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에어쇼....멋진 곡예비행뒤에 숨겨진 조종사의 삶
안타깝게도 어린이날 축하행사에서 에어쇼를 진행하던중 추락사고가 발생하여 아까운 조종사가 순직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매
시간 뉴스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게 되는 저로서는 안타까움 속에 깊은 감회를 느끼게 합니다.
블로거로써 저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한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지만 사고 기사뒤에 붙은 댓글을 읽으면서 이러한 사고를 곡해하는 많은 분들이 있음을 알고는 무척
놀랐으며 부득이 제 자신의 일부를 밝히면서 이번 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위해 글을 올립니다.
저는 공군 장교
출신으로 조종사 순직시의 제반 처리를 담당하는 주무부서인 인사처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제가 인사처장이라는 직분을 맡고 있는 기간동안 모두 5건의
비행사고로 아까운 대한민국의 공군 조종사 7명의 순직을 직접 지켜봐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기체의 아주 작은 조각까지
해당부서에서 수거를 합니다. 이는 어떤 사유로 추락을 했는지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함임은 물론이고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 전 까지는 동일
기종에 대한 비행은 전면 중단이 되며 이로 인한 영공방위의 임무는 다른 기종이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게 부여된 사후 처리는 장례와 가족관련
사항 및 국립묘지 안장입니다. 이 때 슬픔속에 잠겨 있는 유가족을 상대하여 각종 행정처리를 하는 일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지만 며칠을 새우면서도
장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특히 국립묘지 안장에 있어서도 일반 장병은 합동안장을 하고 있으나 순직 조종사에 한해서는 장례식이 끝나면 바로 안장을 하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에 대해 욕을 합니다. 알아서이건 또는 모르는 상태에서의 맹목적인 비난이건 군을 향해
나무라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만 다행스럽게도 공군에 대한 비난은 별로 없다는 것을 저도 군에 있는 동안 느끼고 있었으며 다만 군이라는 집단에
속한 공군도 도매금으로 그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공군...
하늘을 지키는 임무가 주임무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항공기로서뿐만 아니라 방공의 일환으로 방공유도무기와 레이더, 그리고
전투기와 각종 지원기등의 운용이 공군의 전력 유지의 기본입니다.
조종사는 참 멋집니다. 조종복을 입고 헬멧을 쓰고
비행하는 사진은 만인의 선망의 대상으로써 자랑스러운 파일럿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멋진 비행복은 조종사의 특수임무를 더욱 돋아주기도 하며 실제
전투부대(비행단및 작전분야)에서는 조종사는 조종복으로 생활을 하며 일반 장병은 전투복으로 생활을 합니다. 조종사들은 또 봉급 이외에
비행수당이라는 상당히 많은 수당을 받고 있어 조종사의 임무가 중요함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데 이런 멋진 조종복
뒤에는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그들의 깊은 고충이 숨어 있습니다. 조종사들은 일명 "아라트"라고 하여 일정 인원이 정비사와 함께 즉시 출동할 수
있는 24시간 비상출동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라트 근무는 3일에 한번꼴로 돌아오며 다음날 오전 다른
조종사들이 출근하면 부대
내에 있는 관사로 돌아가서 오전에 취침을 하고 오후에 다시 출근을 하여 비행대대에서 정상 임무에 복귀하게
됩니다.
뿐만아니라 조종사들은 주말이나 평일에도 마음대로 부대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전투태세 유지를 위한 필수요원은
반드시 부대에 잔류해야 하기에 부대내에 이들이 살며 생활하도록 관사를 지어 이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는 정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항공기에 필수
관련요원인 조종사, 정비사, 무장사 들은 항시 대기태세를 유지하기 위하여 부대에서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활을
비유하자면 사실 닭장에서 생활하는 닭과 다를바가 없는 실정인 것입니다. 부대 울타리라는 커다란 닭장 속에 갖혀 있는 이들...그러나
일반인은 이들의 일상을 모르고 다만 겉으로 들어나는 모습만으로 동경하는지도 모릅니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장병을 위하여 공군의 기지에는 부대
내에서 이들이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9홀의 골프장을 비롯하여 테니스장 등이 있지만 그 시설 수준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체육 시설에
비하면 형편 없는 실정이며 특히 과격한 운동을 피해야 하는 조종사를 위하여 작은 골프장이 있는데 이를 골프장이라 부르지 않고 "체력단련장"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전투비행단에 "체력단련장"이 마련된것은 과격한 운동을 하던 중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는 비행에 지장을 주기에 언제라도 뛰어
나와 비행임무에 임할 수 있는 "체력단련장"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부대내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조종사를 위한 방편인
것입니다.
이런 "체력단련장"에 대하여 일부 단체 등에서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하였고 또 일반 골프장으로 분류하여 일반 골프장에 부과하는 세금을
부과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체력단련장"이 마련되어야 하는 특수성이 인정되어 일반 골프장과는 구분되고
있습니다.
조종사들은 일반 장병과는 달리 자신들의 몸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어느 분은 심장마비일수도 있다고
하셨지만 조종사들은 일반 장병과는 다른 특수하고 정밀한 신체검사를 통하여 상태를 수시 측정하고 있으며 특히 심전도 검사에서 아주
미약한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바로 비행을 하지 못하게 될 정도로 매우 엄격합니다. 이는 일반 여객기 조종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되는
관계로 그만큼 심장마비는 항공기 운영에 있어서 치명적이고 심각함을 알기에 그로 인한 사고라고 댓글을 다신 분은 잘못 생각하고 계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항공기는 매우 정밀한 고도 정밀 기계부품의 결합체입니다.
이러한 항공기는 작은 위험에도 빨간 등이 켜지게 됩니다.
어느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워닝 램프"가 들어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 경우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면 대부분 바로 항공기를
버리고 탈출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 공군 조종사들은 불이 붙는다던가 폭발하는등의 매우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항공기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합니다. 사실은 우리
공군은 매우 가난합니다. 항공기의 구매 비용이 엄청난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전력증강에서 그만큼 소외됙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조종사
1인 1대의 항공기를 운영하지도 못하여 항공기 1대당 거의 두 명의 조종사가 배당이 되어 두 사람의 애기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신규로
배속되거나 기종 전환을 하는 조종사까지 포함하면 더구나 항공기가 부족하게 되며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훈련 시간이 그만큼 줄어듬을 말해줍니다.
조종사들은 이러한 공군의 실정을 너무도 잘 압니다.
제가 처리하였던 항공기 사고 5건은 모두 조종사가 탈출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모두 애기와 함께 산화하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고 아까와하여 애기를 버렸다면 이들의
죽음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군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하는것은 어떻게 하든 애기를 살리려고 하는 것이며 두번째가
항공기를 버렸을 경우에 항공기가 추락할 지점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공군이 훈련을 하는 지역은 우리 나라의 하늘 전체가 아니라 공역이라는 일정 지역범위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공역은
육지위에도 있으며 바다 위도 있습니다. 바다 위에서의 비상사태에서는 조종사가 항공기를 정상화 시키려고 노력을 하다가 안되는 최후의
순간에는 탈출을 택하여 항공기는 바다에 추락하고 조종사는 생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실제로 모기지를 비롯하여 공군본부나 관련부서에서도
항공기가 추락을 했어도 조종사가 생환하였다면 일단은 안도의 한 숨을 쉬게 됩니다. 그만큼 조종사 한 사람 한 사람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영공방위의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육지에서의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도되지 않아서 일반인은 잘 모르겠지만
조종석을 덮고있는 유리뚜껑(캐노피)이 떨어져 나가 항공기의 속도에 의하여 조종석이 영하의 온도가 되었음에도 온 몸이 꽁꽁 얼어붙는 상황에서도
항공기를 조종하여 기지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비행을 마치고 착륙을 하는 도중 바퀴(기어)가 빠지지 않아 동체착륙을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을 합니다. 바퀴가 빠지지 않는 경우 활주로에 기체가 닿는 경우 폭발 할 수도 있음에도 우리 조종사들은 자신의
애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애기를 살린 조종사에게는 조종사 최고의 영예인 "웰던(Well
done)"상이 수여 됩니다.
37년 된 기종이라는 보도를 보셨는지요?
우리의 경제사정이 좋다면 미국에서처럼 F-16이나 FA-18로 곡예비행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37년된 기종이기에 비행기 가격도 그리 높지 않지만 한 마디로 고물 비행기를 우리의 정비사들의 기술로 아직도 운용을 하고
있는 것이며 F-15 도입 이전 전폭기 역할을 수행했던 F-4밴텀도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에 제조된 30~40년이 지난 낡은 비행기인
것입니다. F-15가 도입되기 전 까지 우리 영공방위의 주력기로 사용되었던 F-4를 실전 전투지로 운용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나라뿐입니다. 그것도 부품이 없어 폐기된 항공기에서 구하거나 또는 미국의 사막속에 뭍혀있는 동일 기종의 부품을 구매하여
우리의 우수한 정비사의 실력으로 하늘에 띄우고 있는 것입니다.
고 김소령의 죽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난을 일삼는 분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하여 영공방위에 임하는 조종사들에게 어떤 이유로 비난의 화살을 던지시는지요? 국가의 재정 형편상 어쩔 수 없이 묵묵히 낡은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조종사의 아픈 마음을 이해나 하시는지요?
또 어느 분은 에어 쇼에 대해 회의적인 말씀도 하지만 에어쇼는 우리 공군 조종사의 조종술을 대내외에 빛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또한 하늘을 나르는 꿈을 심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고가 있었음에도 조종사들에게 물어 본다면 아마 모든 조종사는
에어쇼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아실것입니다. 이들은 평시에는 에어쇼를 위한 특수목적 배행대대인 블랙 이글팀에서 비행을 하지만 비상사태
발생시에는 즉시 전투기에 탑승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저는 순직한 조종사 가족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사후
처리를 해야만 하는 직책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방송매체를 통하여 울부짖는 유족의 모습을 보셨겠지만 실제 옆에서 지켜보는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
없답니다. 조종사 아파트의 가족들은 모두 자신의 일 처럼 아파하고 안타까와 하며 언제라도 바로 자신의 남편에게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 비통함은 조종사와 그 가족 전체의 일로 다 같이 느끼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관사는 물론이고 부대
전체가 깊은 아픔의 수렁속에 잠기게 됩니다. 사기 또한 바닥에 떨어져 되살리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이런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이라고 악의적인
댓글로 조각 난 이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해야 하는지요?
조종사 순직에 따르는 보상금은 의외로 미미한 금액입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에게도 못 미치는 적은 금액이 지급될 뿐이며 그나마도 고 박정희 대통령의 기금과 조종사들이 봉급에서 내고 있는 "창공회비"에서 대부분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는 아니지만 조종사들이 별도로 얼마간의 위로금을 갹출하여 사망 조종사 유족에게 전달을 합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부인을 비롯한 유족은 '순직연금'이라는 명목으로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매 월 수령을 하게 됩니다. 정말로 국가를 위하여 봉사하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산화하는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순직연금'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연금의 수준과는 상당한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관학교 입학시부터 "신념(信念)의 조인(鳥人)"의 꿈을 안고 성장을 하지만 조종사의 길은 가시밭길이며
언제 목숨을 버려야 할지 모르는 위험 천만의 길인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조종사가 의무 복무기간을 마치면 민항으로 가서 높은 보수를 받기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잘못 이해되는 부분입니다.군의 계급 구조상 윗 계급으로의 진출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에서의 차선책이지 단지
민항에 가기 위해 조종술을 익히기 위한 수단으로 공군에서 조종사 생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조종사의 인력 수급을 판단하여 조종사의 전역
여부를 승인해 주는것이지 조종사가 원한다고 전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종사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비록 열악하지만 나라를 지키는 영공 수호의 역꾼이라는 자긍심 하나로 조종사로써 생활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조종사 이전에 국토를 보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나가는 임무를 부여 받아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하신다면 정말로 진정한 격려의 박수를 쳐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단다면....
고 김소령이 관중석을 피했느냐 아니냐는 논란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조종사들은 반복되는 훈련으로 자신이 조종하는 항공기의
비상사태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최소화 한다는것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어떤 위기 상황에 처하더라도 항공기가 추락할 지점을 예측하게
반응을 하며 만약 큰 피해로 이어질 것이 예상되면 반사적으로 반응을 하여 사태를 최소화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고속으로 비행하던
추락하는 항공기는 조종사가 탈출할 시간적 여유를 남겨 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조건반사적인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몸에 배인 조종사들에게 이런 문제로 영웅화 작업 운운하는 것은 남은 조종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입니다. 조종사라는 선망의 대상이 생할하는 주거공간은 예전에 비하여 지금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조종사들은 서민
아파트 규모인 27.5평보다 더 좁은 10평대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면서도 오로지 영공방위를 위해 닭장 같은 부대 속에서 개인의 욕구를 희생하면서
생활하고 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신다면....
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의미에서라도 비난을 하지는 말아야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애기와 함께 산화하신 故 김도현 소령의 영전에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