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산수유 아래서 징소리를 / 김길나

휘수 Hwisu 2007. 6. 19. 00:15

   전남 순천

      1995년 시집 <새벽날개>를 상재하면서 시단에 나옴

      1997년 시집  <빠지지 않는 반지> 문학과지성사

      2003년 <둥근 밀떡에 뜨는 해> 문학과지성사

 

   산수유 아래서 징소리를 / 김길나

 

        그녀의 맨발을 만져보고 싶었으나
        그녀는 일찍이 땅 속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묻힌 흙에서 빠끔히 떡잎이 눈 뜨고
        떡잎에 숨은 길 한 가닥이 불쑥 일어나
        줄기는 허공을 주욱 찢어 올리고
        가지들은 또 낭창낭창 허공을 건드리고
        허(虛)를 찔린 허공이 여기저기서 째지고
        째진 공(空)의 틈새에서 얼굴 하나씩이 피어나고
        이렇게 수많은 그녀가 그녀의 맨발에서 솟아났다

 

        파르르 떨리는 허공의 틈새마다에서
        울려나오는 저 소리는 번쩍이는 징소리
        그리고 연달아 징을 치는 쟁쟁한 해 뭉치
        공을 트고 나온 얼굴들을 푸르게 두들겨 펴는.

 

       「다층」 2007년 여름호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