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연왕모 시모음

휘수 Hwisu 2007. 7. 24. 15:29


1969년 서울 출생

1994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1997년 시집 '개들의 예감'(문학과지성사)이 있음
1998년 '현대시동인상' 수상
1994년 '21세기 전망' 동인


글 4


공기의
털실 한 올  

 

언어 낚시터


언어를 낚으려 하지 마시오
언어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언어의 알을 갖는 것


...중략...



호수로 간다
시장의 생선 궤짝에 죽은 고기들 버려두고
언어를 보러 간다
물 속에서 헤엄치는
언어의 몸짓과
언어의 숨방울이 물 위에 그려진다
그 위로 뛰쳐오르는 언어
투명한 비늘에 반사되는 햇빛이
가슴을 뛰게 한다
심장은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호수에
뛰어든다

 

 

늦은 아침


우유가 배달돼왔다
더 이상 올 것도 없는데
우유병을 들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새벽 세 시의 자명종

그의 입에서 밧줄이 나온다
눈을 감고 그는 고통스럽게 밧줄을 게워낸다
방 안을 가득 메운 밧줄이 꿈틀꿈틀 문을 나선다
거리에 나온 밧줄이 터널을 바라본다

한 손에 여행 가방을 든 남자
천천히
터널을 향해 걸어간다

 

출처, 간이역에이는시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