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침개가 익어가는 오후' 와 문지성 깔깔마녀님의 시 감상글
『휘수시집, <구름 북소리> 중에서
2018년 9월 19일 출간
시, '부침개가 익어가는 오후' 와 문지성 깔깔마녀님의 시 감상글』
[부침개가 익어가는 오후 / 휘수]
엎드렸다 돌아누우면
애틋한 그림자가 얼굴에 스며든다
소금물에 절여지는 배추가 몸을 돌린다
비빔밥이 고추장을 뒤섞으며 본색을 드러낸다
이들이 색이 진해지고 있는 것은
뒤척임 때문이다
마음이 자주 뒤적일 때
가을처럼 깊어지기도 한다
잠자리에 누운 꿈도 뒤척댄다
그래야 어둠이 고르게 뭉치고
아침이 가벼워지듯이
뒤척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김치가 맛있어지고
비빔밥이 감칠맛 나고
그늘 속에서도 웃음꽃이 피어난 것은
뒤집고 뒤섞이고 뒤척인 덕분이다
삶의 위태로운 외다리를 건널 때
오그라들고 굳어지는 모든 것은
뒤척이지 못했던 것들이다
노릇하게 익어가는 부침개가
바닥이 있을 것이라 굳게 믿으며
훌쩍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다시 한번 돌아눕는
그대의 눈이 깊어졌다
[The afternoon of the pancake ripening / Hwisu]
When anyone lie on your stomach and turn around,
the affectionate shadow permeates his face.
The salted cabbage turns around.
By mixing red pepper paste
bibimbap reveals its true colors .
They're getting darker
because of the toss and turn.
When the mind often rummages,
it can be as deep as autumn.
Bedtime dreams toss and turn,
so that the darkness can be evenly united
as the morning lightens.
Anyone shouldn't be afraid to toss and turn.
The kimchi becomes delicious,
The bibimbap tastes good,
Laughter blooms in the shade,
That's all thanks to flipping, mixing, and tossing.
When you cross by a single log bridge of life,
everything that shrinks and hardens is
things that have not been turned around
Golden brown pancake leaping into the air
with a firm belief that there will be a floor,
Your eyes deepened
when once again you turned back.
[‘부침개가 익어가는 오후’ 시 감상글 / 문지성 깔깔마녀]
시, '부침개가 익어가는 오후'를 읽고
빗줄기가 바닥에 회포를 풀어내고 마음이 설렁거리며 허전할 때, 허기를 채울 무언가가 떠오른다. ‘아, 부침개!’ 부랴부랴 프라이팬과 밀가루를 챙긴다. 무언가 채울 수 없는 허기가 가슴과 머릿속 구멍을 찾아 히히덕거릴 때, 뱃속 든든하게 채워주며 영혼까지 채워지는 포만감을 찾아. 그녀도 그런 기분이었을까?
그럴 때 좋은 시를 만나면 눈이 밝아지고 가슴이 개운해진다. 무언가 골몰해 있던 고민의 한 자락이 풀리는 듯한 느낌. 어젯밤에 유쾌하게 지글거리는 부침개를 뒤집으며 삶의 한 자락을 풀어내는 좋은 시를 만났다. ‘부침개가 익어가는 오후’.
뒤척이다.
가끔씩 선잠을 깨고 났을 때 두 주먹을 꼭 쥐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잠이 들 때조차 무언가를 놓지 못하고 긴장하고 있었던 게로구나, 빈 주먹에 무엇이라도 잃을까 두려워 외나무다리에서 나를 만나고도 바짝 오그리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시인은, 잠이 쉬이 들지 않을 때 뒤척이는 것이 그때마다 드리워지는 그림자, 그 어둠이 고르게 뭉쳐지게 하기 위해서란다. 외골수로 ‘이것이 맞아’, ‘이것만이 정답이지’하고 오로지 정 중앙으로 난 외나무 길을 걷다가, 길 끄트머리쯤 가서야 뒤척이지 못했던 시간들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일.
문득 ‘바닥이 있을 것이라 굳게 믿으며 훌쩍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싶어 진다. 모로 누운 잠자리의 꿈들이 뒤척이며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세상의 모든 섭섭한 꿈들에게 부침개 한 점, 잘 비벼진 비빔밥 한 숟가락 먹여주는, 푸근하고 넉넉한 시 한 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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