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어느 짐승의 혀가 핥던 시간 / 장인수

휘수 Hwisu 2007. 3. 1. 09:31

1968년 충북 진천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

2003년 계간 '시인세계'로 등단

2006년 시집 <유리창>  문학세계사

현재 서울 중산고등학교 교사


어느 짐승의 혀가 핥던 시간  / 장인수

 

불쑥
형 집에 갔더니
주인은 없고
일곱 마리의 검은 강아지들이 졸래졸래 뛰어나와
손가락을 핥고, 빨고, 야단이었다
귀 앓는 어미개는
저수지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까만 콧등 일곱 마리가
오줌 찔끔, 찍고 바르며 혓바닥 애정을 쏟아붓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엎어진 개밥그릇 위에 걸터앉은 나는
사람보다 다섯 배 빨리 성장하고……뛰놀고……늙어갈……
어린 짐승의 애정 행각에 맡겨져
다시는 사람으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놀고 있었다
오늘은 형의 생일
생일은 없고, 일곱 마리 애정을 빨아대며 노을이 번져오고 있었다


시로 여는 세상 (2007년 봄호)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