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요것조것수납장

[스크랩] 올해도 탱자꽃은 저렇게 피는데

휘수 Hwisu 2006. 1. 4. 10:01

 학교 오가는 길에 탱자꽃이 유난히 하얗게 피었다.
 어릴 때는 제주도에도 귤이 귀하여 냇가 가시나무에 달린 잘 익은 탱자가 따고 싶었다. 키는 닿지 않고 가시가 무서워 커다란 대나무 끝에 올가미를 만들어 따서는 그 향기를 맡다가 구멍을 뚫어 시고 쓴 것을 빨아먹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탱자나무를 보면 위리안치(圍籬安置)가 생각났다.  
 왕조 때, 유배지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못하게 가시를 두른 울타리인 위리(圍籬) 안에 중죄인을 가두어 두던 제도다. 임금의 특지(特旨)로 중죄인을 유배할 때만 적용하였다. 그보다 무거운 벌은 죄인이 기거하는 방을 가시나무로 다시 또 위리하는 천극이라는 형벌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옛날에는 중죄인을 귀양보내던 유배지여서 어릴 때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꽤 있었다. 

 

 한방에서는 탱자의 어린 열매를 사용하는데 아직 자라지 않은 파란 탱자 열매를 따서 2등분을 하던지 삼등분을 하여 갈라 말린 것을 지실(枳實)이라 하며, 껍질을 말리면 지각(枳殼)이라 부르고 지사제로 처방을 한다. 그리고, 민간요법에서는 감기나 기침이 심한 사람들은 탱자 익은 것을 깨끗이 씻은 다음 생강과 함께 달여서 대용차처럼 마시면 제법 약효가 있다고 한다.

 

 


 

 강화도에서는 외적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철조망 치듯 탱자나무를 심어둔 것이 지금껏 남은 것이 있어 400년 정도로 추정되는 두 그루가 있는데, 갑곶리 것은 천연기념물 78호, 사기리 것은 천연기념물 7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제주도에 감귤이 널리 재배되면서 탱자 묘목은 접붙이는 대목용으로 대부분 사용되었다. 탱자나무는 병충해에 강하고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기 때문에 이에 접붙인 감귤나무도 잘 자라고 튼튼하며 열매도 잘 달린다. 지금은 제주도에서도 흔히 보이지는 않지만 학교 오가는 길에 서너 군데 있어 꽃으로부터 열매가 떨어질 때까지 자주 지켜보게 된다.

 

 쌍떡잎식물 쥐손이풀목 운향과의 낙엽관목인 탱자나무는 그 열매를 말린 약재는 강한 기를 방사하여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을 주며, 건위·이뇨·거담·진통 등에 좋다. 이제 5월이 되면 이 탱자꽃을 닮은 귤꽃이 사방에서 피어나 한달 동안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 탱자나무의 말 / 이정록

 

가진 것도 없는 것이
가시만 날카롭다 말하지 말아요
알통 굵은 내 뿌리 근처
하얗게 쌓인 새똥 무더기를 보아요
심장 뜨거운 단단한 새들
털끝 하나 흩트리지 않아요
그대에겐 시고 떫은
탱자에 지나지 않겠지만
헛된 욕심만 끌 안고 사는 그대에겐
가시울타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대가 알겠어요 가슴 가득
자유의 새떼를 품는 듯
피고름 그득한 세상을 향해
열매보다도 가시를 키우는 큰 뜻

 

 



 

♧ 탱자나무 울타리/  노 명 순

 

호랑나비 애벌레가 연두빛 아코디언을 켠다

 

탱자나무 잎사귀에 기대어 온몸을 주름 잡아
아코디언을 켠다

악기를 오므렸다 폈다 건반을 누르면
헌옷과 새 옷이 바뀌어지는 탈피의 변주곡이
차츰 진녹색으로 되풀이된다
탱자나무 가지에 걸렸던 초생달도
점점 자라 울타리를 벗어난다

 

무성한 탱자 이파리 사이로 딱딱한 구각의 집 한 채 보인다
집 속에 갇혀 아코디언 접어놓고 문 닫아 걸고 식음전폐
무너진 뼈대 바꾸어 낀다 여린 탯줄 굵게 갈고
하늘 끝까지 날을 수 있는 날개 짜내며
우화에 몰두하는 소년, 구각을 찢어 새로 태어나고자
몸부림치는 봄날의 나의 소년,

 

탱자나무 하얀 꽃 피어날 때
꽃향기에 취한 얼룩달룩 호랑나비
탱자나무 울타리 안과 밖을 넘나들며
하늘까지 넓힌다

 

 



♧ 탱자나무 생울타리 지날 때 / 복효근

 

탱자나무 생울타리 그것은
아주 안 보여주지는 않고
다 보여주지도 않아서
그 가시나 낮달 같은 얼굴이 보일락 말락
탱자 잎사귀들이 그렇게 원망스럽던 것을
세수 소리보다 작게는 우물가에서 들려오는
차박차박 물 붓는 소리
초승달이었던가 잠깐씩 구름을 벗어난 사이
푸르스름하게 비쳐오던 것은
막 맺혀드는 탱자알이었을까
막 부풀어오는 젖가슴이었을까
겨울은 차박차박 물 붓는 소리도 없이
탱자울 가지에 분분한 새소리뿐
나이만 먹고 밤은 길었다
기다림이 찌그러든 탱자알 같은 봄날
접어 날린 쪽지편지가
탱자 가시 사이에 찢어져서
낱낱이 찢어져서 하얗게 탱자꽃이 피고
나만 보면 앵돌아진 탱자꽃 아프게 피고
탱자나무 생울타리,
그것은 아주 안 보여주지도 않고
다 보여주지도 않아서
아직도 뉘 집 생울타리 가를 지나면
그 뒤에 숨어 뒷물하는 그 가시나가
하냥 그립다

 

 


 

♬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Tony Orlando & Dawn


출처 : poet ... 휘수(徽隨)의 공간
글쓴이 : 휘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