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염소 / 박성우

휘수 Hwisu 2008. 7. 1. 08:47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거미」당선
2002년 시집 <거미>(창비) 발행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7년 <가뜬한 잠 >창비

 

염소 / 박성우
 

염소를 얻어다 풀길에 맨다

 

염소는 종일 풀길을 먹는다

음매에헤 음매에헤

고삐가 내주는 길이만큼 풀길을 먹는다

 

야금야금 뜯어먹힌 풀길이

불룩불룩 울룩불룩 뱃속으로 들어간다

 

뒹굴뒹굴 둥글둥글

뜯어 먹힌 풀길이 똥글똥글 쏟아진다

까마득 뜯어 먹힌 풀길이 까맣게 쏟아진다

 

하루 이틀 사을 나흘

예닐곱 발짝씩 옮겨 뜯긴 풀길이

우리 집 나드는 흙길에 까막까막 뒹군다

 

깜냥깜냥 걷는 어린 딸애랑,

풀길 깡그리 먹어 준 염소 돌려주러 간다

 

염소 뱃속에 풀길을 넣고 간다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