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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니코스 카반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치케모홈에서 펌)

휘수 Hwisu 2006. 1. 29. 13:24
그렇다. 그제서야 나는 알수 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지만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이 조르바였다. 그의 가슴은 살아있엇고 입은 크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내며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어머니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이 노동자가 지껄인 가장 단순한 인간의 말로 내게 언어, 예술, 사랑, 순수성, 정열의 의미가 분명히 전해져 왔다.
나는 곡괭이와 산투리를 같이 다룰 수 있는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두손은 못이 박혀 잇었고 터지고 일그러졌으며 힘줄이 솟아나와 있었다. 여자의 옷이라도 벗기는 것처럼 그는 섬세하고 주의 깊은 손놀림으로 보따리를 열고 오랜 세월의 연륜으로 닦여 반짝거리는 산투리를 꺼냈다. 그것은 줄이 여러 개 있었는데, 줄 끝에는 놋쇠와 상아, 붉은 비단 술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의 큰 손이 여자를 애무하듯 조심스러우면서 정열적으로 줄을 골랐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여자가 감기에 걸릴까 봐 다시 옷을 입히는 것처럼 산투리를 다시 보따리에 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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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 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오염된 적이 없다. 온갖 것을 다 경험한 그의 마음은 열려있다. 가슴은 원시적 배짱을 그대로 갖고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듯 풀어 버린다. 그는 온몸의 체중으로 두발을 대지에 버티고 서 있어서 겨냥을 잘못한다는 일이 오히려 드물 정도다. 아프리카 야만인들은 뱀이 온몸을 땅에 붙이고 있어서 대지의 비밀을 더 잘 알 거라고 믿으며 뱀을 숭배한다고 한다. 배, 꼬리, 그리고 머리로 대지의 비밀을 안다. 뱀은 늘 어머니인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조르바도 이와 같다. 우리들 교츅받은 자들이란 공중을 나는 새처럼 골이 비어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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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가 말했다.
"하지만 두목, 비가 오면 속이 영  안좋아요. 비를 원망해선 안돼요. 이 불쌍한 것도 영혼이 있으니까."
그는 울타리 곁을 지나가다가 갓 피어난 수선화 한 송이를 꺾었다. 그는 수선화를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한참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앟는다는 듯 눈을 감고냄새를 맞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내게 꽃을 주었다.
"두목, 돌과 비와 꽃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쩌면 우리를 부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일거예요. 언제면 우리의 귀가 뚫릴까요! 언제면 우리가 팔을 벌리고 모든 것 - 돌, 비 , 꽃, 그리고 사람들 -을 안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두목? 당신이 읽은 책에는 뭐라고 쓰여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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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추해 나는 중얼거렸다.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욕심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은 다 품고 말처럼 일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 필요로 하지 않되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서 진탕 먹고 마신 다음, 잠든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홀로 별을 이고 물과 바다를 양쪽에 두고 해변을 걷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마지막 기적이 일어나 인생이 동화가 되어 버렸음을 깨닫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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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는 나무 등걸에 붙은 나비의 유충을 발견했던 어느 아침이 떠올랐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꿇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동안 기다렷지만 그 일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허리를 구부리고는 입김으로 유충을 따뜻하게 데워 주엇다. 열심히 데워 준 덕분에 생명의 기적은 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앞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 그러나 나비의 날개가 뒤로 접힌 채 구겨진 것을 본 순간의 경악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가엾은 나비는 날개를 펴 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또다시 내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햇으나 소용이 없었다. 유충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햇볕을 받으며 천천히 진행되어야 햇던 것읻.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내 입김은 나비를 때가 되기도 전에 날개가 접혀진 채로 나오게 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잠시 후 내 손바닥위에서 죽고 말았다. 그 나비의 가녀린 주검만큼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생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지그에야 깨닫게 된다. 서둘거나 안달을 부리지 않고 이 오묘한 리듬에 충실히 순응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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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이 미어지도록 처넣어 그놈 생각이 쏙 들어가도록 해 버려요. 그러면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지요. 그전에 있었던 일을 애기에 드리지요. 어렷을 때 나는 버찌에 미쳐있었엉. 하지만 돈이 없었지요. 돈이 부족하니 한꺼번에 많이 살 수는 없고, 조금만 사서 먹으면 목구멍에서 감질만 나는 것에요. 하루 종일 나는 버찌 생각만 했징. 그러면 입안에 군침이 도는게 정말 죽겠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슬며시 화가 났습니다. 어쨌든 내가 버찌에게 희롱당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나빴어요. 그래서 나는 밤중에 일어나 아버지 주머니를 뒤졌습니다. 은화가 한 닢 있더군요. 슬쩍했지요. 다음날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시장으로 달려가 버찌를 한 소쿠리나 샀지요. 나는 그것을 도랑에 숨어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목구멍으로 넘어올때까지 쑤셔넣었어요. 배가 아프고, 구역질이 났어요. 두목, 결국 나는 몽땅 토하고 말았지요. 그리고 그 후부터 나는 버찌를 먹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보기만 해도 견딜수 없을 정도였어요. 나는 마침내 구원을 받은 겁니다. 언제 어디서 버찌를 보아도 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이제 너랑은 별 볼일이 없다라고 말입니다. 훗날 담배나 술을 가지고도 그렇게 했어요. 나는 지금도 마시고 피우지만 끊고 싶을땐 언제든지 끊을 수 있어요. 나는 내 욕망의 지배를 받지 않아요. 고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몹시 그리운 적이 있어서 그것도 목젖까지 쑤셔넣은 뒤 토해 버렸지요. 그 후로는 고향 생각이 날 괴롭히는 일은 없지요."
출처 : poet ... 휘수(徽隨)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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