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요것조것수납장
[스크랩] 내 고향 칠월은 고야가 익어가는 계절
휘수 Hwisu
2006. 4. 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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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강원도 횡성에서는 7월이면 '고야(오얏)'라는 과일이 익어갑니다. 자두보다 작은 열매인데 하얀 꽃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질 무렵이면 파란 열매가 맺힙니다. 오뉴월 뜨거운 햇살을 받아 열매가 굵어지면서 노르스름한 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고무신 벗어 놓고 가지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돌멩이를 던져 따기도 합니다. 그렇게 딴 고야를 옷자락에 담아 샘물가로 가서 씻어 먹습니다. 얼음처럼 시린 샘물에 씻은 빨간 고야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갑니다. "장마 지면 싱거워진다. 장마 지기 전에 많이 따 먹어라." 조무래기들이 고야 나무 아래에서 안간힘을 쓰며 고야를 따는 걸 보며 어른들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장마 진 뒤에 남은 고야는 싱겁기만 합니다. 장맛비에 달콤한 맛이 씻겨 버린 탓입니다. 그 싱거운 고야마저도 장마 뒤에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장맛비에 고야는 대부분 떨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몸 아픈 할아버지 병원에 있고 할머니도 들일에 바빠 비어 있는 집 울타리의 고야는 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 아무도 따먹지 않습니다. 예전에 동네에 조무래기들이 많이 살 때에는 고샅길 지나다가 빨간 고야만 보면 돌멩이도 던져 보고 밑동을 잡아 흔들기도 했지만 이젠 아이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는 고샅길이 아닌 TV 화면을 통해서만 볼 수 있습니다.
빨간 고야의 달콤새콤한 맛과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달콤하지 않았던 기억조차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빨갛게 익어 달콤새콤한 추억이 되어 되살아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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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원희망(田園希望):Happytown
글쓴이 : 산정 山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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