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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의 바람직한 방향 / 안재동

휘수 Hwisu 2006. 8. 24. 10:19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의 바람직한 방향 / 안재동



Ⅰ. 들어가면서


이른바 문명충돌과 민족전쟁, 계급이데올로기, 환경오염 그리고 각종 사회악으로 신음하는 세상에서 오늘날 우리의 삶은 위태롭기만 하다. 또한 인간 본연의 가치의식이 급속히 실종되고 인간정서가 날로 황폐화되어 가는 실정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한 마지노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문학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의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책을 통한 독서와 문학이 일반적이었으나 오늘날은 TV(공중파)와 영화는 물론 위성방송, 케이블TV, 인터넷 등 뉴 미디어의 생성·확산에 따라 문학의 존재와 영역은 타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차 왜소해 가는 양상이다.


인터넷의 경우는 자료·정보의 검색, 전자우편, 게임, 문학, 음악, 영화, 교육, 금융, 쇼핑 등은 물론 전자정부의 구현에 따른 각종 민원업무까지도 해결이 가능한, 그야말로 우리 생활의 전반에 자리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문학도 창작과 발표 활동이 기존의 육필과 지면紙面 중심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중심으로 상당부분 기울어져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타 분야에 비해 인터넷을 통한 문학 활동의 포션(Portion)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는데, 향후 이러한 문학 활동과 환경의 변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 그러한 트렌드는 이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에, 여기서 인터넷 환경 즉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의 현황과 실제적 특징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향후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Ⅱ. 인터넷시대의 문학 환경


1. 인터넷의 성장과 일상생활의 변화

정보화사회로 일컬어지는 오늘날의 우리 생활에 컴퓨터와 인터넷 문화가 깊숙이 형성되었다. 그것은 마치 현대인의 삶의 전형적 패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과거엔 개인용 컴퓨터가 공장의 기계처럼 크고 투박한 모양이었으나 반도체와 LCD 등 신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요즘은 성능이 더욱 뛰어난 반면, 크기는 더욱 작고 가벼워져 가고 있다. 게다가 모바일(Mobile)화 즉 핸드폰으로도 TV를 시청할 수 있고 웹기반하의 각종 정보검색과 금융거래까지 이젠 일반화되었다. 인터넷 이용 인구도 급속히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04년 12월을 기준으로, 전 국민의 70.2%에 해당하는 3,158만 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2005년초에 발표한 바 있다. 관련 내용에 의하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주된 목적은 10대는 학습, 20~30대는 쇼핑·예약·인터넷 뱅킹, 40~50대는 신문·뉴스·잡지 내용 열람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령을 놓고 봤을 때는 자료·정보 검색 70.7%, 게임 53.6%, 전자우편 30.2%, 오락 20.8%, 채팅·메신저 17.6%, 쇼핑·예약 15.2% 등의 순으로 인터넷 이용 목적을 꼽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일반적으로 사이버 문화라고 표현한다. 사실상 사이버 공간은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생활공간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문학 분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PC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한 문학 활동이 점진적이면서도 다양하게 시도되어 왔다. 베스트셀러 소설 ‘퇴마록’을 집필한 이우혁 씨도 PC 통신을 통해서 일약 스타가 되기도 했다. 사이버 문화나 사이버 공간이 존재하듯, 인터넷을 통해 문학작품을 창작하고 발표하는 등의 경우를 흔히 사이버 문학이라 일컫는다.


최근에는 문학 사이트의 게시판을 통해 등단작가나 일반인들이 시, 수필, 소설 등 거의 날마다 수많은 창작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네티즌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거나 작가들의 작품을 웹사이트에서 웹사이트로 혹은 카페나 블로그 등으로 복사해 옮겨 놓기도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기성작가나 문학도들에 의한 새로운 문단의 형성이나 활동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오프라인(Off-Line)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온-오프(On-Off) 병행으로 움직이는 문학 동인·동호회가 문학전문 홈페이지를 개설·운영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문학시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하는 등 점차 다양한 형태로 인터넷 공간에서의 문학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문학 관련 대표적 기관이라 할 수 있는 한국문인협회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시인협회 등에서도 자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회원 확보와 커뮤니티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각 문예지 측에서도 홈페이지를 운영중이거나 신규 개설 또는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청소년과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문학전문 웹사이트(http://www.munjang.or.kr)인 「문장(문학광장)」을 최근에 오픈한 사실이 눈에 띈다. 인터넷을 통한 문학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인 이른바 ‘사이버 문학광장’이다.

2. 전자출판의 출현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이 날이 갈수록 활발해져 가는 추세에 발맞추어 전자출판의 중요성과 활용도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전자출판이란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한 출판 형태를 말한다. 즉 작품을 종이에 인쇄하여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수필이나 시, 소설 이외에 만화와 같은 장르도 전자출판으로 인터넷상에 서비스되고 있다. 전자출판 방법은 다양하다. 웹문서로 내용을 보여주거나 책의 내용 그대로를 보여주는 PDF(Portable Document Format)나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 등 이른바 웹북(Web-Book) 서비스가 그것인데, 최근에 이러한 전자출판 서비스의 이용 빈도가 매우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문학도서관의 경우에도 기 인쇄발간 시집이나 수필집, 소설책, 평론집, 단행본 논문 등을 전자출판으로 다시 제작하여 자체 홈페이지에서 유료 또는 무료로 열람을 가능케 하고 있다. 물론 인쇄물로 발간되지 않은 작품(원고)를 전자출판하기도 한다.


전자출판 제작 방법은 복간형과 재편집형, 신간형, 영상문집 등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복간형은 보존이 필요한 작품집, 문예지, 학회지, 동인지 등을 원책 그대로 만드는 방식이다. 재편집형은 원책에서 텍스트를 추출하여 그림, 음악 등을 삽입하면서 만드는 방식인데, 새로 조판하거나 산발적으로 발표한 글의 합본 등을 그 대상으로 한다. 신간형은 아직 발행하지 않은 워드(원고) 파일을 그림, 음악 등을 삽입하면서 만드는 방식이다. 영상문집은 동영상, 육성 낭송, 애니메이션 등을 첨가하는 방식인데, 영상시집, 동화책, 기념 문집 등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게 제작된 전자출판 작품집들을 한국문학도서관의 경우 협력 관계에 있는 대학의 전자도서관에 주로 보관하고, 「바로북」사나 「고이북」사, 「북피아」사 등 다른 전자출판 업체들은 자사 및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을 중심으로 여러 웹사이트의 전자서적 코너에 보급·판매하기도 한다.


전자출판의 출현은 문학 작품집을 인쇄 도서로 출간하던 출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일부 출판사들도 전자출판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자출판의 활용은 주로 인터넷상으로 이루어지는데, CD나 DVD 등에 수록되어 오프라인에서도 유통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자출판의 활발한 움직임에 대해 문단에서 일부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이도 없지는 않으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큰 거부감이나 부담이 없는 듯하다. 컴퓨터 통신망과 인터넷 그리고 대용량·초소형 멀티미디어 저장 매체 등의 비약적인 발전과 괘를 같이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전자출판 시장은 확대될 것이고 기존 인쇄출판 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인쇄매체(문예지, 단행본, 신문, 잡지 등)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인쇄매체는 인쇄매체대로, 전자출판은 전자출판대로 고유의 기능과 장점을 앞세워 각자의 영역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예견된다.


Ⅲ.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활동의 실제

괴테라는 대문호에게 한 청년이 찾아와 “저도 당신과 같은 대문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괴테는 “처음부터 대문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마음에 드는 것들을 글로 적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문호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글을 많이 적는다고 누구나 대문호가 될 수 있을까? 아마 선천적으로 재질을 타고난 작가가 아니라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가치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창작 요령(기법)을 학습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명망 높은 작가들에게 작품지도를 받거나 합평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자주 발표하면서 평가와 지적을 애써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그런 과정을 거치기엔 시간과 비용 등이 결코 만만치 않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은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미 인터넷을 통한 문학의 수용과 창작 활동은 보편적인 일이 되기도 했거니와 그런 현상은 현시대의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학 사이트를 통해 창작지도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나 단체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편 학교에서도 디지털시대의 국어과 수업모형이 제시된 바가 있는데, 개정된 제7차 교육과정 내용을 제6차 교육과정과 비교해 보면, 문학을 만들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문학 능력’ 개념을 도입한 것이 특색이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상호작용이나 소규모 토의 학습 등을 통해 훨씬 더 쉽게 그 목표에 이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1.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활동의 특징

정보검색 전문 포털 사이트 또는 문학 사이트 등에는 누구든 특별한 제약 없이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본인의 의견 개진 또한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다음 내용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지식 Q&A 난을 통해 ‘한국 문학 이래도 됩니까?’라는 주제로 국내 문학의 현실에 대한 몇몇 네티즌들의 자유롭고 활발한 의견 개진이 있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소설의 생명은 재미입니다. 물론 재미만 추구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소설가는 철학가나 사상가이기 이전에 이야기꾼입니다. 재미를 가미시켜 독자를 감동시키거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꾼은 훌륭한 소설가로 불리죠. 하지만 한국문학을 보면 무슨 놈의 이념, 사상타령, 이데올로기 (중략) 찢어지게 가난한 이야기, 버림받은 고아, 주제의식이 어쩌구저쩌구… 더 화가 치미는 건 이런 게 품격 높은 소설이고 그 형식에서 빗나간 소설은 소설 취급도 안 한다는 겁니다. 저는 여기서 회의가 듭니다. 만약 요시모토 바나나가 우리나라 소설가였더라면 과연 그녀는 순문학 작가 반열에 들며 명성을 떨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중략) 우리나라 소설이 너무 전형화적인 형식에 치중하는 거 보면 정말 기분이 나쁩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 Q&A, ‘한국 문학 이래도 됩니까?’, rlalove2000)


“우리의 경우 인터넷 시대에 들면서 솔직히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빈약한 이야기들이 득세하고 있죠. 그건 우리 역시 힘든 세상에서 좀더 단순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이런 경향은 물론 TV나 영화 시나리오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중략) 문학이란 시류이고 인간사 반영입니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것이 우리의 문학입니다. 1900년대를 들어오는 때부터 앞으로 최소 50년 후까지 우리 문학의 주된 화두는 민족성과 이데올로기, 친일, 반공, 분단 등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통일이 될 때까지 이러한 화두는 어쩔 수 없는 우리 문인들의 의무이고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민족을 떠난 문학이란 우리의 문학이 아니니까요. 님이 말씀하신 파벌 같은 것은 다만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 Q&A, ‘re: 한국 문학 이래도 됩니까?’, 706ten)


“어쩔 수가 없을 겁니다. 우리의 현대문학이 처음 생겨난 건 갑오개혁이후입니다. 이 때면 거의 일제치하기나 다름없죠. 이 때에는 일본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운동가와 사상가, 문학가들이 이런 작품들을 주제로 썼기 때문에 사상, 독립등의 주제가 많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우리 문학은 우리 나름대로의 정체성 확립, 주체성, 독립정신 등의 세계가 잘 나타나 있기에 우리 민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문학들입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 Q&A, ‘re: 한국 문학 이래도 됩니까?’, wstshotgun)

“우리 소설을 많이 읽어보셨는지. 우리 문단에서 호평을 받는 소설들이 이념·사상, 이데올로기 타령에 경도되었다고 하셨지요?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고 보시는 데 일견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편중이라는 표현은 극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굳이 소설을 들지 않아도 시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문단은 다소 권위적이고 어느 정도 보수적이고 또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중략) 무슨 삶에 아주 찌들린 가족사 얘기, 찢어지게 가난한 이야기, 버림받은 고아만 늘어놓는 소설은 읽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아프게 하지요. 읽으면서 즐기기에는 부담스럽겠지만, 그런 소설은 넌덜머리난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읽으면서 몰랐던 것을 아는 장중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거든요.(중략)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은 훌륭한데요. 편중된 시각으로 바라보면 편중되어 보입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 Q&A, ‘re: 한국 문학 이래도 됩니까???’, truinside)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손쉽게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주장이나 발표를 이제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특정 혹은 불특정 주제로 마음껏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효과와 만족도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주장의 표현은 인터넷 카페나 대화방 혹은 게시판 같은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정보검색 전문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Q/A 코너 같은 곳에서까지 가능한 상황이 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는 점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문학 사이트는 문예지나 각급 기관·단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와 작가나 일반인(네티즌)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그 수가 늘어가고 있으나 문학 관련이 아닌 타 분야의 홈페이지 운영 실태와 비교하면 양적으로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며, 완성도와 충실도 등 질적으로도 떨어지고 접속자수도 거의 없는 등 홈페이지의 구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곳도 더러 눈에 띈다.


현재 반년간, 계간, 격월간, 월간 등 국내 문예지들의 수가 대략 200개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 중 홈페이지를 제대로 구축하여 활용하는 곳은 아직도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주요 원인으로는 홈페이지 구축과 운영에 따른 비용부담과 운영인력 미확보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문예지들이 인간의 정신과 정서를 담아내는 채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생활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빨리 성장해야 마땅함에도 현실적으론 그렇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한편, 인터넷상의 문자 구현방식이 인쇄매체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그 특징적인 사실로서 인터넷상의 문서들이 ‘하이퍼텍스트(Hyper Text)’화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인터넷 주소창에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프로토콜인 ‘http://’의 의미도‘Hyper Text Transfer Protocol’의 약자인 것이다.


http://www.omun.net이란 주소가 나타내는 것은 www.omun.net이라는 주소에 있는 문서들은 한글(*.hwp)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doc) 또는 파워포인트(*.ppt)로 작성된 것이 아닌 HTML(*.html)로 작성되었다는 뜻이다. 이 때 HTML은 ‘Hyper Text Markup Language’의 약자이며 하이퍼텍스트라는 것을 나타낸다.
하이퍼텍스트란 말을 실제로 만든 사람은 ‘테오로드 넬슨’인데, 그는 하이퍼텍스트의 의미를 비순차적인 글쓰기로서 가지를 치고 독자들에게 선택을 허용하는 텍스트, 즉 상호작용적 화면에서 가장 잘 읽히는 것이며 그것은 끈들에 의해 연결된 일련의 텍스트 덩어리들로서 독자에게 다른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2.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 환상인가 실제인가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인터넷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필수 도구화되고 문학 활동도 인터넷의 공간으로 점차 흡수되어 가는 이 시대,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은 과연 환상인가 아니면 실제인가?
주지의 사실이지만 컴퓨터는 무한 복제를 가능하게 하므로 순식간에 원작의 모조품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마치 공장에서 생산되는 생활 소비품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작가와 독자들 사이에 갈등과 긴장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술품이 그 본원적인 가치와 분위기를 상실할 때 그것은 더 이상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을 통한 문학 작품의 표현과 기타 제반 활동은 알맹이가 없는, 자칫 환상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네티즌들은 컴퓨터나 인터넷을 통한 글쓰기에서 남의 작품을 쉽게 복제하거나 편집할 수가 있고, 그리하여 새로운 듯하지만 모조적인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문학을 공부하는 문학도나 일반인들에게 손으로 쓰는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자주 나올 법도 하다.


역시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어쨌든 현실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이미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이 구축되었고 문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문학의 생존이 영상에 의해서, 혹은 하이퍼텍스트에 의해서 위협받는다고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문학에 대한 대량 복제와 원전의 훼손 등에 어떻게 적절히 저항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나 하이퍼텍스트 환경에서의 문학에 새로운 질서와 가치관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일도 문학인들에게 놓인 하나의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터넷 생활화에 따른 문학 환경의 변화에 학생들의 가치관과 도덕적 사고 확립 등 교육적 측면에서의 특단의 대책도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웹사이트에서 구현되는 문학을 일반적으로 사이버 문학이라 일컫기도 하지만 혹자는 사이버 문학이 마치 문학의 별도 범주인 것처럼 생각하지는 않는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표현 방식의 차이인가 아니면 창작 공간의 차원인가 하는 점도 논의의 대상일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발표되는 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들에 대한 위상에 관해 한 때 논의와 담론들이 진행되기도 했었는데, 사람들이 ‘사이버 시’니 ‘사이버 소설’ 등으로 칭하던 경우가 그 일 예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런 논쟁은 가치가 없지 않겠는가 싶다. 사이버 공간에서 발표되는 작품들이 인쇄매체를 통해 세상에 나오기도 하고 인쇄매체에서 발표된 작품들이 웹사이트에 소개되기도 하며 어느 쪽으로 발표되든 작품 고유의 문학적 가치는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문학인들에겐 이제 사이버 공간, 즉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은 시대적 추세를 보더라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아닌가 한다.


교육계에서도 컴퓨터와 인터넷이 문학 교육에 어떤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며,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관계 기관들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즉 인터넷을 활용하되 문학 교육의 특성을 살리면서 학습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체계적인 학습 내용과 방법을 모색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이버 공간의 활성화와 사용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문학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논의하면서,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접근의 필요성,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학 교육이 기존의 문학 교육과 다른 점,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학 교육을 위해 이미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는 콘텐츠와 앞으로의 새로운 콘텐츠 개발 및 방향 등에 관한 사항들이다.


또한 최근엔 이러닝(e-Learning) 즉, 어학이나 경영 분야 등 인터넷 기반하의 각종 학습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으며, 문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이버대학의 문예창작 과정처럼 대학과정의 교육까지 인터넷으로 진행되고 있을 정도이다. 일부 문학 사이트에서는 등단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으로 작품을 접수하고 심사를 진행하며 당선작을 발표하는 일련의 토털 프로세싱(Total Processing)을 구축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등단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문학상 제도를 도입한 문단들도 나타나는데, 기성작가들과 일반인들이 특정 게시판에 투고한 작품에 대해 일련의 심사를 실시하여 당선작을 결정하고, 당선작에 대해서는 시상하거나 등단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3.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활동의 장점 및 단점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은 나름대로의 장점 혹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단점 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한 점들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활동의 장점

우선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의 장점 또는 긍정적인 현상을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면,
첫째, 독자층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인터넷에 작품을 게시할 경우 웹사이트에 늘 존재하는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이 독자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시간과 공간적 제약이 거의 없다. 인터넷에 접속이 될 수만 있다면 작가가 언제 어디서든 작품 발표가 가능하고, 독자 역시 작품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텍스트와 영상 또는 음악의 적절한 조화가 가능하다. 시를 중심으로 문학 작품에 그림이나 영상 또는 음악을 삽입하여 작품 표현과 감상의 단조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을 잘 못 활용하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넷째, 문학 활동 기회가 평준화된다. 즉 중앙과 지역간, 빈貧과 부富간의 문학 활동과 관련 정보 습득 기회의 격차가 줄어든다.


다섯째, 작가가 발표한 작품에 대해 독자들의 반응이 신속히 감지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웹사이트에는 늘 불특정 다수의 독자(네티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게시판에 발표된 작품에 대해서는 댓글이나 메모 등의 형식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접수될 수 있고, 그 반응도 빠른 시간 내에 확인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여섯째, 특정 문학 작품이나 작가의 정보에 대한 검색이 용이하다. 도서관 또는 개인 서가에서는 특정 문학 작품이나 작가의 정보를 쉽게 찾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수고로움과 많은 시간 소모를 감수해야 하지만 웹사이트상에서는 검색기능을 통해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일곱째, 문단에 대한 문호의 개방이다. 웹사이트상에서는 작가든 일반인이든 심지어 학생까지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작품 발표와 감상 등의 문학 활동을 할 수 있다. 신문이나 문예지, 기타 잡지 등 각종 인쇄매체에서는 본인의 창작 작품을 게재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지만 문단 사이트의 게시판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항상 개방되어 있다.

나.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활동의 단점

다음에는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의 단점 혹은 부정적인 현상을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감상은 모니터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시각 등 신체적인 피로감을 증대시키고 인쇄매체에 비해 집중력을 감소시킨다.


둘째, 발표 작품에 대한 공증력과 보존성이 취약하다. 문예지나 신문 등 인쇄지면에 발표된 문학 작품은 발표작으로 인정받기도 하고 공증력이나 보존성도 있지만 웹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려진 창작 작품은 발표작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원작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삭제 또는 변경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들이 인쇄지면과 웹사이트 게시판의 근본적 차이점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웹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작가가 기 게재한 자신의 작품 내용을 수시 또는 임의로 그리고 손쉽게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문학 사이트에서는 게시판에 올려진 작품들 중 우수작 위주로 선별하여 자체의 라이브러리에 별도로 보관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원작가의 요청에 의해 얼마든지 삭제나 수정될 수 있다. 한편, 경영상의 이유나 기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해당 웹사이트가 수시로 문을 닫기도 한다. 그와 같이 웹사이트에 올려진 작품은 사실상 공증력이나 보존성의 효과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이동간에는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작품의 감상에 불편함이 따른다. 여행이나 야외 활동 중 또는 차량이나 도보로 이동시에는 인터넷과의 접속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오히려 휴대하기에 편한 서적보다 편의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무선인터넷이나 모바일, 유비쿼터스 등 이동간 통신·멀티미디어 기술의 개발에 따라, 원활하지는 않지만 필요시 이동간에도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해지고 있기는 하다. 어쩌면 머지않아 그런 단점도 대폭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선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에 대한 접속 비용과 화면 구현(디스플레이 상태), 전파 수신 가능 여부 등의 사유로 실용·대중화 단계까지 이르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작품 복제와 도용이 용이하다. 이는 당연히 저작권 시비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이다. 웹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려진 작품이 미발표작일 경우 그 작품을 누군가가 모작하여 먼저 인쇄지면에 발표해버린다면 원작가로서는 창작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저작권마저도 유효하지 않게 될 수가 있다.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에 있어서는 그런 점에서 작가간 갈등과 분쟁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작가들은 작품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자신의 작품은 인쇄지면에 발표할 때까지는 아예 웹사이트의 게시판에 먼저 선보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Ⅳ.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의 바람직한 방향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웹사이트에서의 문학 활동은 그 양상이 오프라인에서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웹사이트의 운영자는 시스템 운영과 방식 등을 적절하고도 민감하게 구사해야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비용과 시간 등의 부담이 따르게 된다. 작가나 독자들은 또 그들대로 활동 과정에서 서로 상대방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으로 자제력을 잃게 될 수가 있다. 그럴 경우 웹사이트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뜻밖의 상황을 통제하기가 매우 곤란한 지경에 놓이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을 염두에 두고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향하기 위해 문학인들은 어떠한 자세를 견지해야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다각도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문학 사이트 이용자의 예절과 책임감 견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웹사이트 게시판에 발표된 작품을 놓고 작가와 독자(독자임과 동시에 작가 또는 일반인) 상호간 불쾌한 논쟁이나 상호비방형 감정대립 같은 문제가 흔히 불거지기도 한다. 특정 작품에 첨부한 리플(꼬리글)이나 메모 같은 것 때문에 발생되는 현상이 그것인데, 흔히 작가의 입장에서는 “남의 작품에 간섭하지 말고 당신 글이나 잘 써!….”라는 입장이고, 상대방(독자)의 입장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뜻을 순수하게 받아주지 않거나 고깝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인 것이다. 간혹 작가의 기분을 건드리는, 다분히 험담, 비판, 충고 조의 리플들도 발견된다. 이와 같은 경우는 웹사이트상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로서 근본적으로 이용자들 스스로가 예절과 진지한 자세를 갖출 때라야만 제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와는 별도로, 웹사이트 게시판에는 관리자가 시스템적으로 회원으로서의 신분이 확인되는 사람에 한해 리플이나 메모를 달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으며 사실상 많은 사이트에서 그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악의성 리플을 게시판 관리자가 임의로 삭제하기도 한다. 그렇게 할 경우는 감정적 논쟁이 상당 부분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관리자가 끝없이 신경을 써야할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리플이나 메모 차원이 아닌, 가령 특정 문예지나 문단, 기타 각종 단체의 대표자 선출이나 특별한 이권과 관련한 현안 등에 대한 토론의 장이 웹사이트상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이 때 게시글에 인신공격·욕설·폭언 등 매우 과격한 내용이 담기는 경우들이 있다. 그럴 경우, 해당 기관과 홈페이지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 문단과 문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문학도나 네티즌들 사이에서 가차 없이 붕괴되고 심지어 혐오나 분노로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터넷이 비록 얼굴이나 이름이 노출되지 않는 익명성의 공간이긴 하나 작가와 독자, 또는 작가들 서로가 주의하고 예절과 진지한 자세를 견지해야함은 물론 자신들로 인해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책임감의 견지가 요구된다 하겠다.


한편, 가끔 일부 몇 사람의 작가가 해당 게시판을 도배하듯이 무절제하게 작품을 올리는 사례도 왕왕 발견된다. 작품성이 거의 없는 수다적인 글이나 기타 온갖 너스레한 글들이 창작물 발표 공간을 군데군데 장식할 때는 독자들을 매우 짜증나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작품성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개인에 따라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작품을 게시하기 전에 작가 스스로의 깊은 성찰과 내면적 사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그런 이른바 도배성 글들이 게시판에 난무하게 되면 간혹 작품성이 매우 높은 글들마저 독자들에게 읽히지 못하고 홍수에 휩쓸리듯 묻혀버리게 될 것이다. 이처럼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에 있어 일부 작가들이 공용 게시판을 마치 자신의 개인 작품 전시장처럼 활용하는 상황을 막긴 막아야할 것이나, 이 또한 작가들 스스로가 절제하지 않는다면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2. 이미지나 음악 등 무절제한 사용 자제

문학 사이트의 게시판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작품내용 즉 텍스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상 또는 음악과의 조합으로 문학작품의 본원적인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텍스트로 표현되는 문학 작품이 갖는 단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삽화나 일러스트 등이 지면에 활용되고는 있었지만, 인터넷상에서 구현되는 그림이나 영상은 지면의 삽화나 일러스트 등과는 그 적용방법이 사실상 많이 다르다. 지면의 경우 작가와 화가 사이에 작품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도록 일반적으로 사전에 조율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네티즌들이 임의로 특정 혹은 불특정 작가의 작품에다 자신의 구미에 맞는 그림이나 영상 또는 배경 음악을 처리하여 각종 게시판에다 올려놓기 때문이다.
잘만하면 그림이나 영상 혹은 음악이 문학작품의 내용을 더 실감나고 풍성하게 할 수도 있을 터이지만, 자칫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까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이미지나 음악이 주관적이고 관념적이며 상징적인 것이기는 하겠으나, 작가와 상의 없이 임의로 이미지나 음악을 작품에 삽입시키는 것은 각별히 주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문학 사이트 상의 영상시 게시판 등에 그런 사례가 흔히 발견된다. 이에 대해 문인이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언론이나 학교, 기타 각급 단체에서 적절한 교육, 홍보, 캠페인 등을 전개해 사이버 문학 공간에서의 올바른 문화를 형성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의 바람직한 지향점

문학을 왜 하는가? 이는 웹사이트를 통해서건 오프라인에서건 그 궁극적 목적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의 유형은 문예지의 인터넷문학상 운영, 동인회나 카페 활동, 문예지나 기타 단체의 홈페이지 활용,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작품을 싣는 일, 특정 작가의 작품들을 복사·인용·라이브러리화 하는 일, 각종 카페나 게시판 혹은 검색 포털 사이트의 지식 Q/A란 등에서의 토론, 사이버대학의 문예창작학과 등 각급 학교의 문학 관련 이러닝(e-Learning), 문학 아카데미 형태의 창작 교실 운영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문학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홈페이지의 디자인이나 기능적 편의성, 콘텐츠 등의 질적 수준을 점점 고급화하면서 작가와 일반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퍼포먼스를 상승시키고 있다. 이젠 문예지나 기타 단체들이 그야말로 무한 경쟁시대로 접어드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요즈음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보편적인 일이 되었지만 문학인들 개개인의 보다 적극적인 수용과 참여 자세 등은 아직 미흡한 단계로 보인다.


문학적 가치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선정적이며 흥미위주의 운영 형태(게시판·카페 활용 등)도 가끔 눈에 띄는데 당연히 지양돼야할 사안이다. 만일 그 정도가 지나치게 심할 경우 관련 홈페이지나 게시판이 슬럼화될 수 있고, 문학 수준의 질적 저하와 일반인들로 하여금 문학을 외면·도외시하게 만들 수도 있으므로 작가나 독자(네티즌)를 막론하고 책임과 가치의식을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
또 사이버라는 공간이라 해서 작품을 너무 안일하게 표현하거나 발표하는 자세를 버리고 작품의 완성도와 자기성찰적 의식을 제고하는 등 애정과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가령, 작가의 입장에서는 작품 내용 중 나타날 수 있는 오·탈자는 물론이고 기타 문법적 오류 하나하나까지도 눈에 띄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할 일이 그것이다.


4. 정부 및 관련 기관 차원의 지원

웹사이트상의 문학 활동의 활성화와 미래 문학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엿보인다. 정부에서도 이미 인터넷문학 활성화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고, 그 중 하나로 지난 2001년 12월 17일 확정한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이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성장을 위한 지식과 인력개발’의 정책과제로 제시된 ‘문화예술의 지식자산화를 위한 전문인력 육성’ 분야에 대한 시행 방안이 그것이다. 그 주요 내용으로 첨단기술과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창작활동 등의 지원 사항이 담겨 있는데, 스토리뱅크 운영과 디지털 문화예술 강좌 등의 지원 확대, 인터넷 문학 활동 활성화 지원 등의 항목이다. 또한 문예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제작·운영중인 웹사이트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지원폭과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여 향후 더욱 적극적이고 폭넓은 대책이 기다려진다. 또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언어 사용의 변화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표준말이나 문법의 오기·오용 사례는 물론 기성세대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초등학생은 물론 중·고·대학생, 성인들까지도 대상으로 하는 국어·문학 관련 학습의 장을 관계 기관·단체에서 어떤 식으로든 많이 마련하고, 교양 전문 웹사이트 같은 것도 많이 개설하여 그 활용의 다양화와 활성화를 도모해 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5. 인터넷시대의 문학 정체성 회복

혹자는 자신의 작품이 사이버 공간에 떠 있어도 그것은 자신의 작품이 아닌 것 같고, 자신의 작품을 모니터를 통해 읽어도 생경하고 낯설다고도 했다. 우리에겐 기존의 인쇄문자와 모니터를 통해 구현되는 하이퍼텍스트 사이에서 받게 되는 괴리감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현상이 궁극적으로 문학의 본원적 가치마저 달리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점이 또한 분명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도 없다. 가령, 사이버 세상에서 구현되는 문학을 새로이 형성되는 사이버 문학이라 단정 짓는다면, 그것이 별도의 장르로 구분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점이 그것이다.


문예사조의 문제는 또 어떤가? 최근 사이버 공간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른바 ‘사랑시’랄까 ‘연애시’ 같은 경우처럼 감성소구 일변도의 작품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은 메커니즘이나 디지털 등 첨단과학 관련 문화와 접목되는 시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수십 년 동안에 걸쳐 단계적으로 변모해 온 문예사조의 흐름은 인터넷시대에 접어들어 과연 어떻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인가? 사이버 문학 관련 사조도 인식론에 근거한 이론으로 별도 정립될 수 있을까?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은 사이버 혹은 인터넷 관련 용어와 언어들이 무절제하게 생성·사용되고 그것들이 문학작품에까지 투영되는 결과에 있지 않을까 한다.


Ⅴ. 맺으면서

최근 전자출판이나 유료 창작지도를 목적으로 한 수익성 문학 웹사이트들도 더러 생겨나고 있다. 그와 같은 웹사이트들은 산업적 차원의 시장논리에 의해 성장과 도태의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그와는 별도로,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이 활성화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문학인 개개인과 독자들의 움직임이 어떠할 지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인터넷 세상이라 할 수 있는 오늘날 우리 생활 전반의 변화 트렌드에서 아직은 문학과 문단의 변화와 적응이 사실상 상당히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이 아직 완전한 정착단계에 이르지도 않았고 앞서 지적한 대로 몇 가지 문제점들도 상존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은 점차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 활동이 현재는 주로 신예작가들이나 문학도 그리고 일반인(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의 빠른 발전을 위해서는 중견·원로급 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기존 문단의 경직성이나 블록화 또는 고급화 같은 것에서 쉽게 탈피하지 못하는 관계로 웹사이트를 통한 문학활동에 기성세대 문인들의 관심과 참여 분위기가 잘 조성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몇몇 문학지나 평론가에 의한 학맥, 인맥, 지연 및 이데올로기 등 기타 부적절한 파벌 형성으로 유지되는 문단의 폐쇄성과 블록화 등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는데 사이버 문학 세계에까지 그런 현상들이 발생하거나 굳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도 걱정거리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런 현상이 사이버 문학 세계에서는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하게 조장된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이미 새로운 세기를 살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 세대’가 탈권위주의적 경향을 형성하고, 그 동안 우리 사회와 역사에 과도한 하중으로 작용했던 여러 다양한 분야의 이념적, 이데올로기적 침전물들을 걸러내는 데 상당 부분 이바지하고 있는 것으로 혹자는 평가하기도 한다.
이 시대에 우리의 생활을 멀티미디어와 인터넷 매체가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문학인들은 사활을 걸고 문학 인구의 저변 확대와 문학의 영역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문학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界를 위해 문학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한 번 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 글이 아주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조용히 가져본다.

출처 : 세계한민족작가연합(http://koreanwriters.com)

출처, 스토리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