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관련

시창작 강의-17(시를 어떻게 쓸 것이가 : 제목) / 김송배

휘수 Hwisu 2006. 8. 5. 06:19


5-3. 제목(題目)에 대하여


시 쓰기에서 시의 제목(title)을 붙이는 일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시의 제목은 바로 시의 얼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맨 먼저 얼굴에서 첫 인상을 보는 것과 같이 한 편의 시를 볼 때 첫 눈에 띄는 것이 시의 제목입니다. 이 제목만 보고도 그 시의 내용을 미리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비추어 본다면 시의 제목은 그 작품의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황무지』로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영국의 시인 엘리어트(Eliot)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의 문화적, 정신적으로 황폐한 모습을 재생한 것을 암시한 것이 바로 작품 <황무지>이며 단테의 『신곡(神曲)』은 인간의 영혼이 죄악의 세계로부터 회오(悔悟)와 정화(淨化)에 이르고 다시 천국으로 다다르는 경로를 다양하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현대시들의 제목을 보면 사물이나 관념에서 옮겨와 단순하게 한 단어로 된 명사형이 있는가 하면,
<돌이 되어 누워 있음>(김송배)
<갈고리 마을의 달>(차한수)
<또 다른 고향>(윤동주)
<석류꽃 그늘에 와서>(유치환)
<지붕 위의 바람개비>(방지원)
등과 같이 단순 명사형이 아닌 한 문장의 제목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찌보면 단순 명사형에서 시인들이 사유(思惟)할 수 있는 의식의 한계가 이미지로 전환되는데는 너무 광범위하거나 아니면 이미 기존의 시인들이 동일한 제목으로 시를 창작했다는 유추도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시를 쓰는 과정에서 제목을 정하는 방식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ㅇ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쓴다.
ㅇ 작품을 써가는 도중이나 완성한 다음에 제목을 붙인다.
ㅇ 제목이 없이 그냥 일련번호를 매겨서 구분한다.(적당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무제(無題)> 또는 <실제(失題)>라고 붙이는 경우가 옛날에는 가끔 있었습니다.)
ㅇ 작품 내용 중에서 한 행을 뽑아다가 제목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어떤 제목이 좋은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시의 형태나 내용에 따라서 결정될 문제이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살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① 제목은 함축성(含蓄性)이 있어야 한다
    시 전체를 대신하여 이를 암시할 수 있는 것, 어떤 상징성이나 이미지를 띄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② 제목은 신선미(新鮮味)가 있어야 한다.
    낡고 진부한 것을 버리고 독창성이 있어야 합니다.
③ 제목은 간명해야 한다.
    제목 자체가 지저분하다든지 너무 엉뚱하면 시를 읽기 전에 벌써 혐오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④ 제목은 겸손해야 한다.
    시를 배우거나 처음 시 쓰기에 임하는 사람은 특히 유념해야 합니다. 이해가 빠르고 가벼운 제목으로 시작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⑤ 제목은 멋과 재치가 넘치면 더욱 좋다.
    이렇게 시의 제목은 잘 붙이면 경우에 따라서 평범하게 머물고 말 작품이 매우 의미있는 것으로 끌어 올릴 수도 있고 내용이 엉뚱하거나 단조로운 것이라도 그 질서 위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시의 제목은 대체로 어떻게 붙이면 될까요

- 소재를 제목으로 한다.
- 주제를 제목으로 한다
- 소재도 주제도 아닌 다른 그 무엇을 제목으로 한다.
- 제목을 아예 붙이지 않는다.

* 그동안 많이 기다렸지요. 그럴땐 이메일이라도 보내시지....
  앞으로는 결강이 없을 것입니다.

 

출처, 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