 생머리가 물결친다

뒤축이 넉넉한 구두보다

색 좋은 치마보다

올 짱짱한 스웨터보다

한 아름의 안개꽃을 더 소중하게 여길 법한

한 여자가 은행 창구 앞에서 물결친다

순서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눈동자가 울컥 물결친다

 

...

그녀는 무엇 때문에 은행에 온 것일까.

2020. acrylic and Korean ink on Canvas.100x80cm

2020.11.15. 시가 그림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