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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내 고향 칠월은 고야가 익어가는 계절

휘수 Hwisu 2006. 4. 8. 14:29
내 고향 칠월은 고야가 익어가는 계절
고야와 함께 추억도 익어갑니다
  이기원(jgsu98) 기자   
내 고향 강원도 횡성에서는 7월이면 '고야(오얏)'라는 과일이 익어갑니다. 자두보다 작은 열매인데 하얀 꽃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질 무렵이면 파란 열매가 맺힙니다. 오뉴월 뜨거운 햇살을 받아 열매가 굵어지면서 노르스름한 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2005 이기원
7월, 그 뜨거운 여름의 태양 아래에 무방비로 노출된 고야는 빨갛게 익어갑니다. 학교 수업 마치고 한 시간도 넘는 신작로 길을 걸어 돌아온 아이들은 노간주나무 울타리 사이를 비집고 자란 고야 나무 아래로 갑니다.

고무신 벗어 놓고 가지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돌멩이를 던져 따기도 합니다. 그렇게 딴 고야를 옷자락에 담아 샘물가로 가서 씻어 먹습니다. 얼음처럼 시린 샘물에 씻은 빨간 고야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갑니다.

"장마 지면 싱거워진다. 장마 지기 전에 많이 따 먹어라."

조무래기들이 고야 나무 아래에서 안간힘을 쓰며 고야를 따는 걸 보며 어른들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장마 진 뒤에 남은 고야는 싱겁기만 합니다. 장맛비에 달콤한 맛이 씻겨 버린 탓입니다. 그 싱거운 고야마저도 장마 뒤에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장맛비에 고야는 대부분 떨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2005 이기원
지금도 고향에 가면 고야가 빨갛게 익어갑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나뭇가지 타고 오르는 아이는 없습니다. 돌멩이 던져 고야 따려는 아이도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농사일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끔 입에 넣고 우물거릴 뿐입니다.

그마저도 몸 아픈 할아버지 병원에 있고 할머니도 들일에 바빠 비어 있는 집 울타리의 고야는 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 아무도 따먹지 않습니다. 예전에 동네에 조무래기들이 많이 살 때에는 고샅길 지나다가 빨간 고야만 보면 돌멩이도 던져 보고 밑동을 잡아 흔들기도 했지만 이젠 아이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는 고샅길이 아닌 TV 화면을 통해서만 볼 수 있습니다.

ⓒ2005 이기원
나무 아래를 맴도는 아이들이 없어도 고야는 어김없이 익어갑니다. 알알이 영근 고야 열매를 보면 입안 가득 침이 고입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고야의 새콤한 맛이 느껴져 절로 진저리가 쳐집니다.

빨간 고야의 달콤새콤한 맛과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달콤하지 않았던 기억조차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빨갛게 익어 달콤새콤한 추억이 되어 되살아납니다.
강원도 영서 지방에서 고야라고 부르는 열매를 영동 지방에서는 '깨'라고 부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오얏 열매가 정식 명칭이라고 합니다.
2005 OhmyNews
출처 : 전원희망(田園希望):Happytown
글쓴이 : 산정 山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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