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읽고싶은글

[앙드레 케르테츠] 교차로, 블로와, 1930 / 시안

휘수 Hwisu 2006. 5. 5. 00:56


<교차로, 블로와,1930>

세계는 한 장의 페이지이지만 그러나 생명을 지닌 페이지이다. 높은 곳에서의 바라봄이란 필경 도시의 시야이다. 거기서 하늘은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자리밖에는 차지 못하고 땅과 포장된 길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곳을 지나간다. 곧추세워진 실루엣은 종종 사진의 유일한 수직적인 것들이며, 그들의 그림자는 명확한 사선을 이룬다.

사회적 코미디는 길이나 술집에서보다 여기서 한결 더 잘 읽을 수 있다. 데카르트가 그이 칭문을 통해 모자들이 걸어다니고 있음을 발견해낸 것처럼 부감시선은 세계가 움직여 나가는 방식을 밝혀내며, 사진작가는 철학적, 회의적인 거리를 취한다. 겨울의 싸늘한 태양이나 밤의 조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도시의 단편적인 면모들이 사진작가에게는 열을 지어 움직이는 개미들의 행렬만큼이나 필연적이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는 관찰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세계를 본다기 보다는 읽는다. 사물과 그 자신 사이의 거리는 사물에 대한 이해 가능성의 조건이다. 세계와 일정한 거리를 둠으로써 모든 것이 분명해지고, 판독 가능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세계는 그것이 사실은 한 권의 커다란 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털어놓게 되는 것이다.

다니엘 살르나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