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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만 시모음

휘수 Hwisu 2006. 12. 18. 14:07

1946 8월 26일, 전북 정읍군 산외면 상두리 872번지에서 아버지 박승걸(朴勝傑)씨와

어머니 이효인(李孝仁)씨의 2남4녀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1959 화죽초등학교 졸업  
1963 전주 북중학교 졸업 이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다  
1965 7월, 경희대학교 전국 고교생 백일장에서 시 [돌]이 장원을 받다  
1966 전주고등학교 졸업  
1967 경희대 국문과 입학  
1968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겨울 속의 봄 이야기'로 당선, [신춘시]동인에 가입  
1970 박혜화(朴惠華)씨와 화촉을 밝히다  
1970 2월, 장녀 송이(松伊)를 낳다  
1971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졸업 학원출판사에 입사하다  
1972 4월, 문공부 문예작품 공모에 시 [등불설화], 동화[봄을 심는 아이들] 당선

장남 찬연(贊延)을 낳다  
1972 7월, 서대문구 금화동 금화아파트로 이사 
1974 5월, 학원출찬사 편집부장  
1975 학원출판사 퇴사  
1976 학창사, 중앙문화사 등을 옮겨다니다

가을, 도봉구 도봉동으로 이사함  
1976 6월, 차녀 리리(里里)를 낳다 북가좌동으로 이사함  
1977 11월, 월간문학 편집부장으로 입사하다  
1979 10월, 월간문학 퇴사. <어깨동무>에 잠시 근무  
1979 첫 시집 [잠자는 돌(고려원) 간행  
1980 도서출판 고려원 편집부장  
1981 5월, 소설가 한수산이 '중앙일보'에 연재하던

장편소설 [욕망의 거리]의 필화사건으로 연행

이때 받은 고문이 끝내 그를 몸져 눕게 하였으며, 이 고문의 휴유증은

결국 , 말년에 간경화를 얻어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그의 시세계는 이 무렵부터 변모를 하게 된다  
1982 10월, 부인 박혜화씨와 이혼  
1984 1월, 염미혜(廉美惠)씨와 재혼  
1986 동화집 <병에 오른 애리(샘터사)> 발간  
1987 장시 <떠오르는 탑(월간문학)> 연재, 미완성으로 7회에서 중단되다  
1988 1월, 봉천동 자애병원에 간경화로 1개월간 입원  
1988 8월 19일 ~28일, '박정만 시화전(인사동 서림화랑)'을 열다  
1988 잠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제24회 올림픽이 끝나던 그날 10월 2일 오후,

봉천동 자택에서 홀로 운명하다

대체로 사망시각은 오후 2시~5시 사이로 추측된다

10월 4일,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도장리 산26 무궁화묘원에 묻히다  
1988 11월, 유고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실천문학) 발간  
1989 2월, <현대문학상>수상  
1992 5월, <정지용문학상> 수상  

 

주요저서 목록 

 

시집 <어느덧 서쪽> 문학세계사   
시집 <잠자는 돌> 고려원  1979
시집 <맹꽁이는 언제 우는가> 오상사  1986
동화집 <별에 오른 애리> 샘터사  1986
선시집 <무지개가 되기까지는> 문학사상사  1987
수필집 <너는 바람으로 나는 갈잎으로> 1987
시집 <저 쓰라린 세월> 청하  1987
시집 <서러운 땅> 문학사상사  1987
유고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 실천문학사  1988
박정만 시선 <해지는 쪽으로 가고 싶다> 나남  1988
시집 <슬픈 일만 나에게> 평민사  1988
시집 <혼자 있는 봄날> 나남  1988
박정만 시선집<다시 눈뜬 아사달> 외길사  1990


秋心歌

 

영산홍 꽃떨기 속에

영산홍 꽃떨기만한 귀로 앉아서

산간물 흔드는 해거름 발자취 소리

일자 마음에 새겨 듣노니,

청천에 뜬 뭇 별의 저 시름을

누구의 어둠으로 마냥 다 덮으리오.

캄캄할수록 시름 또록또록 밝아지고

밝아질수록 실꾸리 시름 더하나니

어지 광명에 눈멀 듯 눈멀 듯 덮으리오.

 

                    비는 줄창 내리고

 

                    비는 눈물같이 줄창 내리고
                    창은 보랏빛으로 젖어 있다.
                    나는 저 산쪽
                    외로운 한 사람을 생각하노라.

                     

                    그대 생은 어디 있는가.
                    가고 없는 사람은 생각 말고
                    돌아올 사람도 생각지 말자.            

 

                    한 떨기 풀잎을 바라보자.
                    그냥 그 뜻대로 지고
                    산천도 언제나 조용하게 저물었다.

 

                    인간은 다 어디로 갔나.

 

죽음을 위하여

 

肝이 점점 무거워 온다.

검푸른 저녁 연기 사라진 하늘 끝으로

오늘은 저승새가 날아와서

하루내 내 울음을 대신 울다 갔다.

 

오랜 만에 일어나 냉수를 마시고,

한 생각을 잊기 위해 돌아갈 꿈을 꾸고,

그러다가 가슴의 통증을 잊기 위해

요 위에 배를 깔고 주검처럼 납작 엎드리었다.

 

여봅시오, 여봅시오,

하늘 위의 하늘의 목소리로

누군가 문 밖에서 자꾸만 날 부르는 소리.

혼곤한 잠의 머리맡에

또 저승새가 내려와 우는가보다.

 

나 죽으면 슬픈 꿈을 하나 가지리.

저기 저 끝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애간장 다 녹아나서

흐르고 흘러도 언제가 은빛 기러기가 되는 곳,

그곳에서 반짝이는 홍역 같은 사랑을.

 

아픔이 너무 깊어 또 눈을 뜬다.

아무도 없는 방에

누군지 알 수 없는 흰 이마가 떠오르고

돌멩이 같은 것이 자꾸 가라앉는다

 

어서 오렴, 나의 사랑아.

신열 복숭아 꽃잎처럼 온몸에 피어올라

밤새 헛소리에 시달릴 때도,

오동잎 그늘 아래

찬 기러기 꽃등처럼 떠날 때에도

분홍빛 너의 베개 끌어안듯 기다리었다.

 

한세상 살다보니 病도 흩적삼 같다.

 

작은戀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녘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저 無花의 꽃상여


내 가는 길섶에는
한 송이 복사꽃도 피지 말아라.
눈물겨운 새소리 하나라도
靑松높은 가지 위에 앉지 말아라.

바람도 불지 말고
그저 앉은 채로 살아 있는 돌멩이같이
그렇게 내 생의 그림자만 보아라.
산도 그냥 울지 말아라.

꽃 피면 서러웁고
달 뜨면 아득한 인간이 하루,
물소리 가득하여 나는 못내 못 참아라.
내 등 뒤에서 내 등을 잡지 말아라.

정작 한 소리 마음을 내노니
저편 한 사람 외로운 이도 볼 일이요,
알 기울면 이편쪽 마음도 줄 일이다.
가는 길 없음을 나는 아노니.

 

오지 않는 꿈


초롱의 불빛도 제풀에 잦아들고
어둠이 처마 밑에 제물로 깃을 치는 밤,
머언 산 뻐꾹새 울음 속을 달려와
누군가 자꾸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문을 열고 내어다보면
천지는 아득한 흰 눈발로 가리워지고
보이는 건 흰눈이 흰눈으로 소리없이 오는 소리 뿐
한 마장 거리의 기원사(祈願寺) 가는 길도
산허리 중간쯤에서 빈 하늘을 감고 있다.

허공의 저 너머엔 무엇이 있는가.
행복한 사람들은 모두 다 풀뿌리같이
저마다 더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나는 꿈마저 오지 않는 폭설에 갇혀
빈 산이 우는 소리를 저홀로 듣고 있다.

아마도 삶이 그러하리라.
은밀한 꿈들이 순금의 등불을 켜고
어느 쓸쓸한 벌판길을 지날 때마다
그것이 비록 빈 들에 놓여 상할지라도
내 육신의 허물과 부스러기와 청춘의 저 푸른 때가
어찌 그리 따뜻하고 눈물겹지 않았더냐.

사랑이여,
그대 아직도 저승까지 가려면 멀었는가.
제 아무리 밤이 깊어도 잠은 오지 아니하고
제 아무리 잠이 깊어도 꿈은 아니 오는 밤,
그칠 새 없이 내리는 눈발은
부칠 곳 없는 한 사람의 꿈없는 꿈을 덮노라.

 

마지막 편지 

 

그대에게 주노라.
쓸쓸하고 못내 외로운 이 편지를.
 
몇 글자 적노니
서럽다는 말은 말기를.
그러나 이 슬픔 또한 없기를.
 
사람이 살아 있을 때
그 사람 볼 일이요,
그 사람 없을 때 또한 잊을 일이다.
 
언제 우리가 사랑했던가,
그 사랑 저물면
날 기우는 줄 알 일이요,
날 기울면 사랑도 끝날 일이다.
 
하루 일 다 끝날 때 끝남이로다.
 
잠자는 돌

 

이마를 짚어다오,
산허리에 걸린 꽃 같은 무지개의
술에 젖으며
잠자는 돌처럼 나도 눕고 싶구나.
가시풀 지천으로 흐드러진 이승의
단근질 세월에 두 눈이 멀고
뿌리없는 어금니로 어둠을 짚어가는
마을마다 떠다니는 슬픈 귀동냥.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는데
반벙어리 가슴으로 하늘을 보면
밤눈도 눈에 들어 꽃처럼 지고
하늘 위의 하늘의 초록별도 이슥하여라.
내 손을 잡아다오,
눈부신 그대 살결도 정다운 목소리도
해와 함께 저물어서
머나먼 놀빛 숯이 되는 곳.
애오라지 내가 죽고
그대 옥비녀 끝머리에 잠이 물들어
밤이면 눈시울에 꿈이 선해도
빛나는 대리석 기둥 위에
한 눈물로 그대의 인(印)을 파더라도,
무덤에서 하늘까지 등불을 다는
눈감고 천 년을 깨어 있는 봉황(鳳凰)의 나라,
말이 죽고 한 침묵(沈默)이 살아
그것이 더 큰 침묵이 되더라도
이제 내 눈을 감겨다오,
이 세상 마지막 산, 마지막 선(禪) 모양으로

 

누이를 위한 小曲

 

누이여, 나는 아주 이상하게 彷徨하였다.
수천 년 동안 아주 이상하게
죽음 저편의 건너 세상까지를
막연한 명칭 밑에 나는 방황하였다.
나의 방에 빗나간 변혁,
빗나간 자유,
아무것도 분별할 수 없는 나의 방에는
죽은 언어의 시체만이 누워 있었다.
나는 웬지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하나 있는 나의 목숨이 싫고 싫었다.
부질없이 엎디어 울고 울었다.
그리하여 간혹 아무런 방향도 없는
일종의 세월이 필요하였다.
그때는 내가 너무 迷信的이었으므로.

 

낮은 목소리로 


산정에 올라오면 먼저 머물 자리를 마련한다.

금년의 나는 지난 해의 내가 아니므로

지리도 새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억새밭에 자릴 잡았다.

먼 산정에는 어느덧 억새꽃이 무성하다.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나서

해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득한 산 너머로 해는 지고

장엄한 어둠이 살에 스미는 것을 느낀다.


삽시간에 별들이 돋았다.

사람의 눈매가 그렇듯이

어떤 별은 글썽글썽 눈물을 머금고 있다.

이러한 별밤엔 혼자서 무엇을 하나.


나는 나직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낮은 목소리로 더욱 낮게

풀뿌리까지 닿도록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스무살 以前

등꽃 아래 앉으면 보랏빛 눈물,
시름 곁에 앉으면 다시 또 시름의 눈물,
그때는 왜 그렇게
눈물이 흔했는지 몰라.
한 모금의 소주와
푸르게 넘쳐나는 정열의 돛폭 높이 달고
한숨의 떼 무리지어 밀려올 때도
마음(사랑의 마음)
금쪽같이 금쪽같이 나누어 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