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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힘, 세너지가 경쟁력이다 / 정순원

휘수 Hwisu 2006. 7. 18. 09:11

분리된 힘, 세너지가 경쟁력이다
 
[경향신문 2006-03-08 21:00] 정순원/ 트렌드 칼럼니스트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항의하는 영화인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떠들썩하게 단체 시위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어 보인다. 최근 수년 사이 이승철, 신화, HOT, 핑클, SES 등 그룹을 해체하고 홀로서기를 한 가수들이 그룹 때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히딩크의 애제자였던 박지성도 스승의 품을 떠나 맨유로 이적하면서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사회는 점점 분리되고 개인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면서 민족동질성은 상실되고, 이혼과 저출산으로 가족공동체가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 기업도 중앙 집권체제의 서열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살려 모두 1등을 만들어 주는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은 인적 자원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참신한 능력을 우리의 뿌리깊은 연고 문화가 가로막고 있다. 학계에선 소위 일류라는 대학들이 독점체제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연고주의는 형평의 문제를 넘어서 진정한 의미의 ‘경쟁’과 ‘엘리트’를 죽여 놓는다. 사람들은 어떤 기업이나 조직에 들어가면 우선 학교나 고향 선·후배가 어느 부서에 포진해 있는지 알아낸다. 권위를 가진 사람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끈끈한 유대로 결속한다.

 

  문제는 정말 실력 있는 사람들이 이들에 의해 도태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퇴출 대상이 살아남은 사람들보다 능력이 모자라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학벌이 ‘현대판 신분제’의 역할을 한다면 세력은 커질지 모르지만 결국 아메바처럼 단성세포에 머물 뿐이다. 글로벌 시대에 국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라도 패거리주의에서 탈피해 ‘홀로서기’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사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한 마디로 결합된 힘인 시너지(Synergy: Syn, 함께 + Energy, 에너지)가 아니라 분리된 힘 세너지(Senergy: Separate, 분리 + Energy, 에너지)가 경쟁력인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헤어짐과 나뉨, 창조적 분리는 새로운 선택이다.

 

  유럽이나 미주 국가에선 17~18세 정도가 되면 부모님 곁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거나 아파트를 빌려 생활하며 자립심을 키운다. 동시에 ‘독립된 개체로서의 타인’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이것은 좋은 세너지 효과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러기 가족’의 경우 일시적인 헤어짐을 감수하면서 훗날 국제사회에서 성공이라는 세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같이 어울리고 합치는 문화는 퇴조할 것이다. 실속보다 크기만을 자랑하던 기업의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합리적 분리와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시너지를 세너지로 문명의 그 큰 흐름을 바꿔놓는 새 물결이 지금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