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부 / 이광구
잡부 / 이광구
아줌마 둘이 못을 뽑고 있다
방배동
오가는 차도 많고 빌딩도 많고
싱싱한 꽃들 줄지어 지나가는
큰 길 옆 줄친 공사장 한 쪽에서
머리에 수건 쓴 아줌마 둘이 못을 뽑고 있다
육십이 가깝도록
가슴에 못 박히며
못처럼 뾰족한 길을 걸어온 사연들이
갈바람에 낙엽처럼 뒹굴고 있다
오층 건물
설계도 위로 못 박아 세운
형식처럼 단단한 거푸집을 해체하고
판넬과 각목을 뜯어 내팽개친
남자들은 떠났지만
어지럽게 쌓인 쓰레기 무덤 속에서
못 박힌 판넬 하나씩을 끄집어내는 날 보고
"광대 같아!"
작부처럼 낄낄대는 아줌마 둘이
가슴 속 징하게 박힌 못들을
하나씩 뽑아내고 있다
시집 <봄날에 찍힌 사진> 2007 북인 bookin
이광구 시인
지금 경기도 안성의 어느 농협에 딸린 트럭을 몰고 있는 기사이다.
강원도 춘천의 원적지에서 충북 과산으로 피난해서 태어났다.
서울의 달동네로 이사했고, 고교 휴학과 동시 철가방, 차량정비 조수,
리어카 판매상을 전전하다 군에 입대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펜팔교제 끝에 성남시 상대원동 자취방에 살게 되었다.
회사가 도산,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를 도와 속칭 '노가다'에 입문해
일당살이와 행상판매로 끼니를 때우다가 교통사고 후
<심상> 시창작교실과 윤강로 선생에게 시를 사사했다.
도시생활을 버리고 경기도 안성으로 이주해
아내와 함께 1일 주야교대 12시간의 공장생활을 시작했으며
5년 근무 후 공장이 매각되자 동네 분의 추천으로 농협에 입사했다.
20년 된 지금 안성들녘에 집 한 채 짓고 살고 있다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