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문자리 / 신미식
내가 가야할 길/ 신미식
서른 살에 카메라를 처음 장만하면서 난 사진가가 될거라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단지 사진이 좋았고 막연히 떠날 수 있는 여행길이 좋았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미친듯이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인화하면서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운명처럼 느꼈을 뿐이다.
밤을 세워가면서 흑백 인화지에 새긴 내 꿈은 지금의 내가 되었다.
15년 동안 사진을 찍으며 살아왔지만 난 아직 가야할 길이 먼 사람이다.
사진에 대한 정의를 이제 겨우 깨우쳐 가는 과정에 서있는 부족한 내가
어느새 5권의 책을 출간했다.
사진에 대한 동경을 하면서 "내 꿈은 세권의 책을 내는거야."하며
스스로를 격려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난 그 때의 꿈을 이뤘다.
지금은 난 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생각할 때다.
내 사진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상업사진을 하면서 많은 연예인들을 만났지만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사진의 즐거움을
난 내가 걸었던 여행길에서 느낄 수 있었다.
물질만을 생각하면 결코 걷기 어려웠던 길.
힘겨운 시간들을 지탱해준 것은 결국 나를 바라보는 독자들이다.
그 분들이 격려는 나에겐 사진을 찍는 에너지가 된 셈이다.
이 자리를 빌어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생명력이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나에겐 아직 먼 길이다.
그러나 나에겐 희망이 있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할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난 결코 길에서 멈추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감사를 담아내고 싶다.
사진은 곧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에......
이제 6월 말이면 6번째 책이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마음에 담아온 마다가스카르이야기.
첫번째 책
외롭지 않은 여행의 길
언제나 혼자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와 푸른 들판을 보면서도, 하늘 높이 날아오른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깨끗하고 파란 하늘이 드리운 아름다운 세상을 보면서도 나는 늘 외로운 여행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만난 모든 곳에서 그분은 항상 나와 같이 동행했으며
조심스레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듯,
내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고 계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길섶에 핀 이름 모를 들꽃들의 은은함처럼 나를 사랑하고 어루만져 주신
분,
끝이 없는 여행의 동반자인 그분과 함께 카메라에 담아온 소중한 사진을 엮은 이 책은
모두 그분의 사랑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적지 않은 시간들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처음으로 사진을 접하게 됐던 시절,
화려함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진정한 평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늘 있는 하늘,
그 드넓은 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때문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시작한지 벌써 13년.
처음으로 제법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카메라를 손에 들고
가슴 설레어 잠 못 들던 그 때의 순수는
이미 10여 년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야만 찾을 수 있는 오랜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나설 때가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이런 기쁨 때문에 난 내가 걸어온 길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노라고 말할 수 있나 봅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진이지만 지금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 되었고,
앞으로도 난 이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부족하기만한 사진집을 준비하면서 나도 다른 이들처럼
나만의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 봅니다.
내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한 수 많은 사람들과 이름도 가물가물한 들과 산,
스쳐 지나간 거리의 사람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소중한 나의 위대한 그분에게도 …
마지막으로 못난
11번째 막내 아들놈이 준비한 작고 소중한 이 한 권의 사진집을
천국에서 기뻐하고 계실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바칩니다.
출처, 네블, photogapher 신미식