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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06,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삽/정진규
휘수 Hwisu
2006. 8. 28. 01:17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⑨ 시 -
정진규
[중앙일보]
죽음의 세계와
경계 없는 만남
공자가 말한 `종심`의 경지에
공자가 말한 `종심`의 경지에
"생명과 죽음은 분리되는 게 아니구나, 현실과 영혼은 등을 맞대고 같이 가는구나…" 시인은 "사물의 안과 밖이 만나게 하는 것이 시"라고 했다. 삶과 죽음이 만나는 순간을 접하고 나니 시가 잘 풀렸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짓는 연장(도구)이자 경계를 잇는 연장(延長)인 '삽'은 그래서 시가 됐다. "앞으로도 죽음의 세계와 경계 없이 만나는 시를 쓸 것 같아요. 나이 탓인지…" '새벽에 혼자 깨어 있어야 함이 못견디게 힘들다'('새벽감옥'에서)고 고백하는 만 67세의 시인. "우리 나이쯤 되면 '내가 쓰는 건 뭐든 시다'란 버릇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시가 평면화돼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죠." 나이 든 시인이 시를 쓰려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단다. 시인은 한 달에 한번쯤은 훌쩍 떠난다. 해인사에서 마음 심(心)자 모양으로 법고 치는 스님의 어혈진 손을 보고 '이번 봄'이란 시를 썼다. 거창 신원리에 다녀와서는 '임청정(臨淸亭) 소나무'를 썼다. 시인은 "나이 먹으면 상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많이 다녀야 한다"고 했다. 작품 중 '아득한 봄날'이란 동시도 있다. 동시를 쓰면 어른 시 쓰는 데도 도움이 된단다. 시인은 "제대로 된 동시집 하나 갖고 싶다"고 했다. 요즘엔 시조 공부도 하고 있다. "진정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진 형식 속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시가 잘 풀리지 않으면 붓을 들어 글씨를 쓴다. 1000개의 항아리에 붓으로 시를 써내려간 경험을 적은 시가 '달항아리'다. '속을 비워냈다 터질 듯 비워 냈다' 이광호 예심위원은 "단순히 비우는 게 아닌 터질 듯한 비움, 그게 정진규의 미학을 상징적으로 얘기해준다"고 말했다. 시인은 "가리고 싶은 데가 있어야지, 다 비우니 편하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편안함이란 들통나지 않음이다'('臨淸亭 소나무'에서) 그래서 "선(禪) 공부와 시 공부는 다르다"고도 했다. 사실 그의 시가 자꾸 아포리즘(잠언.경구), 선(禪)으로 간다는 평이 한동안 있었다. 시인은 젊은 후배들의 지적을 귀담아 들었다. '현대시학' 주간으로 19년째 일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시와 평론을 읽은 덕분이랬다. 그는 여전히 "좋은 시를 보면 주책 맞을 정도로 질투한다"고 했다. "어떤 땐 밉다"고도 했다. 질투 나는 시인이 누구냐고 묻자 황병승.문태준.황동규.최하림.최승호.이성복.김기택.김선우 등의 이름을 찬찬히 거론한다. 시인은 "전집이란 나이 여든은 돼야 비로소 낼 만하다"고 했다. 그도 미당이나 김춘수처럼 "여든까지는 시를 쓰겠다"는 뜻이란다. 공자는 나이 일흔이면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라 했다. 문태준 예심위원은 "시에서 종심(從心)의 경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이경희 기자 |
출처 : 장진영과 함께하기
글쓴이 : 언젠가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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