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백석포에서 온 여인 / 고미경

휘수 Hwisu 2008. 5. 20. 09:08

1965년 충남 보령 출생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백석포에서 온 여인 / 고미경


백석포에서 왔시유 오늘이 장날이라 장도 보고 나온 김에 목깐하러 왔시유 아이구 멀지유 버스타고 한참 나와야 혀유

거기 이젠 바다 아니구먼유 그때가 좋았지유 고깃배가 마을까지 들어왔지유 글쎄 일정 때는 엄청 큰 군선도 들어왔대유

동네 여자들끼리 철철이 바다에서 살았지유 바지락 캐고 황발이 게 잡으러 댕길 때가 좋았지유 지금은 돈 몇 푼 벌러 공장 다녀유

뭔 재미가 있깐유 마지못해 댕기는 거지유 시상이 겁나게 변해버렸지유 그런디 여기 목깐통 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좋네유 맨질맨질 내 처녀 때 몸땡이 같은디 참 세월이 빨러유

바지락 껍질 같은 몸에서 여자는 자꾸만 갯벌을 꺼냈다 파래를 꺼내고 미역을 꺼내고 생굴을 꺼냈다 사라져버린 바닷가 마을 짜디짠 노을이 훅, 끼쳤다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