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물방울 무덤들 / 엄원태

휘수 Hwisu 2008. 5. 9. 17:04


'윤동주 문학상 우수상' 작품 중에서

 

물방울 무덤들 / 엄원태

 

아그배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 별무리처럼 맺혔다

맺혀 반짝이다가

미풍에도 하염없이 글썽인다

 

누군가 아그배 밑동을 툭, 차면

한꺼번에 쟁강쟁강 소리내며

부스러져 내릴 것만 같다

 

저 글썽거리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있다

나는 저기서 표면장력처럼 널 만났다

 

하지만 너는

저 가지 끝끝마다 매달려

하염없이 글썽거리고 있다

 

언제까지고 글썽일 수밖에 없구나, 너는, 하면서

물방울에 가까이 다가가 보면

저 안에 이미 알알이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1955년 대구 출생
1990년「문학과사회」에 '나무는 왜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가' 등을 발표하며 등단 .
1991년 시집「침엽수림에서」민음사
1995년「소읍에 대한 보고」문학과지성사
1991년 제1회 대구시협상을 수상
2007년「물방울 무덤」창비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