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스크랩] 주막에서 / 천상병
휘수 Hwisu
2006. 1. 20. 08:52

주막에서
천상병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詩人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 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莊嚴하다.
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
밤은 깊어 가는데
할머니 등 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